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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훈련 이야기
게시물ID : bestofbest_1363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eio
추천 : 267
조회수 : 24515회
댓글수 : 25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11/27 23:19:31
원본글 작성시간 : 2013/11/27 15:53:05
 
전술훈련을 앞두고 소대장에게 지시가 떨어졌다. 이번 훈련기간에 상급부대에서 훈련시찰을 나올 예정이니 훈련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완벽하게 준비를 하라는 지시였다. 이미 전에도 한번 훈련시찰이 예정되어 있어 빡세게 준비했다가 결국 시찰은 오지 않고
훈련이 종료된 적이 있기에 반신반의 했지만 이번엔 확실히 온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번엔 2박3일동안 야외숙영을 한다는 것이었다.
다들 훤히 뚤린 고생길에 한숨을 푹푹 쉬었지만 나는 믿는구석이 있었다. 그건 바로 위병조장 근무였다. 보통 훈련기간에도  
위병소에는 항상 근무자들이 있어야 하기에 위병조장들은 훈련시에도 따로 훈련을 받지 않고 위병조장 근무만 서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나 대신에 다른 근무자를 세우고 나는 훈련에 참가하라는 소대장의 통보였다.
이유를 물으니 중요한 훈련이라 분대장급들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훈련은 중요하고 내 입은 중요하지 않나며
나는 입이 쉽게 돌아가는 체질이라 맨바닥에서 자면 안된다고 소대장에게 호소했지만 소대장은 듣는체도 하지 않고 내무실을 나섰다.
 
그렇게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훈련에 참가할수 밖에 없었다. 정신없이 첫째날이 지나가고 어느새 날씨는 어둑어둑해 지고 있었다. 
훈련일정이 끝나고 잠을 잘 텐트를 치기위해 숙영지로 향했다. 숙영지는 산 중턱에 공터였고 얼핏 보기에도 경사가 상당해 보였다.
그냥 눕기만 해도 저절로 굴러갈것 같은 경사였고 우리는 툴툴대며 평탄화 작업을 시작했다. 어느정도 땅을 파니 체력이 고갈되어
더이상 땅을 팔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고 어차피 하루 자고 말건데 라는 마음으로 대충 텐트를 치고 들어가 누웠다. 훈련소 이후에 처음
들어가보는 A형 텐트는 비좁기 그지 없었다. 그래도 피곤해서 인지 나는 금새 잠이 들었다.
 
이질감에 잠에서 깨어났을땐 이미 텐트안은 물바다였다. 밤새 내린 비로 인해 텐트안으로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고 특히 맨 끝자리인
내자리는 흘러내린 물들이 고이기 시작했다. 기초공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이미 물은 누우면 귓볼에 닿을만큼
고여있었고 난 데어데블이 된 심정이었다. 처참한 마음으로 다시 그 물웅덩이 위에 몸을 뉘었다. 내게 엎드려 자는 버릇이 없다는 사실을
위안삼으며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났을 때 몸의 절반만 불어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둘째날엔 이번 훈련의 하일라이트인 상황조치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참호에서 적군과 마주쳤을때를 대비한 상황조치 훈련이었는데 평소처럼 그냥 빈탄창에 입으로 소리를 내서 훈련을 하는게 아니라 공포탄을 사용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특별히 더 신경써서 연습을 한
훈련이었다. 특히나 나같은 경우는 화기분대 분대장이라 우리 분대에 주어진 역할이 더더욱 막중했다. 우리가 연습했던 예상 시나리오는 
참호에서 적을 발견하면 수류탄을 던진후 M60기관총으로 제압사격을 실시하고 소총수들이 남은 적을 소탕하는 시나리오였다.  
산 중턱에 참호를 파고 있을때 드디어 상급부대의 심사관이 나타났다. 이미 사전에 수없이 예행연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대장의 얼굴
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참호를 다 파고 우리는 저항군이 나타나기 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드디어 산 밑에서 저항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항군을 확인한 나는 연습용 수류탄을 집어던졌다. 쾅! 하고 신관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옆 참호에 있던 M60사수 후임이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정적이 감돌던 산등성이에 탕! 하고 공기를 찢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계속 울려퍼져야 할 기관총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원래 공포탄은 연발사격이 안된다. 그래서 총기 앞쪽에 아답터
라고 하는 연발사격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비를 따로 끼우는데 M60에 끼워놓았던 아답터가 첫발과 함께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당황한 후임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가 결국 한발씩 장전해 공포탄을 쏘고 있었다. 그때 우리가 가져간 공포탄이 200발이었다.
 
혹시모를 상황을 대비해 예비 아답터를 가져갔지만 당황한 후임은 그 사실을 까맣게 잊은듯 보였다. 옆초소에서 손짓발짓을 하며 신호를
보내도 이쪽을 보지 못하고 분당 5~6발 간격으로 기관총을 쏘아댈 뿐이었다. 이제는 저항군들이 당황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마저도 얼마가지 못했다. 탄이 끼었는지 장전이 되지 않았고 그 후임은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소대장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것 같아 보였다.
한참을 우왕자왕하던 후임이 해결책을 생각해 냈는지 다시 방아쇠를 잡았고 탕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나도 울고싶어졌다.
후임은 입으로 탕! 탕! 소리를 내며 총쏘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심사관의 얼굴은 어제 맞은 비보다 더 차가워졌고 훈련중이라 큰소리로
이름을 부를수 없어 온몸으로 발광하던 나를 드디어 후임이 발견했다. 나는 빨리 예비아답터를 꺼내 이 상황을 해결하라고 온몸으로 신호를
보냈고 한참을 쳐다보던 후임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거렸다. 드디어 이 악몽같은 시간이 끝나나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있는데
그 후임은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두두두두두두두!'
 
후임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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