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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들지 않는 화장품
게시물ID : beauty_1168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컷수컷
추천 : 5
조회수 : 1041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7/07/29 16: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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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페이스샵 허브 앤 릴리프 플래쉬 옴므 멀티 후레쉬 밤

언제 이 화장품을 구입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대강 기억의 사다리를 더듬어 올라가보면, 그때가 처음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군에 입대했던 과거가 나타난다. 당시의 나로서는 화장품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몇 가지 제약이 있었고, 그 제약을 해결해 줄만한 제품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어야만 했다.

첫째로, 당시 내 관물대에는 스킨로션, 애프터쉐이브의 3종 세트를 함께 보관할만한 공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세면 바구니에 커다란 용량의 화장품을 넣고 다니기는 무겁기도 무거울 뿐더러 그 외에도 바구니에 보관해야 할 물품이 있었기에,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컴팩트한 사이즈의 화장품은 이만한 게 없었다.

둘째로, 스킨로션, 그리고 에센스 등 몇 가지 제품을 한번에 하나씩 사용하면 시간도 오래 걸려서 환복이나 세면, 모포 걷는 등 일과 전 일과활동에 지장이 가기 때문에 선임들로부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때문에 스킨+로션+수분에센스 3가지 기능이 하나로 합쳐진 이 멀티 제품은 군인은 물론 일상에 세안 후 피부관리에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에게도 훌륭한 선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케이스도 실용적이었다. 이 제품의 케이스는 뚜껑을 돌리거나 여는 방식이 아닌, 그냥 펌핑하면 적정량의 내용물이 나오는 스타일이라 사용하는 데 있어 매우 편리하기 그지 없었다.

셋째, 당연하다고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일병 선까지는 사제 화장품을 사용하면 눈치가 보인다는 게 내가 근무했던 부대의 특성이었다. 써도 티 안 나게, 괜히 비싼 고기능성 고비용 고급 화장품 케이스라도 눈에 들어왔다간 "군대 피부 관리하러 왔냐"라고 쿠사리를 먹던가 하는 악습 아닌 악습이 있었다. 때문에 케이스 컬러에 살짝 초록색이 가미된 청자빛을 띄는 이 제품은 그나마 사제티가 덜 난다는 장점이 있어, 나는 이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튼 이런 이유로 나는 이 제품을 상병 때까지 계속 애용했었는데, 어느 정도 짬도 차고 나자 서서히 집에서 사용하던 애프터셰이브와 스킨로션을 가져와서 이등병 일병들이 모포 걷고 환기 시키는 사이 느긋하게 세안 후 피부 정돈을 할 만한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이 제품은 내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는데 그래도 MT나 수련회 등, 많은 짐을 가져가기 곤란한 장소에서는 스킨로션과 수분에센스가 하나로 되어 있다는 뛰어난 휴대성 때문에 가아끔 이 제품을 사용하곤 했다.

그리고 집을 떠나와 타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지금, 면도 하지 않는 날은 이 제품으로 건조해지는 피부를 진정시키곤 한다. 못해도 거의 이틀에 한 번씩은 이 제품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게 생각이 난다.

대체 이 제품은 언제 바닥이 나는 거지?

내가 이 제품을 쓴 게, 그러니까 10년 전 이맘때 이등병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때 이후로 같은 종류의 제품을 추가로 구매한 기억은 없다.

화장품에도 유통기한이 있었던가? 그러고보니 화장품 밑 바닥에 연도월일이 찍혀 있기는 한데 이게 유통기한인지 알 수가 없다. 못해도 벌써 10년이 지난 제품이니 유통기한이 지나서 내용물이 변질되었다고 한다면 벌써 내 피부는 벌겋게 달아오르거나 뾰루지 같은 문제가 발생했어야 한다. 그런데 내 피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이 화장품도 계속해서 펌핑하면 내용물이 나오고 있다. 용기를 잡고 흔들어보면 내부에서 약간의 끈적한 액체 같은 것이 출렁이는 게 느껴지는데 느낌상 못해도 20%는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체 그 동안 용기 내부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가끔 생각하는데, 혹시 모르는 사이 내용물이 희석되고 내부에서 무슨 수분 같은 게 발생하여 양이 그만큼 는 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닥이 나지 않는단 말인가. 이제는 유통기한이 신경쓰이는 게 아니라 "과연 나는 언제 새 스킨로션을 사게 될까"하는 게 새로운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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