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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젊은데 탈모 클리닉 방문한 이야기
게시물ID : bestofbest_2033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14
조회수 : 44034회
댓글수 : 4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4/21 02:10:29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4/15 18:14:17
아버지와 밭을 갈다가 "아버지는 민들레 같아요.."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일편단심으로 너희 엄마만 사랑해서 그러니?"
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나는 단호하게 "아뇨.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아가듯 아버지 머리카락도 바람에 날아가서
이제 얼마 없잖아요."라고 말씀 렸다. 아버지께서는 삼강오륜을 무시하고 나를 죽이겠다는 눈빛으로 조용히 땅을 파는 용도로 쓰는 삽을 휘두르셨다.
 
그렇다. 우리 아버지는 대머리이시다.
어느 누군가는 말했다. 대머리는 한 대 걸러서 나온다고 나는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린 사람을 잡아다 핀셋으로 그 사람의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뽑으면서 유언비어를 퍼뜨린 대가를 응징하고 싶다. 아니 온 몸의 털을 하나 하나 뽑아 버리고 싶다.
과거 청춘시절 장국영의 5대5 가르마도 소화했던 나였는데, 이제는 머리에 장난을 치면 머리속이 비치기 시작했다.
한때는 대머리가 되면 구차하게 하이모 따위에 의지하지 않고 당당하게 대머리로 살아갈거야! 라고 했지만, 막상 대머리의 조짐이 보이니
머리를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리에 털은 아마존 원시림처럼 많은데, 왜 하필 모든 사람들이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머리의 털은 벌목기가 헤치고 간 개발도상국의 민둥산 처럼 되어야 하는지 억울했다.
 
결국 나는 나처럼 탈모가 진행 중인 친구와 무료로 검사를 해준다는 탈모 클리닉을 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클리닉으로 향하면서 이나중 탁구부에 나왔던 무지개 원리를 이야기 했다.
(대머리 노인 7명이 햇빛을 머리로 반사시켜 무지개가 생긴다는 전설)
친구는 빨강, 나는 보라색을 맡자 이런 의미없는 농담을 하며 클리닉으로 입장했다.
클리닉에서 우리의 상담을 맡은 실장님. 그녀의 눈빛은 "내가 너희들에게 북을 선물해줄께. 수북 수북" 이라는 강렬한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먼저 친구가 검사를 받고, 그 뒤 내가 받았다. 우리 둘 다 증상은 탈모 진행중으로 비슷했다.
일단 무료 검사를 받고 나가려는 찰나 실장은 우리에게 관리의 중요성을 친절하게 30분이 넘게 설명해주고 다양한 대머리 유형과
그리고 대머리에서 머리털이 솟아나는 마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서 유전이 발견되는 기적과도 같이 머리털이 난 사람들의
성공 사례도 이야기 해주었다. 결국 나와 친구는 탈모 관련 샴푸와 정체불명의 액체(생약 성분이므로 반드시 냉장보관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머리 감을 때 쓰는 탈모 전용 도구를 구매하고 나왔다.
 
집에 도착해 탈모 관련 샴푸와 정체불명의 액체를 잘 모셔두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바르고, 전용도구를 사용해 머리를 감았다.
왠지 거울을 볼 때마다 웰라스틴 했나요? 라는 질문을 듣던 20대의 수북한 찰랑찰랑한 머리결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거울에 내 모습을 볼때면 눈이 부셔서 눈을 감고는 했다. (물론 외모 때문에 눈이 부셨을까? 당신의 상상에 맡기겠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진탕을 술을 마시고 어떻게 데리고 왔는지 몰라도 친구를 집에 데려왔다. 다음 날 아침 정체불명의 샴푸와
섞어 쓰라고 준 액체가 빈병으로 바닥에 있는 것이다. 난 친구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야이 개객기야 이게 얼마 짜린데, 이걸 니 오장육부에
쳐 넣어"  친구에게 친절히 그 액체의 용도를 말해주고 이제 너의 위장에 융털이 자라서 너의 온 몸을 뒤덮을 거라고 협박했다.
 
그리고 퇴근을 앞둔 지금 나는 그곳으로 또 다시 정체불명의 액체를 구매하러 갈 예정이다.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탈모에 최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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