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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피천득] 어떤 한화 팬의 5위.
게시물ID : baseball_988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oung.K
추천 : 10
조회수 : 708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07/05 15: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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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내가 대전 직관을 다녀오며 본 일이다.
나이든 한화팬 하나가 엠팍에 가 엉망으로 편집된 스샷 하나를 올리면서,
『황송하지만 한화가 5위를 하고 있는게 맞나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관심종자마냥 댓글을 기다린다.
엠팍 사람들은 어그로가 아닌지 이전글을 뒤져보다가 2013년도의 게시물을 읽고는 눈물을 삼키며,
『5위가 맞소.』
하고 댓글을 달아준다. 그는 맞다는 말에 신나서 감사하다는 대댓글을 연실 달며 좋아하다가 이내 디시를 찾아 들어갔다. 짤방이 올라가지 않아 몇 번이나 글을 다시 올리다가 간신히 성공하며,
『한화가 정말 5위에 +5승을 하고 있는게 맞습니까?" 하고 묻는다.』
디시 사람들은 유동닉인걸 보고 시치미를 뚝 떼고서는
『X신아, 어디서 조작질이야?』
『한화 지금 9위다. KT랑 0.5게임차다-_-』
『현실도피중인 게시글입니다.』
라고 답한다.
한화팬은 오타를 고치지도 못하고
『조작한 거 아니비ㄴ다!』
『그럼 꼴찌가 무슨 수로 1년만에 강팀이 돼?』
『김성근이 감독으로 온 꿈이라도 꿈?』
『꿈도 아니고 스포츠 사이트에서 바로 찍어 온 스샷입니다!』
한화팬은 놀림당하는 줄도 모르고 억울하게 몇 번이나 댓글을 달다가 간신히 하나 뜬 "축하합니다."라는 댓글에 연신 눈물을 흘리며 황망하게 사이트에서 도망나왔다.
그는 이후로도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한화 글만 찾아 보다가 포털 사이트 야구 페이지로 들어가더니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 장면을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며 행복한듯 웃는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버스 옆자리에 앉은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한화가 5위를 한게 그렇게 좋습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 장면을 끄더니
『어. 그게 파울일지도 모르지만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라서 이럴 땐 심판의 판정을 존중해야...』
라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염려 마십시오. 저도 한화팬입니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이글스 공홈에 들어가 선수들의 면면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열성 팬도 아니고 친척이 선수단에 있는 것도 아니네. 1999년에 팬이 된 이래로, 언젠가는 한화가 다시 우승을 할 거리며, 선수들이 혹사당할 때도, 수비가 엉망일 때도, 유망한 선수들이 전부 이적할 때도, 패패패류현진일 때도, 그리고 매 년 꼴찌를 계속할 때에도, 마지막 홈 경기를 삼성에게 22:1로 털릴 때에도, 타 팀 팬들이 꼴칰이라 놀릴 때도, 최강한화를 외치며 한결같이 응원해 왔다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헌신적으로 한화를 응원해 온 겁니까?"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선수들이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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