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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병장의 하루.TXT
게시물ID : bestofbest_1552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眞달빛물든
추천 : 230
조회수 : 62367회
댓글수 : 7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04/01 23:04:35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3/31 18:05:41
17:00 복귀하기전 치킨집과 피자집에 들러 치킨과 피자를 잔뜩 샀다.
그래도 전역하기 전날인데 애들 먹을거나 먹여야겠다.



19:00 먹을 것을 들고 게이트를 통과하려고 하니 헌병애들이 안 된단다.
전역 날이라서 가져온 거라고 봐달라고 하니 그래도 안 된단다.
선임들은 도대체 어떻게 통과한거지? 실랑이를 하던 중 나를 챙겨주던 간부 한 분이
게이트 하사에게 부탁하여 통과할 수 있었다.
간부에게 크게 경례하고는 내무실로 들어섰다.


20:00 내무실에 들어서서 애들한테 치킨이랑 피자를 먹으라고 하니 애들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까 밥 먹어서 배가 안 고프단다. 그래도 성의가 있는데 먹으라고 하니까 못먹겠단다.
따뜻했던 피자와 치킨이 내무실 한 구석에서 식어간다.


21:00 분대장 후임이 내무실에 음식물 있는 거 걸리면 안 되니까 치킨이랑 피자 버려야 된다고 한다.
너무아까워서 내가 먹겠다고 하니 지금 빨리 먹으란다.
식은치킨과 피자를 꾸역꾸역 먹으려니 괜시리 서럽다.
내모습을 바라보던 분대장 후임이 후임들한테 빨리 먹어치우라고 말하니
애들이 마지못해서 치킨과 피자를 먹어치운다. 점호시간전에 그래도 치킨과 피자는 다 먹었다.


21:30 점호시간에 당직사관이 인원보고를 받더니 날 흘끔보더니 그냥 나간다.
원래 말년자들한테는 말 한 마디쯤은 해주던 사람이었는데 나를 못 본 걸까?


22:00 나는 전역자들이 항상 당하는 행사인 모포말이를 대비해서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러나 내무반이 조용하다. 코를 고는 후임들까지 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는데도 후임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
괜히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모포를 들춘다. 분대장 후임이다.
나보고 나오란다.


22:40 분대장 후임이 당직사관에게 허락을 받고 잠시 생활관 밖으로 나왔다.
내가 오폐수처리병으로 바뀌고 나서 행정병이 되었던 내 친구도 같이 나왔다. 어느새 일병이다.
밖에서 담배를 피면서 분대장 후임이 나보고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란다.
지금 여기서 섭섭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회나가서 군대에서 했던 실수 두번 다시 하지 말란다.
괜히 눈물이 난다. 난 분대장 후임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겹쳐졌다.
뒤에서 친구녀석이 내 등을 토닥여 준다.



08:30 중대장한테 전역신고를 하고 행보관한테 가겠다고하니 알겠다는 말 뿐이다.
게이트를 향했지만 게이트에 날 기다리는 후임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침에도 후임들은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렇게 전역증을 보여주고 게이트를 지나갈 때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얌마' 뒤를 돌아보니 분대장 후임이다. '전역축하한다.'
그 한 마디를 들으니 내 속에서 눈물이 뿜어져 나오려고 한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게이트를 지났다.
그렇게 내 군생활은 끝났다.
 
 
 
 
 
 
-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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