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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중 누가 갑자기 쓰러진다면
게시물ID : bestofbest_1362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lverriver
추천 : 394
조회수 : 27401회
댓글수 : 37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11/27 07:59:19
원본글 작성시간 : 2013/11/26 19:39:29
 퀴즈입니다.
평소에 병 하나없던 우리 할머니가 식사하시던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다.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에도착하니 직원들이 나와서 울 할머니를 어디론가 데려가고 의사가 나와 쓰러지기 전 상황을 물어보더니 아무설명도 해주지않고 들어가버린다. 할머니가 걱정되어서 미치겠는데 상태를 물어보니 간호사가 접수부터 하라고 접수처를 가리킨다. 여기서 올바른 행동은?

1. 접수하고 누군가 나와서 설명해줄때까지 기다린다
2. 환자생명이 더 중요한데 설명해줄 의사는 없고 접수부터 하라는 간호사언니에게 화를내서 진료를 속행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경우의 수는 많지만 제가 응급실에서 주로보는 유형은 저 둘입니다.
사실 저렇게 보호자분이 접수부터 하라고 할때 화내는 이유는 제가 위에 썼듯이 돈없으면 치료안해주려는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이유는 다년간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봤던 저 상황에 대한 비의료인의 이해도를 높여 양측의 정신적 시간적 소모를 줄이기위함입니다.
오늘 응급실 지나가다가 또 저 상황에 맞닥드린 두분 봤거든요....

보통 의식이없이 실려오는 환자는 응급환자로 분류되어 응급실에서도 중환자구역으로 가게됩니다. 의식이 없으면 숨을 제대로 쉬지못해 뇌로 원활한 산소공급이 안되는데 뇌의경우 저산소증이 5분이상 지속되면 돌이킬수없는 손상이 오기시작합니다.
그런데 의식이없어서 119에 연락해서 기다리고  병원에 올때까지 5분이 안걸리는 사람은 한명도없을겁니다 보통은 빨라도 2~30분이죠.
결국 처음에 위급한 상태인 환자는 병원에 올때쯤이면 더 악화된 상태로 가고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혈관잡고 (말초혈관은 간호사가잡고 큰 중심정맥은 위험하므로 의사가 잡습니다) 어떤검사할지를 결정하고 인공호흡관 삽입도하고 불가능할시 기관절개술도 바로해야할수있고 동맥 혈관도 잡고 이 모든일이 이루어지는 와중에 산소포화도와 혈압등등이 정상을 유지하도록 약을 계속 주사해야합니다. 즉, 위급한 환자일수록 시간이 촉박해 보호자에게 당장 나가서 설명해줄사람이 없는겁니다.
의사도 신이 아니기때문에 검사결과가 나와야 이를 토대로 설명드릴수가 있어요.

제가 드리고싶은 첫째말씀은 "감히 질문하고 재촉말고 기다려라"가 아니고 시간이 꽤 소요될수있으니 그 사이에 의료진을 닥달할게 아니라 해야될 일을 생각하시라는겁니다. 혹시나 병원에서 처방받았던약은 아니지만 그냥 사서 복용하시던약은 없는지 집에서 누군가 찾아보고 있으면 가져와 의료진에게 알리고,
혹시 위독한 상태라고 얘기를 들으면 누구한테 연락해야할지, 다니던 직장이있으면 내일당장 제출해야할 서류는 무엇일지, 병원 진료에대하여 보험문제등 혜택받을수있는지여부 (산재같은경우 몇몇회사에서는 지정병원에 가야만 혜택을 다 받을수 있더군요) 등등...가슴아픈 시간을 잊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효율적인 일을 하시라는겁니다.

둘째로 제가 말하고싶은건 접수는 말그대로 환자 이름으로 처방을 내기위한 목적이지 돈떼고 도망칠까봐 받는거아닙니다 (경영자 입장에선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큰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의 대다수는 월급쟁이이므로 환자가 진료비를 내지않고 도망치든 말든 상관안합니다 골치아파지는건 원무과나 경영팀이나 그런행정직 분들이겠죠)
심지어 접수할때 접수비같은건 받지도않아요 나중에 한창 입원해있거나 퇴원할때 정산합니다. 하지만 환자에게 피검사를 시행하고 씨티를 찍고 하러면, 요즘은 병원 시스템이 거의 전산화되어있기때문에 환자번호를 입력하지않고는 검사가 아예 다음단계로 진행을 못하고 멈춥니다.
급하면 대충 가짜이름 지어서 하면 되지않냐고요?
예를들어 울할머니 이름이 이말순 이신데 병원측에서 급하게 마꽃순이라고 이름을 임의로 입력하고 검사를 진행했다칩시다.
피검사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이상할때는 진단검사의학과에서 담당 의사나 간호사에게 전화를 합니다. 근데 피검사를 보내고나서 직후에 꽃순할머니는 가족들에의해 말순이로 바뀌어버립니다. 시간이지나 담당간호사도 퇴근을 했고 꽃순할머니의 검사결과가 이상하다는 전화를 받은 간호사는 꽃순할머니를 찾기위해 다시 시간을 소모해야합니다. 이미찍은 씨티는 꽃순이라고 이름이 입력되버렸고 이름수정은 불가해서 평생 꽃순이라는 이름으로된 씨티를 갖고지내셔야합니다. 전산이 오류가나면 일정 검사가 다 새이름으로 넘어가지않는 상황도발생할수있고, 무엇보다 이름을 왔다갔다하면 의료진 사이에 혼동이생겨 환자를 헷갈릴수있습니다.
그니까 응급실갔을때 접수부터 하라고 하면 화내지 마시고 환자분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것부터 제일먼저해주세요~ :)

환자를 돈으로본다며 환자 걱정하기도 바쁜데 속상해하며 병원에 화내고있는 보호자도 안타깝고
시스템때문에 잘못없이 욕먹고있는 간호샘들도 안타깝고
이 상황은 모르고 안에서 땀흘리며 환자보면서 접수번호뜨면 바로 처방내려고 무한클릭하는 의사샘들도 안타까워서
급격한 응급실에서 모두가 불필요한 정신적 소모를 줄이면서 환자만 생각하는 마음이길 바라면서 한자 적었습니다
모바일이라 매끄럽지 못한 표현이나 띄어쓰기나 오타 등은 양해해주세요 생각보다 길게써서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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