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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장구 꼭 하고 탑시다
게시물ID : bestofbest_1781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백귀야행(가입:2011-10-12 방문:1870)
추천 : 428
조회수 : 31332회
댓글수 : 4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09/14 16:16:48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9/14 08:05:30
안녕하세요. 초보라이더이자 현직간호사입니다.
 
저는 수술실에서 일하는데요. 얼마전 새벽에 제왕절개 수술이 있어서 하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전화가 오더라구요.
 
응급실 선생님이 진짜 다급한 목소리로
 
"SDH환자가 있다. 오토바이 TA고 급하다. Brain이 밀려서 벌써 Coma다. 바로 올라가도 되겠느냐.."
 
간단하게 말하면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머리속에서 피가나서 죽어간다는 뜻입니다.
 
brain속에 ventricle이 밀리면 생명기능이 꺼지거든요..
 
또 벌써 의식을 잃었으면 정말 남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미 골든타임은 지났구요..
 
근데 문제는 무었이었냐면 당직들은 위에말한 제왕절개수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술실로 환자를 밀고 와도 수술할 사람이 없었지요..저는 chief 근무중이어서 급히 다른 직원들에게 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새벽 2시 30분에.. 그것도 전날 수술이 너무 많아서 12시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을 부른다는건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
 
비록 제왕절개가 끝나기까지 한 30분~1시간 정도만 와주어도 된다지만 정말 미안한 일입니다.
 
저는 비록 24시간 근무라 쩔어있어도 다음날 쉬지만 그 사람들은 다시 출근해야 하니깐요..
 
아무튼.. 전화를 하기 시작했는데 새벽 2시반에 다들 한잠자고 있을시간에 누가 전화를 받겠습니까?
 
계속 전화를 돌리는 와중에도 응급실에서는 "급하다. 빨리 수술해야된다"며.. 당장 마음이 급한것은 저였습니다.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기때문에 다른병원으로 보낼 수도 없을뿐더러..심지어 환자 나이는 고3 그러니까 18살이었거든요.
 
아무튼 일단 제가 준비하면 되기 때문에 마취과에 이야기한 후 환자를 일단 올려달라고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스크럽(기구주는사람)과 어이스트 둘 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있어서 콜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양팀 팀장님들이 콜됐어요.
 
급하게 기구랑 환자 받을 준비를 하는 중에 환자가 올라왔어요. 수술실에서 일하면 심하게 타친 사람을 많이 보게 되지만
 
참 처참하더라구요. 일단 머리는 깨졌고 광대가 함몰됐구요..왼쪽 대퇴골이 아에 박살이 났더라구요.
 
대퇴는 어마어마하게 부어있는게 딱 봐도 내출혈이 엄청난거 같더군요. 쓸린 상처는 없는것이 슬립한게 아니라 아에 어디 박은것같았습니다.
 
정말 다급한 와중에도 한눈에 그런게 보였다는건 그만큼 심하게 다쳤다는거겠죠?
 
참 웃긴게.. 그 와중에 복도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분만실 선생님한테 "제가 급한 환자가 있어서 아기 나올때 옆에 못있을거같다... 아기 나오면 알아서 좀 해달라"고 했더니
 
무사히 아기가 나온 모양입니다. 분만실에서 베테랑 선생님이 온것도 참 행운이지요.
 
참 기가 차지요.. 한쪽은 죽어가는데 한쪽에선 새 생명이 탄생하는게..
 
아무튼 급하게 준비하려는데 환자가 누워서 피를 토합니다. 저녁먹은 건데기가 섞여있는게 토하면서 입안에 찢어져있던 피가 같이 나왔나봐요.
 
마취과 선생님이 급하게 석션하는 사이에 신경외과 과장님이 들어오면서 "미안합니다. 너무 급해서 빨리 시작하고 봅시다"
 
제가 손을 씻고 급히 들어가고 과장님이 직접 머리카락을 밀어버립니다. 그러던 중에 콜 번 2명이 모두 도착합니다.
 
비몽사몽한 와중에 와주신 두분께 너무 죄송하더군요. 그리고 수술이 시작되고.. 제왕절개가 끝나서 콜된 2분을 돌려보냅니다.
 
(사실을 너무 급해서 아기 출산 후 최소인원만 남기고 모두 빼왔습니다. 이게 산모에게 무슨 몹쓸짓인지..죄책감이 느껴집니다)
 
원래는 두개골 절개술을 하려고 했으나 뇌부종이 너무 심해서(뇌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절제술로 수술 방향을 바꿉니다.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절개술을 떼어냈던 두개골을 다시 붙이는 것이고 절제술은 그냥 떼어내고 Brain을 덮고있는 경막에
 
다른 인공경막을 덧대서 꼬맨뒤(뇌가 부풀어서 기존 본인의 경막으로는 사이즈가 안나와서..)두피만 닫고 나가는 것입니다.
 
암튼..
 
보통 담당과장님(그러니까 신경외과 전문의)은 고생을 좀 하더라도 두대골을 최대한 적개 잘라내는데
 
이번에는 성인 손바닥보다 더 크게 잘라냅니다. 직감이 옵니다. '아 장난 아니겠구나..'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많이 하는 수술이라 다행히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첫 메스가 들어가고 채 5분이 되지않아
 
두개골을 모두 떼어내고 출혈부위를 잡아내기 시작합니다. 보험이 되지않는 값비싼 지혈제들을 어마어마하게 사용합니다.
 
(저는 수술중이었지만 보험이 되지 않는 물품을 사용할때는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명이 밖에 나가서 설명하고 서명을 받습니다.
 
이것또한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자기 자식이 죽어가서 울고있는 어머니께 돈내리고 서명을하라는 것이요..)
 
출혈이 어마어마합니다. 한 곳을 잡으면 다른곳에서 솓구쳐 오릅니다. 뇌가 부풀어 올라서 반대쪽에도 출혈이 있는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급하게 닫고 내려가서 CT촬영후 다시 반대편을 열어야합니다.
 
보통 1시간 정도 걸리는 두개골 절제술인데 수술 시간이 어느덧 2시간을 경과합니다.
 
아무튼 이 한밤에 8명이서 이 젊은학생을 살리기위해서 애를 씁니다. 가장 애를 쓰는건 살아나야 하는 이 학생이지만요...
 
2시간 내내 너무 긴박해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수술이 끝나고 중환자실로 보내려고 끌고 나갑니다.
 
수술실 문이 열리자 어머니와 여동생으로 보이는분이 달려옵니다. 계속 우시는게 마음이 너무 안좋습니다.
 
뒤에는 친구로 보이는 녀석이 계속 기도하고 있더군요. 아마 저 친구랑 타다가 사고가 난게 아닐지..
 
아무튼 환자를 보내고 한숨 돌리고 나니 어느덧 해가 뜨네요; 이 밤도 이렇게 지샜습니다. 전날 오전9시에 제가 첫 수술을 들어갔고..
 
18살의 환자를 보냈을때가 새벽 5시 30분..어떻게 보면 무려 20시간 30분을 빡세게 일했네요.
 
그리고나서 알아보니 오토바이타고 가다가 SUV차량과 충돌했다고 합니다. 헬멧이라도 썼으면 머리라도 안깨졌을텐데..너무 안타깝습니다.
 
이 일이 있었던 지도 벌써 3~4일쯤 됐는데 환자분 사망소식이 안들리는것을 보니 아직 살려고 애쓰고 있나봅니다.
 
그 당시 담당과장의 말을 빌리자면 "모두 수고하셨다.. 우리가 저승사자가 데려갈려는 것을 탁 채왔다. 정말 수고 많이하셨다.."고 합니다.
 
젊은 환자들은 언제나 우리가 예상하는 것 이상의 회복을 보입니다. 정말 죽을것같은 사람이 멀쩡하게 살아나는 것도 봤고..
 
그 18살의 패기로 얼른 의식을 찾고 건강해져서 부러졌던 광대 쇄골 대퇴를 수술받으러 왔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양아치처럼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아닌 정말 남들이 봐도 멋지게 타는 그리고 안전하게 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라이더가 그렇게 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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