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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안녕하냐고 물어 봐 주십시오.
게시물ID : bestofbest_1526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EUNG*.*
추천 : 641
조회수 : 21533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03/10 16:40:17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3/10 09:12:25
페이스북 펌입니다. 이런 현실이.. 자극적인 헤드라인 기사들에 참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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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안녕하냐고 물어 봐 주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우리는 대한민국 전공의들입니다. 우리는 병원의 가장 어린 의사들입니다. 여러분의 진료를 최전방에서 책임지는 20-30대의 청년들입니다. 그들이 바로 우리였습니다. 우리를 기억해 주십시오!

우리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습니다.

우리가 자부심으로 버텨 온 일터를 버리고 여러분 환자분을 남기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서는 오늘 하루를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최근에 모전자서비스의 직원이 과로사로 사망했다고 기사가 떴습니다. 그는 주 80시간까지도 근무하는 살인적인 일정 탓에 사망하였습니다. 그 기사를 보고 우리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전공의들은 주 100시간 이상을 근무합니다(최고 144시간).

우리는 서로의 슬픈 눈을 봅니다. 밝은 대낮에도 눈을 제대로 뜰 수 없고 집에 갈 수 없고 밥을 먹을 수 없고 화장실을 갈 수가 없고 아파도 병원에 있으면서도 병원에 갈 수가 없습니다. 낭만적인 의학 드라마는 허탈한 거짓말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인권의 사각 지대에서 오로지 우리만이 아는 한계의 상황들을 묵묵히 견뎠습니다.

3월부터 주 80시간 근무 제한을 위한 법안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습니다. 아니, 지켜질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죽기 직전까지 일하지 않으면 병원은 더 이상 지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우리의 진료가 가치가 없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우리의 진료가 원가의 70% 수준의 가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우리에게 진료는 하지 말고 비급여를 팔아 먹는 장사꾼이 되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비급여는 정부가 보험에서 지급하는 돈이 아니라 환자 본인부담 100%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환자는 비급여 병원비로 도산하고
의사는 진료한 원가의 70%밖에 받지 못해 파산하고
병원은 진료는 내팽개친 채 비급여 개발에만 골몰하고
정부의 건강보험재단은 조 단위의 흑자 잔치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부는 망하게 생긴 의사에게 비급여를 더 팔아먹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진료와 상관없는 화장품과 의료 장비, 건강보조제, 여행 상품, 온천 등을 팔아먹으라고 합니다.

우리는 장사하기 싫습니다.
우리는 진료만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장사꾼이 아닙니다.
우리는 의사입니다.

우리는 의사입니다!!!

우리는 양심에 따른 진료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배운 대로 진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원격진료를 도입하기 전에 그것이 정말 환자를 위한 것인지 기업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원격진료로 진단을 놓쳐서 환자를 잃게 되면 정부는 책임을 질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원격진료로 동네 의원이 망하고 기업 병원으로 의료 독과점이 형성되면

그 때도 지금처럼 환자 대신 기업의 손을 들어 줄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의사의 손보다는 원격 진료 기기가 더 국가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그 국가가 기업을 위한 국가인지 국민을 위한 국가인지 우리는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환자 보는 것밖에 모르는 의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산모 사망률이 증가하는 나라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의사가 생명을 다루는 전공을 포기하는 나라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흉부 외과 의사가 배출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는 환자가 의료본인부담금으로 가장 많이 파산하는 나라입니다.

정부는 국민 의료에 대한 정부로서의 책임을 이행해야 합니다.
정부는 더 이상 진실을 숨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우리 전공의들이
더 이상은 침묵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37년간의 침묵을 이제는 끝낼 때가 되었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던 그 순간의 초심을 지키는 의사가 되게 해주십시오.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2014년 3월 10일 이대목동병원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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