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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술'에 관한 흔한 오해
게시물ID : bestofbest_1995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아침뱃살
추천 : 298
조회수 : 68030회
댓글수 : 93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3/05 09:31:25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3/05 01:03:01
<재미로 읽자고 쓴 글이지만 웃기지 않아 유자게에 갈 수 없고
검술에 관한 이야기인데 딱히 스포츠라고 보기도 어렵고
특정 애니나 게임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고.....
단지 실생활에 전혀 유용하진 않지만 논리적인 글을 좋아하시는 과게에 쓰는 것이 어떨까 싶어 이리로 게재합니다>
 
 
 
발도3.jpg
 
 
 
"검사의 꽃은 발도술이지....."(근데 칼집이 없잖아!)
 
 
발도술이라 하면 칼을 납도한 상태에서 발도하는 동작과 관련한
 
여러 종류/범위의 기술들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고유의 검술이 전승되고 있지 않다보니
 
일본에서 형성된 다양한 검술 문화와
 
이를 다룬 창작물(만화/영화/애니 등)을 통해 검술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중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단연 만화/애니 작품 '바람의 검심' 일 것입니다.
 
 
발도4.gif
납도된 칼을 순간적으로 빠르게 발도해 적을 제압하는.... 별명마저 '발도제'인 이 남자
 
 
히무라 발도제 선생의 영향인지 많은 분들이
 
 "그냥 칼을 휘두르는 것보다 납도된 칼을 발도하는 것이 더 빠르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거 없다" 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1. 한 손으로 휘두르는 것보다 양손으로 잡고 휘두르는 것이 더 빠르다.
 
  (카타나를 가장 빠르게 베는 자세는 당연하게도 두 손으로 잡고 위에서 아래로 베는 것입니다)
 
2. 칼집을 벗어나는 동작때문에 칼의 경로가 최적화되기 어렵다.
 
3. 칼집과 칼 사이에 마찰이라도 발생한다면 휘두르는 것이 그만큼 늦어진다.
 
 
 
지극히 상식적인 위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발도술이 더 빠르다"는 주장이 먹혀온 데는 아래의 이유가 있습니다.
 
1. 칼집 안에서 칼과 칼집의 마찰로 속도가 느려지므로
 
  오히려 발도 순간에 마찰이 사라진 칼의 속도가 더 빨라보이는 착시현상(상대의 타이밍 교란)
 
2. 딱밤의 원리 "엄지 손가락이 있기에 중지가 빠르게 타격할 수 있는 것 !!"
    - "나의 납도는 사실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나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만, 실제로 진검의 칼집은 칼날을 보호하는 용도로 대개 무른 나무재질입니다.
 
진검을 다룰 때 발도/납도의 과정에서 칼과 칼집이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금기사항입니다.
 
칼날에 의해 나무칼집이 쪼개져 부상까지 가져올 수 있고, 칼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발도술을 연마하는 분들도 칼집과 칼의 마찰을 일으키는 짓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실제의 발도술. 7:30부터 보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강려크해 보이진 않습니다.
 
 
 
만약 적과 칼을 맞대고 대치한 상황에서 발도술은 쓴다고 칼을 도로 칼집에 꽂는다면....
 
당연히 칼을 그냥 쥐고 있는 상대보다 공격이 늦어지기 때문에 (사)망합니다....
 
더불어 한 손으로 후다닥 휘두르는 발도술의 공격은
 
일반적으로 양손으로 쥐고 휘두르는 검보다 훨씬 위력이 떨어집니다.
 
 
발도2.jpg
하오마루가 우쿄보다 강베기가 더 쎈 이유....
(펀치와 마찬가지로 칼로 베기도 체중을 실어야 파워가 삽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옛 검술 문파들이 각자 발도술 자세를 정립하고
 
심지어 발도술을 주된 수련으로 삼는 '거합도'까지 생긴 까닭은 무엇일까요?
 
발도6.jpg
 
거합도의 시조인 하야시자키 진스케 林崎甚助
 
 
 
이는 에도시대와 그 말기의 시대적 상황에서 기인합니다.
 
일본에서 임진왜란 이후 성립된 에도 막부 시대는 조선에서 수입한 유교를 통치 원리로 삼아
 
그야말로 태평성대였습니다.
 
에도시대의 일본 사무라이라면 항상 카타나(긴거)와 와키자시(짧은거)를 허리에 꽂고 다니다가
 
여차하면 칼로 사람을 베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사실 그러한 세태는 에도 시대 말엽의 혼란기에나 보이던 모습이었고
 
사실상 칼 두자루는 그들에게는 우리의 '갓'과 같은 의관의 하나였습니다.
 
전쟁이 없던 시절의 사무라이는 사실 조선으로 치면 지방 양반이나 중인 정도,
 
직무로는 그냥 관청 사무직이나 교직이 대다수였습니다.
 
이를 일컬어 '공무원 사무라이'라고 우스개로 말하기도 합니다.
 
사적으로 칼싸움을 하는 것도 불법이라 평생 칼을 맞댄 일이 없는 사무라이도 많았습니다.
 
(허리에 꽂은 것은 그냥 갓 내지는 넥타이 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다가 사회가 다시 혼란기에 접어들면서 치안이 불안해지고 정치적 이유로 암살이 횡행하게 되면서
 
일본은 근대 직전에 이르러 갑자기 검술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합니다.
 
대규모 전쟁이야 당연히 총과 활, 창으로 하는 게 효율적이지만
 
당장 골목길에서도 목숨이 위협받는 시대가 되다보니
 
늘상 차고 다니던 칼을 본격 호신/살상용 도구로 재조명하게 되는 것이죠.
 
마주보며 걷는 사람,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던 사람이 언제 돌변해 나를 습격할 지 모르는 상황이 되고
 
또 반대로 적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고 있다가 급습으로 목숨을 빼앗아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발도술'입니다.
 
 
애초에 서로 칼을 겨누고 싸우는 상황에서야 발도술이 필요가 없지만
 
예기치 못하게 급습을 가하거나 혹은 당할때는 빠르게 칼을 빼내서 공격/방어자세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에 일본의 어느 네티즌은 "발도술을 연마하는 것은 되도록 칼을 뽑지 않기 위함이다"라고 했는데
 
나름 좋은 비유같습니다.
 
드러내놓고 칼을 뽑아든 상태는 목숨을 내건 전투에 돌입하는 것이므로
 
되도록 칼을 뽑지 않은 상태로 최선의 공격/방어 능력을 갖추자는 겁니다.
 
실제로 거합도에서 기본 시나리오로 연마하는 '형'들을 보면
 
일본목. 마에. 정좌 상태에서 앞의 적에게 발도-정면베기. 모든 거합의 기본이라고 할만한 형.
이본목. 우시로. 정좌 상태에서 뒤의 적에게 발도-정면베기.
삼본목. 우케나가시. 정좌 상태에서 적의 선공을 받아 흘리고 베기.
사본목. 츠카아테. 거합앉기(정좌와 다름) 상태에서 칼자루로 적의 명치를 쳐서 제압해 놓고 뒤의 적을 찌르고 앞의 적을 벤다.
오본목. 케사기리. 걸어가다가 적에게 발도 역사선 올려베기-그대로 다시 사선 내려베기.
육본목. 모로테츠키. 걸어가다가 앞의 적에게 비스듬히 발도-양손 찌르기 후 뒤의 적을 베고 앞의 적을 벤다.
칠본목. 산포기리. 걸어가다가 오른쪽-왼쪽-정면 차례대로 적을 벤다.
팔몬복. 간멘아테. 앞의 적은 일단 안면을 칼자루로 강하게 때려서 정신을 빼놓고 즉시 뒤의 적을 찌른 뒤 앞의 적을 벤다.
구본목. 소에테츠키. 걸어가다가 옆의 스쳐 지나가는 적을 향해 칼을 뽑아 공격하고 칼등에 왼손을 받쳐서 찌른다.
십몬목. 시호기리. 네명의 적에게 칼자루 명치 공격-찌르기-베기.
십일본목. 소-기리. 적에게 5연격.
십이본목. 누키우치. 적의 선공을 피하면서 칼을 뽑아 반격.       
                                                                                                   - 출처 '엔하위키미러 거합도 항목'
 
 
이처럼 급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혹은 급습을 위한 발도술을 연마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발도1.jpg
결론 - 막부말의 히무라 발도제는 그냥 뒷치기의 달인이었던 걸로.....
 
 
 
3줄 요약
1. 발도술은 그냥 휘두르기보다 느림
2. 적을 앞에 두고 켄신 흉내내면 듀금.
3. 급습 혹은 급습에 대처에는 발도술이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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