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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아랫 글이지만 29세 백수님께...
게시물ID : bestofbest_1785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pnZ
추천 : 229
조회수 : 28657회
댓글수 : 2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09/17 18:06:05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9/17 14:18:19
추천과 댓글을 주신 분들이 있고..
그 글 작성자님께서는 아직 보지 못하신 것 같아서
삭제는 하지 않구 익명만 다시 걸어놓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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늅늅이라 댓글 수가 모자라 글로 남깁니다.
저는 서른이고 대학은 휴학중에 있습니다만 꽤 괜찮은 직장을 다니며 내년 복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 5일 하루 8시간 남짓 일하며 월 300 가까이를 벌고 저를 너무나 사랑해주는 남자친구도 있고 아주 많진 않지만 저를 아껴주고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곤 뭐야, 뭔 자랑질이야, 싶으시죠?

하지만 3~4년 전만 해도 저는 작성자님과 같은 히키코모리였고 피해망상과 과대망상에 찌든 우울증 환자였습니다.
11개월 정도를 집에서만 지냈었습니다. 밖에 나간 횟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라면을 끓여먹거나 오유를 하지도 못했습니다.
집안은 쓰레기장이나 다름 없었고, 소주 1~2병을 마시고 잠들고 몇시간 자고 깨나면 다시 술을 마시고 잠드는 생활을 했었습니다.
의욕도 없었고 의지도 없었습니다.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고 집에는 술병들과 쓰레기, 그리고 고양이와 나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아, 이래서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아, 이렇게 살다 죽는 사람들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정신을 차려 돌아본 제게 남은 건 또 다시 술병들과 쓰레기, 고양이와 나, 그리고 몇천만원의 빚이 전부였습니다.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 이래서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구나 했습니다.
하지만 죽고 싶지 않더라구요. 죽기 싫었습니다.
죽기 싫단 생각만 며칠을 했습니다.
살기로 하고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까를 또 며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만 한참을 하고 겨우 몸을 움직였습니다.

처음으로 한 일은 집을 청소하는 일이었습니더. 하지만 저와 고양이 단 둘이 살고 있던 분리형 원룸인 집은 이미 혼자 청소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청소업체를 찾았습니다. 업체에 전화를 해 청소를 맡겼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데리고 한나절을 모텔에서 보냈습니다. 청소비로 100만원을 써야했을 정도였습니다.
가구며 가전제품들도 도저히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썩어있어 그 폐기물 처리까지 맡겼어야 했거든요.
텅 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불 한채를 샀습니다. 맨바닥에 이불을 깔고 잠드는데 외롭지만 춥지만 뭔가 기분이 좋더라구요.
다음 날 가구집을 돌며 새 가구를 골랐고 마트에서 장도 잔뜩 봤습니다.
그리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심각한 우울증과 알콜중독을 앓고 있던 저는 보건소내 정신건강센터의 간호사 한분을 소개 받았습니다. 가벼운 검사와 설문, 상담 끝에 알콜중독 치료를 6개월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새 병원을 소개 받고 상담비와 약값이 지원되었습니다. 6개월 동안은 지원을 받아 치료를 받았고 그 이후에는 사비로 또 6개월을 더 치료 받았습니다.
지금은 어쩌다 한번 문득 우울해지는 순간이 오면 원장님을 찾습니다.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단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면 또 힘이 납니다.


연락을 끊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미안했다고 연락을 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복직을 하게 됐습니다. 일방적으로 퇴사했음에도 아팠었다는 그래서 치료를 받았다는 제 이야기에 다시 출근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좋은 대우 받으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조심스럽게 다시 쌓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많이 살갑진 않지만 1년에 2번, 명절에는 꼭 찾아가려 노력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잃었지만 남아준 몇명의 친구들에게 감사하고 사과하고 또 위로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 초엔 정말 고맙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도 만나게 되었구요.

고등학교 때부터 반복되어 오던 우울증, 치료하다 중단하기를 또 몇번이었나 모릅니다. 남들한테 정신병자처럼 보일까 늘 걱정하며 티내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니 결국엔 저 혼자 숨어들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해합니다. 님 글을 읽는데 문득 숨 막히듯 눈물이 났습니다.

움직이세요. 조금씩만요.
생각만으로도 며칠을 보내셔도 됩니다. 지금 당장 나가라는 게 아녜요.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생각하세요. 자꾸만 생각하세요.
그렇게 조금씩 살 길을 찾고 한발짝만 떼고 나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아주 화려하진 않더라도 나 살 곳은 찾을 수 있더라구요.

가족, 친구들의 도움과 병원 치려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가족들과의 관계와 상처가 내 병의 시작이었지만 결국 그렇게 바닥으로 떨어진 나를 조건없이 안아준 것도 가족이었습니다. 죽도록 미워하고 원망했지만 지금고 그 마음이 아주 없어진 건 아니지만 그래서 가끔은 싸우지만 그래도 노력합니다. 저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동생도... 제가 아프지 않았다면 망가지지 않았다면 몰랐을 마음들을 다시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속는 셈 치고 조금씩만 몸을 움직여 보세요. 창을 열고 밖을 바라보길 며칠, 아무도 없는 새벽시간대에 몰래 하는 산책을 또 며칠, 간단한 생필품 정도는 직접 사서 얼른 들어오길 며칠... 그렇게요.


혹 못 믿으실까 익명을 풀고 쓰는지라 그 글 작성자님께서 제 글을 읽고 조금 더 생각하실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 나면 이 글을 삭제해버릴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을 살게 해 준 과거이긴 하지만 역시 손이 조금 떨리는.. 없었다 치고 싶은 시간이기도 해서요.

힘내세요. 그리구 늦어도 상관없어요.
뭐든지 할 일이 어디든 나 하나 있을 자리가 있더라구요. 백명 천명한테 사랑받지 않아도 단 몇명이라도 이런 날 끝까지 안아주고 기다려주더라구요. 그때의 내 마음과 눈으론 볼 수 없었던 사람들과 삶이 있더라구요.

혹 지역 보건소에 정신과 치료와 재활 치료를 지원받을 수 있는지두 알아보시구요. 저는 알콜중독 증세가 심했어거 지원이 가능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절될까 두려워 마시고 여기저기 도움을 알아보세요..
 
힘내세요. 그리고 꼭 힘내서 밖으로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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