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바둑판의 크기에 대해
게시물ID : baduk_2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키펨
추천 : 2
조회수 : 21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3/17 17:09:46
안녕하세요.

꾸벅꾸벅 졸다가 생각나서 바둑게에 오니 바둑판 줄 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게 보여서 개인적인 생각을 몇 줄 늘어놔 보려고 합니다.


1. 입문분들께

 이제 막 바둑에 입문하시는 분들이 어떤 바둑판을 써야 할지 혼동을 느끼실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마주 앉아 보면 19줄은 생각보다 넓거든요ㅡㅡ;; 입문자 분들이 바둑에 대해서 아시는 건 '집을 많이 지으면 이기는 게임'인데 '돌을 따낼 수도 있다'는 것이 전부일 때가 많은데, 보통 바둑을 배우기 시작하면 대부분 후자에 집중을 합니다. 그게 더 재밌거든요. 바둑의 집이라는 게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라 처음엔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그에 비해 돌을 잡고 따내는 쾌감은... 이루 말할 바가 못되죠. 솔직히 저도 따내는 게 순간의 쾌감은 아직도 더 좋습니다. 착착 들어내서 뚜껑에 좌르륵 내려놓을 때의 그 청량감이란...

 그래서 전 입문 분들껜 9줄이나 13줄 바둑판을 권합니다. 아직 초반/중반/종반이니, 포석이니, 정석이니 그런 개념들이 너무 어려우신 분들께 말이죠. 넓은 바둑판을 경영하는 것도 좋지만 살짝 좁은 전장에서 상대편의 돌을 어떻게 공격해서 따내고, 내 집을 키울까를 고민하면서 바둑의 재미를 느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게임이든 재미를 느끼고 나서야 그 이후에도 계속 해볼만한 마음이 들테니까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접이식 바둑판의 뒷면엔 9줄이나 13줄 바둑판도 함께 그려져 있으니(장기판이 있는 경우도 많지만요) 19줄이 너무 어렵다 싶으시면 9줄, 13줄에서 먼저 도전해보세요.

 저도 오래 전에 어린이 바둑대회에 나가고 했을 때는 쉬는 시간에 놓여있는 바둑판 뒤집어서 친구들이랑 13줄 바둑도 자주 두고 했었네요ㅋㅋㅋ 19줄 바둑판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변화가 적으니까 시간도 적게 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과 돌이 붙는 형태들을 익히기 좋습니다.


2. 초보분들께

 이제 좀 돌이 붙으면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알겠고, 엉성하더라도 포석과 정석의 개념을 익혔다 싶으면 19줄로 넘어가세요. 13줄과는 정말 비교가 안되는 세계가 펼쳐집니다. 가끔 13줄 바둑에 너무 익숙해져서 19줄을 거부하시는 분들도 봤습니다만 13줄 바둑과 19줄 바둑은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괜찮을 만큼 그 재미가 전혀 다릅니다. 포기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19줄 바둑의 내용은 워낙 보편적이니 더 말을 붙이지 않겠습니다. 인공지능보다는 사람과 두는 것이 좋고, 오프라인에서 마주 앉아 둘 사람이 있다면 고수에게 배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온라인에서 고수랑 붙어서 깨지기만 하는 건 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고수와 두는 것은 배우기 위함인데 초보 분들이 고수의 수를 보고 홀로 무언가를 깨우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거든요. 져서 울분만 쌓일 수도 있습니다ㅠ.ㅠ 오히려 맞수와 붙어서 이기고 지면서 승부의 재미를 느끼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무조건 많이 두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실력이 빨리 늡니다. 좀 실력이 붙어서 고수의 수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본인의 실력보다 1~2급 정도 높은 분들과 두는 것도 좋습니다.


3. 바둑 매니아분들께

 어떻게 표현을 할까 하다가 이제 19줄도 너무 많이 뒀고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 하는 바둑 매니아분들께... 오래 전 월간 바둑에서 특집으로 바둑판에 대해서 다뤘던 적이 있습니다. 9줄, 13줄, 19줄에 25줄... 35줄(!)에 원형(!) 바둑판까지도 실험해본 엄청난 특집이었죠. 결론은 19줄이 변화가 적당해서 가장 재미있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만 다룬 바둑판도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ㅎㅎ 한 번 그려서 둬보시면 또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오래 전에 해봤던 걸로는 35줄은 정말 너무 커서 힘들고... 25줄은 그럭저럭 재미가 있더군요. 원형 바둑판은 사각과 완전히 달라서(귀와 변의 구분이 없으니까요) 재밌습니다만 그리기가 어려운게 단점이네요=ㅅ=;;

 또 다른 걸로는 화점에 엇갈려서 흑백 2점씩 4개의 돌을 놓고 시작하는 고대의 바둑과, 16개의 돌을 놓고 흑이 중앙에 착점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순장바둑도 있습니다. 이건 19줄 바둑판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포석의 변화가 덜해 현대 바둑보다는 재미가 없다는 평이 많습니다만, 가끔 생각날 때 한 판 씩 둬 보면 현대 바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 정도가 되겠네요. 저 자신은 바둑알을 안 잡은 지 조금 오래 되어서...(손맛이 없어서 온라인 바둑을 좋아하지 않다보니 둘 기회가 좀처럼 없네요ㅠㅠ) 바둑게에 글 쓰기가 조금 멋쩍습니다만 이런 의견도 있다 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