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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가 극보수 상향이 된 이유
게시물ID : bestofbest_2131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9층식충이
추천 : 286
조회수 : 49980회
댓글수 : 11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7/07 15:58:51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7/04 00:51:12
저희 아버지는 1950년생이고, 평생 경상북도의 한 시골마을에서 농사짖고 살아오신 분입니다.

시골분 치고는 말이 좀 통하고, 개방적인 편이라  중고등학교때 사회문제등등 이것저것 아버지와 토론도 활발하게 하는 편이었고, 자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려고 여러모로 많이 애쓰신 분입니다.

그런데 정치문제만은 달랐습니다. 제가 야권에 대해 조금만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도 화를 버럭 내면서 걔네들 빨갱이다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감정이 격해지셨고, 더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 없는 분위기였지요.  그래서 진짜 그게 나쁜건가? 내가 뭘 모르고 있는건가? 뭐 이런 생각도 힌때 했었죠.

그러다가 어제 '레드 툼'이라는 보도연맹 학살사건에 대한 영화소개를 보고 좀 관심이 가서 팟캐스트 이이제이의 보도연맹편을 들어봤습다. 거기서 보도연맹 학살이 가장 대규모로 이루어진 곳이 경상도이고 제가살던 군의 학살자수만 무려 800명 정도라고 하더군요. 이 사건으로 경상도가 보수성향이 강해졌다는 설도 있다고 하네요.

이 사건 이후 박정희 정권때도 그 유족들에게 빨갱이 가족이라는 누명을  씌우고 탄압을 해서 감히  말도 못꺼내다가 노무현 정부때 비로소 조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내용을 들으니까 저희 아버지가 정치에 그런 태도를 보이는게 이해가 갈듯 했습니다. 당시 한개 군에서 800명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다리 건너면 친인척이나 아는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겠죠. 이들처럼 빨갱이로 몰리는 것은 곧 죽음라는 그 공포감이 상당했을 것이고, 이렇게 내면에 깔린 공포감이 약간의 좌파성향도 극렬히 거부하는 집단적인 정치성향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아랫세대에게 또 전해진 것이라 봅니다.

지금 새누리당은 이러한 국가가 저지른 악행에 대한 공포 또는 트라우마를 치유할 생각은 하지않고 오히려 이런 공포를 자극하면서 이용해먹고 있는 악랄한 인간들인 셈이죠.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저희 아버지 같은 분들을 꽉막힌 사람들이라고 비난만 할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피해자로 봐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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