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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수저 출신... 부모의 삶...
게시물ID : baby_236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모래놀이
추천 : 24
조회수 : 192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5/12 00:37:46
부모로 산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좋은 부모가 되고싶다는 욕심은 제 깜냥에 맞게 부려야한다.
내 아이들은 나의 큰 행복이자 기쁨이지만,
역으로 내 자존감을 산산히 흩트려버리는 이중적 존재들이다.

양가 부모께서는 우리에게 스텐수저를 주셨다.
흙수저라는 단어가 대 유행임에도 내 처지는 나쁘지않았다.
부모가 물려주신 나름 큰 집과 작지않은 자차와
어쨌든 월급을 받아오는 배우자와 
눈에 넣어도 안아플 두 아이가 있었다.

그러나 외벌이의 삶은 녹록치 않았고 
나는 아이들이 크는게 가장 무서웠다.

아이가 무서운 속도로 자라 
새옷과 새신발이 필요할때마다 
나는 눈물부터 쏟아졌다.
아이들의 의복들을 사고나면 늘 생활비가 부족했다.

분명 가난하지 않음에도 최소한의 사람도리를 하고나면
늘 너무 쪼들렸다. 그렇다고 극빈곤은 아니지만.
문화생활을 모두 포기했기에 배달음식 정도는
가끔씩 사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어린이집을 다니기 전에는
외출복은 3벌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단체생활을 하며 3벌의 옷으로 지낸다는 것은
가난해보이지 않음에도 궁상을 떠는
치졸함처럼 보였다. 거 애기 옷이 얼마나 한다고.

늘 돈이 벌고 싶었다.
사람으로 살면서 먹고자고싸기만 하고 살순 없었다.
그러나 극악으로 예민했던 큰둥은
나로 하여금 보육수당을 포기하게 하리만큼
먹고자고싸는 것 그 어느하나도 허락하지 않았다.

작은아이가 어느정도 커서 큰둥의 옷을 물려입게 됐는데
옷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얘가 뭘입고 살았나 싶을만큼 없었다.
불현듯 그 때의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다.. 

사실 그때보다... 못난 스텐수저 부모의 슬픔은
막둥이 때... 잘익은 여드름마냥 터져나왔다.

아이의 피부문제로 인하여 전용연고와 로션을
병원에서 직접 구매해야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그것들이 실비적용이 되질 않았다.
구직을 위해 돌쟁이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며
기관에서 사용할 로션도 더 사게 되었다.
당시, 그 비싼 로션을 2개나 사서 써야한다는 생각에
다소 오바스럽지만 감정이 격해졌었다.
아이 약용로션을 부담할 능력도 없는
무능한 부모라는 생각이 온마음을 휘감았다.

정말... 아이를 키우면서 돈 때문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지금은 맞벌이에 둘다 급여도 올라
올해.. 드디어 4인가족 평균수준에 도달했다.
이제는 로션크림 둘다 미리사두고
아이들 크록스신발도 해마다 사준다.
학습지도 두아이 모두 등록했다.

그러나 여유시간과 돈을 바꿔버린 덕에
큰둥과 막둥의 정서에 큰 지장을 주었다...
엄마의 먹자싸뿐 아니라 본인의 먹자싸가 해결안됐던
우리 큰둥은 아직까지 배변에 문제를 느끼며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고있다.

이제는 나정도면 스텐수저라고
정말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거 같다. 그런데..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아이들을 희생시켜
푼돈벌며 좋아하는 내모습이 역겨워 견딜수가 없다.

작년, 200이나 들여서 모래놀이 심리치료도 받았거늘
나도 아이도 그닥 좋아지지 않은 것 같다.
좋아진줄 알았는데 아직도 더 남아있다.

부모로써의 삶이 이리도 무겁고 버거운줄 알았다면
미리 마음의 각오라도 해두는건데..

내 작고 깨진 그릇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 크고 귀한 아이가 찾아와서
이렇게 서로 힘들구나 싶어 마음이 아프다..

오늘은 계속 마음이 괴로울것 같다.
내가 술을 마시는지 눈물을 마시는지 모르겠다..


출처 아가.. 너는 내 첫사랑이야.. 엄마를 엄마로 살 수 있게 해준 귀한 첫아이란다.. 엄마가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 미안해... 기다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화내면 안되는데 그게 제일 중요한건데 엄마가 모자란 인간이라 그 기본을 못 지키는구나. 울 아가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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