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진상맘을 욕할 수만은 없는 이유...
게시물ID : baby_97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stn
추천 : 3/7
조회수 : 2012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5/08/17 05:15:41
옵션
  • 창작글
안녕하세요. 애 없는 남징어가 진상맘을 보거나 썰을 들을 때마다 생각하던 걸 적어보려 합니다.

우선 출산 - 육아는 사회에서 책임지고 도와야 한다는 건 이의가 없으실 거에요.
지금 세대의 가장 중요한 노후대책은 다음 세대를 낳고 기르는 것이죠. 아무리 국민연금, 개인연금 넣어봐야 지금 같은 속도로 인구가 줄어들면 30~40년 후에는 원화가치 폭락과 함께 힘든 노후를 보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출산 - 육아를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생각하고 나라와 기업에서 책임지고 돕고 있죠.
애를 낳기 싫은 사람은 그래도 괜찮아요. 개인의 자유니까요. 그러나 그 사람들도 세금을 내야 하고, 육아휴직을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세금과 자원이 다른 가정의 아이들을 키우는데 사용되는 거죠. 그리고 그 아이들이 커서 열심히 일하고, 애 낳지 않은 사람도 안정된 사회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바탕이 되어줍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경제규모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아이를 키우기에는 매우 안 좋은 환경입니다. 요즘 출산율만 봐도 알 수 있죠. 아이를 낳는 순간 커리어의 단절과 함께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감당해야 합니다. 나라와 기업이 도와야 할 육아가 개인들에게 오롯이 떠넘겨져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부모님 개인의 희생으로 자라난 아이들이지만, 그 아이들은 다음 세대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가 줄 것이고, 애가 없는 저의 안정된 노후에 일조해줄 것입니다. 저는 거기에서 육아에 고생하시는 분들께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분들이 고생해야만 하는 사회가 된 대에는 제 책임도 있는데, 저는 그분들의 노력에 편승해 도움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죠. '나는 박근혜를 찍지 않았고 세금도 내란대로 냈으니 그들의 고생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논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 책임과 의무가 있죠.

그래서 저는 소위 '맘충' 썰을 들을 때마다, 이 부모도 나라와 사회의 충분한 보조가 있었더라면 이런 진상짓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억만금이 있어도 진상짓을 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다른 선진국들처럼 육아를 도왔더라면, 오유에 올라오는 진상맘 이야기의 수는 분명히 줄어들었을 거에요. 충분한 육아 보조금이 주어졌다면, 나라에서 보내준 도우미가 있었다면, 아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됐다면, 그렇게 진상을 부리기보다는 조금 더 여유 있는 행동을 보여줬을 사람도 있었겠죠. 잦은 진상맘 이야기 속에 태어난 '맘충'이란 단어도 애초에 없었을지 모르겠네요.

얼마나 많은 분이 제 생각에 동의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러한 점에서 '맘충'이란 단어와 많은 사람이 비교했던 '개독', '오유1충', '패션고자' 등의 단어는 분명 그 궤를 달리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단어들과는 달리, '맘충'이 지칭하는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한 데에는 제 책임도 있을뿐더러, 그들이 진상이 되어가며 키워낸 아이들로부터 언젠가 저는 도움을 받을 것이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