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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페미니즘이 겪었고, 겪고 있으며, 계속해서 겪게 될 가장 큰 문제
게시물ID : bestofbest_1523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연.
추천 : 458
조회수 : 30941회
댓글수 : 21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03/08 14:34:34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3/08 12:33:09
그건 한 마디로 말해서 ‘악의적인 왜곡’입니다. 일단 예시부터 들어가죠.



1. 아예 루머

조리퐁/소나타/테트리스 등이 유명한 사례입니다.
천리안 시절부터 있었던 루머로서, 당시엔 YWCA가 그랬다더라~ 였다가 여성부가 생긴 뒤엔 여성부가 그랬다더라~ 로 바꼈죠.

물론 그딴 일은 없습니다. 근데 더 중요한 건, 저런 고전 말고 현 시점에서도 그런 루머가 계속해서 생산된다는 겁니다.
여성단체를 까는 내용이긴 한데 그런 일이 있었다는 증거는 전혀 없는 글들은 너무 많아서 굳이 사례를 짚을 필요도 없을 정도죠.



2. 일단 여성단체 탓하고 보기 또는 여성단체가 한 짓인 척 하기

가장 유명한 건 ‘남녀평등 신호등’일겁니다.
오세훈 휘하의 서울시에서 벌인 짓이지만, 정작 극딜을 당한 건 아무 관계없는 여성부였죠.
그리고 당시 저 뻘짓에 대한 여성단체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남녀평등 신호등, 난 반대일세~ /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오마이뉴스에 기고 / 2011.04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58615&CMPT_CD=P0001

남녀평등 정책이라는데, 짜증만 느네 /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오마이뉴스에 기고 / 2011.0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62463&CMPT_CD=P0001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서울시에서 올린게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 정계에서의 최초제안자는 이 사람입니다. 

우제항, "신호등도 성차별인거 아시죠?" / 노컷뉴스 / 2005.09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050923171614088

20050923171614.066.0.jpg

보다시피 일단 남성이고, 약력을 살펴봐도 여성주의와는 티끌의 관계도 없습니다.
즉 페미니즘엔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뭔가 차별을 타파하는 듯한 이미지를 얻어보려고 지랄들을 벌이고, 정작 욕은 애꿏은 여성단체가 먹는다는 거죠.

문제는 이게 꽤 흔한 일이라는 겁니다. 여성좌석/여성도서관/여성주차장 이런 레이디 퍼스트적인 사고에 기반한 여성정책?들은
백이면 백 여성단체와는 상관없이 특정 지자체나 기업에서 벌이는 뻘 짓들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실을 알기보다 일단 여성단체를 까고 보는 것을 선호하며,
저런 뻘짓을 벌이는 이들도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더더욱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라는 식으로 아무거나 대충 내지르죠.



3. 여성단체=페미니즘?

성재기가 툭하면 지껄이던 소위 수백 여성단체설이 대표적이죠. 뭐 그딴 인간 얘기는 굳이 필요없고, 
여성단체라는 이름으로 주로 얽히는 가장 대표적인 단체. YWCA의 목적부터 보고 가시죠.

01_01_01_02.gif

네? 여성단체요? 아... 뭐, 일단 여성으로 이루어진 단체니까 여성단체는 맞네요.
근데 페미니즘 단체는 아니죠. 보다시피 그냥 기독교 단체입니다. YMCA의 한 세트죠.

그리고 기독교는... 페미니즘이랑 싸웠으면 싸웠지 친하게 지낸 적은 없습니다.
물론 기독교를 쉽게 포기못하는 서양애들은 기독페미니즘이니, 기독사회주의니, 기독아나키즘이니 별 미친 짓을 다 시도하지만 그 동네에서도 그딴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죠. 사상과 종교가 충돌하자 사상을 종교에 끼워맞추는 멍청이들이니까. 사회학계의 창조과학회라고 할까요.

아무튼. 소위 여성단체라는 이름하에 페미니즘 그룹과 단순히 여성으로 구성된 그룹이 묶여서 같이 까이는 일은 지나치게 흔합니다.
뭐 여성부 장관으로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앉는 세상이니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참고자료 / '식품영양 전문' 여성부 장관에 여성계 '황당' / 오마이뉴스 / 2009.09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09698

이걸 반전시켜서 생각하면 뭐가 문제인지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조용기 같은 인간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남성의 문제가 아닌 ‘기독교의 문제’가 되지만
YWCA 같은 여성기독교단체에서 일으키는 문제는 기독교의 문제가 아닌 ‘여성단체의 문제’가 되니까요.

비슷한 맥락으로 온갖 소위 여성단체들이 하는 짓거리들을 페미니즘단체가 다 뒤집어 쓰는 일은 흔합니다.
정작 그래서 대체 뭐가 페미니즘 단체냐고 물으면 그 기준은 없고, 그냥 여성단체라는 단어만 존재하는 현실이 만들어낸 결과죠.



4. 반여성 여성단체

교사단체 중에는 나름대로 공교육의 미래를 걱정하고 행동하는 전교조가 있는가 하면,
자신들의 보신에 훨씬 집중하는 교총이 있기도 합니다.
좀더 적나라한 예시를 들자면 정상적인 노조와 어용노조의 대립이 있죠.

그리고 이런 문제는 소위 여성단체 사이에서도 일어납니다.
페미니즘이 뭔지, 양성평등이 뭔지, 성역할의 타파와 양성의 해방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는 관심도 없는 이들이 ‘여성단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 활동하면서, 그들을 이용해 페미니즘단체의 개혁요구를 방해하려는 이들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거죠.

이들은 위의 1/2/3항을 모두 이용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페미니즘 단체를 까려고 없는 말 지어내는 것은 흔하며,
관계도 없는 일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끌어들이고,
자신들이 욕먹겠다 싶으면 여성이라는 이름의 뒤로 숨어버리는 짓을 반복하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박근혜일겁니다. 인용할 기사도 박근혜 위주입니다.
이 주제에서 가장 핫하고 적극적인 인물이자, 온갖 화학작용의 중심이니까요.

일단 박근혜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선거때 자기가 여성이라서 어쩌고 헛소리 한걸로도 모자랐는지, 당선 이후에는 이런 일도 하고 다녔죠.

朴대통령, 여성대회 참석…"여성과 함께 국민행복" / 연합뉴스 / 2013.10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10/30/0200000000AKR20131030082000001.HTML?input=1179m

그러나 페미니즘 측의 반응은 단호합니다.


여성단체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옐로 카드’ 빼든 이유는? / 경향 / 2014.0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091820241&code=940100

당선되기 전부터 이미 단호했습니다.

“박근혜, ‘여성대통령’ 자격 없다” - 이효재 조화순 박영숙 등 130명 “여성운동 성과에 무임승차 말라” / 여성신문 / 2012.12
http://www.womennews.co.kr/news/55527#.UxqGAT9_tOh

여기에 얘기를 좀 덧붙이지면, 사실 박근혜가 최초로 대선에 나오기도 전. 
아마 2005년 즈음에 페미니즘 진영내에서는 이미 박근혜는 ‘여성대통령’이 될 수 없으며, 밀어줘서도 안되는 인물이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일단 애초에 박근혜 자체가 페미니즘과는 티끌도 관련없고 오히려 여성을 착취하던 인물이니 그런 분위기가 만연해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 상황에서 한 페미니스트가 ‘그래도 일단 성별은 여성이니까 대통령중에도 여성이 나왔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 않겠냐’는 주장을 블로그에서 했죠. 그리고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트랙백이 미친듯이 날아다니고 관련 글이 메타블로그의 메인창까지 점령하는 난리가 났죠. 결과는... 그딴 헛소리에 동의하는 페미니스트는 한두명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페미니스트들이 그 멍청이들과 박근혜 지지자들의 주장을 반박했으며 철저히 논파했죠. 물론 그 이후로는 그딴 헛소리를 하는 페미니스트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저 사건의 글들을 봤으면 말이 안되는 주장이라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사가 꾸준히 나옵니다.

여성시민단체 박근혜 대통령 지지 기자회견 / 뉴시스 / 2014.01
http://www.newsis.com/pict_detail/view.html?pict_id=NISI20140114_0009230210

그럼 이건 대체 정체가 뭘까요? 뭐긴 언론사 이름보면 뻔하잖아. 그 해답은 다른 기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여성단체 "朴 출산 그림…여성을 모독하는 것" / 뉴시스 / 2012.11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21121_0011625028&cID=10301&pID=10300

[현장에서] ‘박근혜 출산 그림’ 침묵하는 진보 여성계 / 중앙일보 / 2012.11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9932793&cloc=olink|article|default

'세계 여성의 날' 맞았지만…보수·진보 여성단체, 올해도 기념식 따로 / 한국경제 / 2013.03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030861291

이번 항목의 초입에서 얘기했던 것.
페미니즘이 뭔지, 양성평등이 뭔지, 성역할의 타파와 양성의 해방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는 관심도 없는 이들이 ‘여성단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 활동하면서, 그들을 이용해 페미니즘단체의 개혁요구를 방해하려는 이들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세력.

네. 이번 항목의 주제인 반여성 여성단체입니다.
다른말로 하자면 새누리당에서 던져주는 콩고물을 먹기위해 여성이라는 이름을 악용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주인인 박근혜와 전혀 다를게 없는 이들입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여성이라는 이름을 끌어다 쓰지만, 성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죠.

그리고 위에 링크된 기사들을 게재한 언론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위 새누리측 언론들이 이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합니다. 그로서 여성단체라는 단어 안에 모든게 섞여버리고 페미니즘은 증발되어버리며, 남는 건 보수적 여성단체와 진보적 여성단체라는 정체불명의 이분법이죠.

정상적이고도 간단하게 구분하자면 ‘페미니즘단체 / 그런거 관계없고 그냥 구성원이 여성인 단체 / 새누리빠’ 정도가 될겁니다.



5. 결론

물론 페미니즘계에서 하는 일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닙니다.
그건 어느 동네나 똑같아요. 완벽한 사람 따윈 없고, 어디나 비판받을 만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죠.
다만 무엇을 했고 무엇이 아닌건지의 구분조차도 없이 왜곡된 이미지나 소문에 묻혀버린 페미니즘의 현실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글 자체의 주제는 이걸로 끝이고...
딱 두개만 더 곁가지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일단 첫번째. 성폭력 상담이나 가정폭력 상담등은 정부에선 손 놓고 있을때부터 페미니즘계가 상담소를 설립해서 해왔고 지금도 정부보다 페미니즘계의 상담소가 더 많고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런건 언론에 언급되지도 않는다는 것. 그리고 애초에 이런 대우가 특별한게 아니라 일상이란 것.


그리고 두번째. 페미니즘 계에서 보여지는 폐쇄성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
경험담을 하나 얘기하자면, 예전에 페미니즘 잡지 이프에서 일했던 사람에게 이프 파티에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좀 고민하다가 ‘미안하지만, 어쨌든 원칙적으로 남성은 출입금지니까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좀 뜨악했죠. 근데 그 다음에 이어지는 설명을 듣고는 이해했습니다. 원래는 그런거 없었는데, 꼴마초(이 표현이 거슬리면 남성연대로 치환하세요. 당시엔 그딴 단체는 없었지만.)들이 쳐들어와서 썅년들, 씨발년들 하면서 난동부리고, 테이블 뒤엎고, 집기 때려부수고, 심지어 사람도 다치는 일들이 계속 발생해서 그런 원칙이 세워졌다더군요.

이게 한국에서의 페미니즘의 현실입니다. 심지어 정체불명의 양아치도 아니고, 고대생들이 이화여대 행사에 가서 엎어버리고 그걸 막으려던 이화여대생을 다치게 한 사건도 있었죠.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되어 왔기에 어느 정도 폐쇄적일 수 밖에 없고, 특히 남성의 접근을 꺼릴 수 밖에 없는 면이 있습니다. 물론 불쾌하긴 하지만... 그래도 뭐 완전히 폐쇄적이고 그런건 아니예요. 아예 페미니즘 단체에서 상근으로 일하는 남성들도 소수지만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페미니즘 동네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관련 홈페이지 링크.

여성주의 잡지 ‘이프’ - http://onlineif.com
여성주의 저널 ‘일다’ - http://www.ildaro.com
여성주의 커뮤니티 ‘언니네’ - http://www.unninet.net
한국여성단체연합 - http://www.women2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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