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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때 강제 타락한 썰
게시물ID : bestofbest_1028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기꼬기
추천 : 413
조회수 : 53156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3/16 17:27:15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3/16 10:06:08

아무래도 전 전생에도 모태쏠로였을 것 같으니 음슴체.

 

 

 

 

때는 바야흐로 파릇파릇한 초딩 2학년.

 

그 시절은 온 동네 구석구석 은혜로운 '글방' 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시절임.

 

가입비 2500원 ~ 3000원.

잊지않아. 가입비... 당시 내겐 오백원도 거금이었는데 ...

 

그래서 아부지까 이런 아양 저런 아양 떨고 떨어 마련한 가입비를 들고 학교 바로 앞 건널목만 건너면 있는

개미 문방구 옆, 개미 글방으로 달려갔음.

 

와! 내 세상이다!

두근거리는 맘에 하루에 한권씩 빌려 보며 즐거운 스쿨 라이프를 즐겼었음.

 

 

그러던 어느날.

그 날도 2교시가 끝나고 좀 더 긴 쉬는 시간에 학교 정문을 탈출하여 발군의 달리기 실력으로 건널목을 돌파하고

어김없이 개미 글방으로 착지. 쉬는 시간 끝나기 전에 뭔가 하날 골라 잡아서 복귀해야 해! 란 심적 부담감, 압박감으로

헉헉대던 내게 글방 주인 아저씨가 뭔가 한권을 추천해주셨음.

 

꽃 배경에 두 주인공이 어깨동무였나??? 뭔가 하고 있는 표지였고.

그래, 빨간 딱지도 없어서 아무 의심 없이 잡았음.

아저씨도 '언니들이 이거 많이 보더라.' 라고 추천의 이유도 밝힘.

 

언니들이.

언니들이...

(고등학생)언니들이...!!!!

 

 

난 3~6학년 초딩 언니들이 인줄 알고 아싸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냅다 들고 교실로 복귀했음.

아껴서 야금야금 보다가 집으로 왔음. 울 집은 예나 지금이나 만화책, 판타지 소설책 등은 절대 금지인지라... ㅠㅠㅠㅠㅠ 뱃속에

만화책 한권 꼬불쳐 숨기고 화장실로 들어가 희미한 창문 빛에 의지하여 한장 한장 줄어드는 페이지에 안타까워하며 읽어나가던 차에.

 

 

느닷없이 남주가 여주의 옷을 벗김! 으악!

바지도 벗기려고 하는데 여주의 거부로 못 벗김!

 

근데 음 가슴이 없음.

생각해보니... 만화 배경이 남고인데.. 왜 여주가 남고에 다니지.

 

숔! 숔크! 진심 어린나이에 쇼크였음.

남자 여자 뽀뽀 이 이상의 성에 대한 것은 전혀 알지 못했던 내게.

티비로나 만화로나 소설으로나 내 귓구멍으로나.. 가장 처음 접한 붕가(비록 붕가 바로 직전일 지라도...)가 남x남 이라니.

동성애 란 단어가 있는 줄도 모르던 시절.

 

개미 글방 아저씨는 내게 동인녀로서의 길을 강제로 터주셨으니...

 

 

아니 동인의 길을 터주시고, 그 이후 추천해주시는 만화가.. D.N.A 였나...

내가 D.N.A 를 접하고 난 이후로... 난 교실에서 제 2의 글방이 되어버림.

성적이 올라 용돈이 넉넉하게 되자 난 그 용돈을 모조리 개미 글방에 투자했음.

 

소녀 만화는 모두 섭렵. 금단의 ㅇㅇ 시리즈는 빨간 딱지 안 붙은 거 찾기가 어려웠고. 눈을 돌린 게 소년 만화.

노출이 많았던 소년 만화. 소년들이 열광하는 소년 만화.

 

내 책가방에는 교과서 대신 만화책이 한가득.

소년들은 등교하자마자 내게 과자나 껌, 사탕을 바치고 만화책을 빌려갔음.

 

 

그리고 그 다음 학년.

난 만화책의 힘으로 반장까지 거머쥐었음.

 

.. 반장선거에서 소년들의 몰표를 받아...

 

 

 

 

 

 

아, 마무리를 지어야하는데..

 

지금은 사라졌지만.. 개미 글방 아저씨.

아저씨 덕에 취미생활 좋은거 얻었습니다.

한 때 만화가가 꿈이되어 중학교, 고등학교 서클도 만화부에 들어갈 정도로 만화의 열정을 주시고 동인의 길을 터주신

개미 글방 아저씨.

제가 아저씨한테 투자한 자본으로 부자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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