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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암
게시물ID : bestofbest_1110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bm5qZ
추천 : 537
조회수 : 50838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5/22 15:51:21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5/21 22:44:45

저는 고환암 환자입니다.

언제부턴가 한 쪽 고환이 부풀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샤워 중에 발견하고, 가까운 의원에 가보니 "부고환염"이라더라구요.

약먹고 약 3주정도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올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도 사이즈가 작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종합병원에 가서 혈액검사, 초음파, CT를 찍었습니다.

암일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5일 후 한 쪽 고환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마취에서 깨니까 한 쪽 고환을 잃어버렸다는 슬픔보다 통증이 너무 심했습니다.

조직검사결과 악성종양라고 했습니다.

고환암이 맞았습니다.

왜,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아직 원인은 모른다고 합니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앞두고 항암치료 중에 생길지 모르는 불임에 대비해서 정자은행에 정자를 냉동하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구요.

세 번 정도 냉동을 했는데, 그나마 남아있는 정자들도 보통사람들에 비해서 수가 5%이하이면서 건강하지도 않다고 하네요.

전 이제 불임에 기능을 잘 못하는 고환 한 쪽만 남아있습니다.

대학 졸업 전에 취직이 잘 되서 일하다가 작년에 퇴사하고...... 유학을 준비해서 미국에 있는 대학원에 장학금을 받고 합격해 놓은 상태였는데

뭔가 많이 아쉽네요.

아직도 더 도전하고 해보고 싶은 일이 많은데......

술, 담배, 동물성지방, 백미, 밀가루, 설탕, 방부제, 튀긴 음식, 구운 음식 등 식단관리를 철저하게 하려다보니

친구들 만나는 것도 꺼려지고... 다시 사회생활을 하기가 꺼려지고 겁이 납니다.

20만명 중 한 명 꼴로 나온다는 병에 왜 하필이면 내가 걸려서 이러나 하는 억울함도 있네요 아직도...

여자친구와는 다른 핑계로 헤어졌고(상처를 좀 줬네요, 제가 또 잡을 것 같아서)

아직 친구들에게는 말도 못꺼냈어요.

원인불명으로 걸리는 병이라고 해도 부위가 그렇다보니,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까봐 두려워요.

저도 아프기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고자라든가 짝불알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놀림거리로 다루곤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가 이렇게 되고나니, 심영짤방만 봐도 웃음기가 사라지네요.

아이고...

내일 아침에 다시 어머니와 병원에 갑니다.

항암치료를 받을지 말지에 대해 상담하러 가요.

아직 다행히 전이는 되지 않아서

병원에서는 무조건 항암을 받고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라고 하는데, 전 좀 무섭네요.

항암치료 받으면 머리도 빠지고, 통증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하대서요.

항암이 사람을 죽인다는 말도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어쨋든...

제발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 날이 더 많고 밝기를 바라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이 글 읽으시는 분들, 술 담배는 꼭 끊으셨으면 좋겠네요.

나도 모르게 오는 병이 암인 것 같거든요.

모두들 건강하시길.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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