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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간호학과 누나 이야기.
게시물ID : bestofbest_1735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표고양이
추천 : 358
조회수 : 44696회
댓글수 : 2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08/11 14:41:34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8/06 18:41:24
도배하고 책장을 정리하다 보니 옛날 책들 하나하나마다
그 책에 얽힌 이야기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 중, 이 책에 얽힌 이야기.
사본 -IMG_0420.jpg
하지만 책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지
 
 
 
98년인가 99년이었을 겁니다.
 
학교 총학생회장 선거날.
저는 선거 참관인으로
의과대 건물에 가서 하루종일 붙어앉아
선거를 참관하여야 했습니다.

이게 상당히 지루한 일이라 한가할 때 시간 죽이려
다들 책을 들고가거나 했었습니다.
저 책도 제가 그렇게 들고 갔던 거지요.
 
저와 같이 참관인으로 배정받아 앉아있게 된 건
저보다 한 학년 위의, 간호학과 누나였습니다.
뭐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농담따먹기도 하고 하며
참관인으로 앉아 있는 동안
이 누나가 좀 특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나가는 수위 아저씨,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등등
모든 분들과 인사를, 그것도
'ㅇㅇ 아저씨', 'ㅇㅇ 어머님' 하고
이름까지 부르며 인사를 하더군요.
 
"누나 참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이름까지 다 외워요?"
 
그 누나는, 살짝 민망해 하면서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간호학과인 나도 남들에게 봉사하는 일을 하게 될 텐데
그 때, 남들이 나를 이렇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
 
그 날 이후로, 저도 그 누나를 흉내내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
회사 사무실을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
자주 가는 식당 아주머니
가끔 들르는 편의점 알바하는 학생
...
이름까지 부르는 경지에는 못 미치지만서도
감사합니다, 수고하십니다, 잘먹었습니다
한 마디씩은 꼬박꼬박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려면
내가 받는 것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 누나는 제게 그걸 가르쳐 주었습니다.

***
 
그래서, 제 인생이 바뀌었나고요?
글쎄요, 제가 바뀐 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분들의 1분씩은 바꾸지 않았을까요?
 
 
 
 
 
 
* 책 얘기도 아닌데, 그냥 오래된 책을 보고는
  제 오랜 습관이 시작된 이유가 기억났다는 이유로 책게에 올립니다.
 
** 제목은 살짝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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