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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랑 결혼한 걸 한시도 후회한 적이 없어.
게시물ID : bestofbest_1712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mVjY
추천 : 1034
조회수 : 55092회
댓글수 : 10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07/25 01:02:08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7/25 00:20:50

고민은 아니에요... 하지만 익명의 힘을 빌려야 해서... 죄송합니다.



유달리 금전운이 없었던 나
돈이 좀 모이겠다 싶으면 뭔가 일이 터지거나 사단이 났고
그건 우리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였지

긴 연애는 아니었지만 우리집 쓰러지게 가난한 거 당신도 알고 있었고
여태껏 살아오며 부귀영화랑은 거리가 멀었다고, 나도 딱히 돈모으는 재주는 없다고 웃는 당신을 보며 
그래도 지금은 연애하는 시기니까 그렇겠지 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이 아가씨 참 착하다. 
난 이런 거렁뱅이고 서울생활 6년에 남은 거라곤 깡다구밖에 없는 나같은 놈이
결혼은 무슨 연애만으로도 과분하다 생각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던 내게 당신은 시집을 왔지.

아직도 기억난다. 어찌어찌 탈탈 털어봐도 둘이 합쳐 천만원이 전부인 암담한 상황
이런저런 거 다 하지말고 신행만 추억에 남게 좋은 곳 가자던 당신

남들은 어딜 가네 뭘 사네 집은 전세로 해야하네 월세는 돈 못모으네 하던 상황에

날 보며 웃었던 당신
당신 사는 그 자취방도 우리 시작하기엔 딱 좋아 시장도 가깝고 아늑하고 좋은데?
하며 웃었던 당신

시집 와서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시아버지 췌장암으로 투병 시작하시고
아직 정도 붙기 전인 시댁에 홀로 들어가 시아버지 병수발 다 들고
그 생활이 몇개월이었다.

나 혼자 서울에서 직장생활하고 당신은 경남에서 시아버지 병수발에 시어머니 뒷바라지

결혼 후 1년이 제일 꿈같은 시기라는데 그 1년에 절반이 넘도록 우린 떨어져 지냈구나

그렇게 한번 엉키기 시작하니 금전운은 참 안풀린다.
결혼하고 무사히 아이도 가지고 이제는 어딜봐도 예쁘기만 한 딸이 우리 사이에 방긋방긋 웃고

그 와중에 다음달이면 또 이사를 해야한다는 말이 왜그리 힘들었을까
그래도 당신은 날 보며 방긋 웃었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당신은 뭘했길래 그리 많이 샀소? 반품 안되나 좀 물어보세요 -

환이 니가 그래도 처복은 있는 놈이라고, 돌아가시던 순간까지 아들보단 며느리를 더 많이 
으셨던 우리 아버지.

여보. 
당신은 어찌 생각할라나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과 결혼한 거 단 한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어.

여보.
당신은 어찌 생각할라나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태어나면, 좀 더 빨리 당신을 찾아서 결혼부터 할거요.

여보.
당신은 어찌 생각할라나 모르겠지만,
나는 참 운이 좋은 놈이구나 싶다오. 당신을 만났으니까 말이오.

여보.
당신은 어찌 생각할라나 모르겠지만,
사랑합니다. 내 일평생 가난과 불운으로 점철된 생애였지만,
그 와중에 단 하나의 인생역전은 당신을 만난거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이 고통들이 다 지나고 좋은 날이 오면,
우리 두 손 꼭 잡고 송정 해수욕장 그 바위섬에 다시한번 갑시다.

나와 당신이 결혼하기로 하고서, 두 손 꼭 잡고 미래를 그리던 그 장소,
꼭 다시 갑시다. 그리고 이만큼 살아냈노라고 보여줍시다.

나도 더 노력하고 열심히 일할테니, 당신도 내 손 놓지 말고 같이 갑시다.

사랑합니다.
내 여자, 내 아내, 우리 딸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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