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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물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물입니다.
게시물ID : bestofbest_2026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파스타리안
추천 : 417
조회수 : 55699회
댓글수 : 89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4/12 11:23:52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4/11 17:55:25
 책은 고도의 정보 집약체입니다. 이렇게 쓰면 너무 어려우니 풀어서 말하면 책은 자기주장이 매우 강합니다.
 중요하니까 밑줄 칠께요. 
"책은 자기주장이 매우 강합니다."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음식을 추천해 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스파이시한 음식 vs 그냥 적당히 달고 기름진 음식. 어떤게 더 무난할까요? 물론 후자겠죠. 사실 후자조차도 '적당히'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곤란할때가 많고요. 김치 세계화가 괜히 힘든게 아니죠. 그런데 책은 한권 한권이 김치에요. 그것도 가정마다 비법이 다른 김치요. 

 물론 책에 대해 취향이 없는 사람에게 추천하는건 쉬워요. 취향이 없다는건, 내 취향을 그대로 추천해도 괜찮다는 말이거든요. 문제는 이미 취향이 있고, 그 취향이 갈리는 경우죠. 
 
 "신"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만들어진 신이나 황금가지를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들의 사회나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신'을 읽는 사람이 있는 법이죠. 

 문제는 상대방에게 그럼 무슨 책을 읽으세요? 라고 물을 때도 발생합니다. 

 '아 저는 셜록 홈즈를 좋아해요.' 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아 적당한 추리소설을 주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좋은 발상이고 상대는 이렇게나 날 생각해 주다니 하고 기뻐할 거에요. 정말일까요? 
 
 코난 도일이 아니라 엘러리 퀸과 같이 작품내 탐정은 독자와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믿는 작풍의 소설이라면 셜록의 팬 입장에서는 머리아플 수도 있겠죠. 물론 거꾸로 이게 진짜지 하면서 도전할 가능성도 있지만요.
 에드거 엘런 포의 몇몇 작품은 추리소설 보다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고 이러한 풀리지 않고 명쾌한 답이 없는 소설은 싫어 라고 외칠 가능성도 있겠죠. 
 히가시노 게이고의 몇몇 소설은 여심을 잘 살리고 감정선의 표현이 잘 되있지만 트릭 자체가 기발하거나 치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죠.

 심지어 그 책이 받아들여지냐 아니냐 이전에 그렇게나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엘러리 퀸이나 에드거 엘런 포 같은 유명한 고전이나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베스트 셀러는 이미 읽었을 가능성이 있죠.  

 책 선물이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너무 힘들고 어려우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선물은 좋은 겁니다. 
 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선물하기 위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시는 분들 때문에 그래요.

 서두에 썻듯이 책은 자기주장이 강한 녀석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책을 선물하는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선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을 주지 말고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주세요. 자신이 이 책을 왜 좋아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책은 대화의 계기가 되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 때문에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될 거에요. 

 그러니 여러분, 책을 좋아하세요. 그리고 그 좋아함을 선물하세요. 그게 아니라면, 책 선물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원론만 이야기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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