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혼자 봇전하다가 눈물이 나서 한밤 중에 혼자 펑펑 울었습니다..
게시물ID : bestofbest_1808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석유반란
추천 : 314
조회수 : 35527회
댓글수 : 4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10/05 10:34:08
원본글 작성시간 : 2014/10/05 05:33:41
  오밤중에 죄송합니다 자주 놀러오는 곳이 롤게이기도 하고 롤하다 운거니 롤게에   쓸게요
 

힘든 하루하루입니다.대한민국에서 20대의 인생을 살고있는 모든 이들이 겪는 삶의 진통이라고 하지만, 힘에 부쳐 허덕이고, 힘든건 힘든거 같습니다.


저는 기면증 환자 입니다. 기면증은 간단하게 말해서 길 가다가 쓰러지는 수면장애입니다.

전 그정도는 아니지만, 가끔씩 일상 생활 중 의식이 잠겨버리는 정도의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면증 때문에 공부를 하다가도 정신을 차려보면 1시간동안 지나있고, 덕분에 대학도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백만원의 돈을 수면클리닉에 가져다 주고 그 보상으로 진단서 하나와 처방전 하나를 받고서..

 난치병 환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한달치로 십만원 가까이 깨져버리는 약들 덕분에 건강보험공단에 졸지에 난치병 환자로 등록을 하고 보험적용을 받지만 아직도 너무나 비싼 약들과.. 기대했던 만큼 약의 효과는 크지 않고 정작 자야할 시간대의 수면은 방해하는 것 같은 약 덕분에 새벽에는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세우고

학벌도 안되고 실력도 없으니 과외는 꿈도 못꾸지만 학원비는 벌어야겠다 싶어 주말에는 집 앞 20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 피씨방에서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을 7시간정도 하면서 학원비를 벌고 있는데, 밤에 도저히 잠은 안오고, 잠을 못자고 알바를 가니 극도로 지친 몸과 마음은 너무 고통스럽고, 그로 인해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 집에 도착하지만..

아무도 밥을 챙겨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물 한잔과 이것 저것 대충 먹고 모자란 잠을 보충하고 일어나면 밤 12시... 그리고 또 다시 새벽...   


일원동 먹자 골목에 위치한 오래된 피씨방에서 저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오래되서 부식된.. 한때는 아름다운 붉은 빛을 뽐냈던 벽돌을 덮어 숨지게 하는

회색빛깔 페인트로 덮혀 질식하고 있는

한 때는 찬란하게 빛난

피씨방 건물에 있는 질식하며 죽어가는 불쌍한 벽돌과 같은 나의 인생...

오색 찬란한 태양과 같이 따스히 나를 비추던 사랑들은 눈을 떠 보니 모두 사라져있고

그 자리를 메꿔 가는 것은 한 없이 차가운, 더 없이 가벼운 인연의 파편들

이 시끄럽고 고통스러운 총소리가 들려주는 무음 속에서  나를 침식하며 기생하는

일그러진 나의 청춘들..

그래서일까요.

지친 마음에 공부도 손에 안잡히고..


새벽에 롤 큐를 돌리다 탑을 가게 되었습니다.

머.. 한마디로 엄청나게 죽었습니다. 제 실력에 비해 상대가 너무 잘하더군요

엄청 욕먹었습니다.. 워웍의 부모님 안부를 묻는 말에 차단을 했습니다만, 그 뒤로도 아마 수 없이 많은 욕설이 제게 왔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찌어찌 겨우겨우 쉴세없이 스플릿을 하고, 한타에서 고깃덩이 신세가 되고, 이러면서 바론 한타를 기적적으로 이기고, 게임에서 이겼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상태창에는 말할 필요도 없더군요.

끔찍한 마음에 리폿할 생각도 못하고 홈키를 누른 후 메인 창을 보며 십여분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난 롤도 못하고... 인생살이도 못하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인지...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혼자 봇 9명들과 한번 놀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사용자 설정 게임에 들어가 멍하니 춤추는 피들스틱을 바라보다가 겨우겨우 레드를 먹고 집에 갔다가 블루를 먹고 레벨링을 하고 봇들 사이로 갱도 한번 가보고 하는데.... 문득 이 아이들이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을 속이려 하는 일말의 무빙도 없이 라인을 밀다 궁으로 들어가도 반갑게 맞이해주는 것 같은 그레이브즈

포탑에 다이브를 하다가 포탑에 맞아 어그적 어그적  도망을 치는 도중에도 잡을 수 있는 거 같은데 안 잡는거 같은 소라카

아이들은 저에게 더블킬을 내주고 트리플킬을 내주며 저를 위로하는 듯한 느낌.

9명의 기계들이 하나같이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거 같았습니다. 

'괜찮아 여기까지 잘 왔잖아, 넌 얼마든지 더 잘할 수 있어'
 제가 이렇게 잘한다고 위로해주고, 토닥여주고.. 같이 놀아주고... 함께 웃어주고... 함께 이기고... 


왜일까요.. 사람에게 위로를 못받으니  미쳐가는 걸까요... 

넥서스를 부실 때 수고했다는 케이틀린 봇의 한마디 때문에 결국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그저.. 그저 난 따스한 한마디가 필요했던 것 뿐인데.. 


왜..왜.. 왜... 아무도... 나를... 나는...그냥... 진심이 필요했던 것...뿐...인데... 왜 아무도...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