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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백일장] 내가 가발을 받아야 하는 강렬한 이유
게시물ID : bestofbest_2165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67
조회수 : 17398회
댓글수 : 37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8/15 01:56:40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8/10 11: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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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당신의 인생을 바꿉니다. 당신이 힘들 때 책게는 당신에게 '살' 길을 인도할 것입니다. 

//////////////////////////////////////////////////탈모 방지선/////////////////////////////////////////////////////////

등신 백일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근면 성실한 현명하고 스마트한 삶을 살며, 병신 소리는 들어도 등신 소리는 들어 본 적 없는 내가 
등신 백일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단지 상품으로 걸린 가발 하나 때문이다. 다른 욕심은 하나도 없다. 그럼 내가 왜 가발이 필요한지 
설명해 보기로 하겠다.

프롤로그

어린 시절 제사 때문에 작은아버지께서 오셨을 때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께서 나란히 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 당시 귀여운 꼬마였던 나는 
"와! 쌍라이트 형제다!" 라고 말했다. 작은 아버지께서는 눈에 넣어도 하나도 고통 없을 것 같은 귀여운 조카의 말에 

"비행기 만든 라이트 형제를 말하는 거니? 우리 성성이 위인전 읽는 다고 하더니 요즘 라이트 형제 읽나 보구나." 

하시며 흐뭇한 전직 삼촌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나의 단호한 

"아뇨 대머리 쌍라이트 형제요. 우리 아빠가 형이니까 조춘!!" 

라고 말했을 때 조상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복하시던 아버지께서는 낫을 든 질럿으로 변신하신 뒤 내게 돌진하셨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던 
작은아버지는 "형님 아들 셋인데, 한 놈 쯤은 없어도 되겠죠?" 하며 은신을 푼 고스토로 변신하신 뒤 나를 조준사격 하셨다. 

그리고 조금 더 내가 집안의 도움이 되는 검은 소 아니 일꾼으로 성장했을 때 찬바람이 불던 가을의 어느 날 아버지와 밭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아버지와 밭을 갈다가 "아버지는 민들레 같아요.."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일편단심으로 너희 엄마만 사랑해서 그러니?"
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나는 단호하게 "아뇨.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아가듯 아버지 머리카락도 바람에 날아가서
이제 얼마 없잖아요."라고 말씀드렸다. 세월이 흘렀고 아버지도 진화했다. 발업 질럿이 되신 아버지는 낫을 휘두르며 빠르게 돌진하셨고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내가 "부자유친!!!"을 외쳤을 때 아버지께서는 "삼강오륜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고 외치시며 나를 제압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 대 걸러서 세상에 빛을 발사한다는 대머리가 될 지는 꿈에도 몰랐다. 

본문

대학 시절만 하더라도 탈모에 대해 걱정해본 적은 없었다. 그 당시 나의 머리는 풍성이라는 견고한 성을 구축하고 있었으며, 풍성을 탈출하려는
도망자는 똥이 묻어있는 휴지가 있는 쓰레기통 행이라는 잔혹한 처벌을 받았다. 대한민국에서 인정받기 힘든 외모를 돋보이게 하려고 염색과 
파마, 헤어젤, 스프레이 등 다양한 외부의 공격이 있을 때도 나의 머리는 견고한 풍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처음 탈모의 기운이 보인 건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였다. 뒤통수에서 스트레스 장군이 이끄는 반란군 무리가 원형 탈모라는 쿠데타를 일으켜 
격렬한 전쟁의 흔적으로 작은 땜빵이 생긴 것이 탈모의 시초였다. 그리고 그 사건이 소수의 일탈 행위라 생각했던 것이 바로 나의 실수였다.
내가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할 때 이마 양옆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성대리 요즘 이마가 넓어지는 거 같아. 이마 넓어지니까 인상도 훨씬 좋아 보이고 시원시원해 보여서 좋네!."

이런 말을 들을 때 '사회적 지위에 따른 품위유지를 위해 나의 외모도 서서히 변해가는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머리를 감을 때 풍성을 
벗어나던 무리의 숫자가 어느덧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단을 구성할 정도가 되었을 때 나는 머리를 감고 울면서 한올 한올 잡고 그들의 이름을 
서럽게 외쳤다.

"베컴, 스콜스, 긱스, 퍼디낸드, 아.. 안되 루니 너까지..그래도 다행히 퍼거슨 경은 나를 떠나지 않았어." 

그리고 몇 년 되지 않아 이제 풍성에서 벗어난 무리의 숫자는 늘어나 맨체스터 더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소. 풍성을 떠나 세상 구경을 하며 말년을 보내고 싶소..." 라며 평생 나와 함께 할 것이라 믿었던 퍼거슨 경이 떠났을 때,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나와 비슷하게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친구와 무료로 탈모를 상담해주는 탈모클리닉에 찾아갔다. 
우리의 상담을 담당한 실장님은 엘라스틴을 머리 아니 온몸의 털에 쳐발랐는지, 심지어 눈썹까지 찰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두 예비
대머리가 부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에게 

"당신 머리에서 북 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네? 무슨?"

"수북수북! 우리 클리닉은 당신의 머리에서 북을 치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그녀의 말은 마치 면목동에서 두바이 유전에 버금가는 원유가 콸콸 쏟아진다는 말처럼 믿을 수 없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머리 감을 때 쓰는 구둣솔 같은 도구와 샴푸 그리고 정체불명의 액체를 구매했다. 정성스레 샴푸를 머리에 골고루 바르고 구둣솔같은 도구로
열심히 구석구석 비비고 정체불명의 액체로 마무리를 했다. 그렇게 2개월을 했지만, 실장님이 약속했던 내 머리에 전설의 드러머 
라스 울리히는 방문하지 않았다. 아니 아들이 가지고 노는 뽀로로 드럼을 치는 신생아조차 방문하지 않았다. 
수북수북은 커녕 매일 밤 소복을 입은 귀신이 나타나 내 머리를 쥐어 뜯고 사라지곤 했다.

결국, 가장 확실하다는 모발 이식을 고민하며 내 주위에서 유일하게 모발 이식 경험이 있는 영국에 있는 후배에게 전화했다.
(전화통화 내용을 해석한 것이다.)

"여보세요? 어.. 루니, 요즘 잘 지내니?"

"오.. 형님! 잘 지내시죠? 요즘 피파할 때 메시만 찾으시고 서운합니다. 하하핫."

"아니야. 그래도 항상 넌 내 마음속의 1순위 공격수야. 루니야 그런데 내가 뭣 좀 물어보려 전화했는데, 너 모발 이식 했잖아. 좀 어때?"

"오우 브라더.. 절대 하지 마요. 아파요. 형 아픈 거 못 참잖아요. 결정적으로 형 월급에 무리."

"아.. 그래.. 무리겠지. 그래 루니야 올해도 볼 잘 차고. 피파에서 보자."

루니는 가난한 월급쟁이인 나의 모발 이식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결정적으로 내가 가발을 써야겠다 다짐한 건 얼마 전 와이프와 마트에 갔을 때였다. 계산줄이 길게 늘어서자 와이프는 셀프 계산대로 
이동하자고 했다. 물건을 하나 둘 씩 스캔하고 있던 그녀는 내게 잠시 와 보라고 했다. 
그리고 내 머리에 바코드 총을 쏘며 

"삑~ 대머리입니다." 라고 말햇다.

그녀는 나를 바코드 헤드맨으로 만들어 버렸다. 1+1 행사용으로 구매한 부침용 단단한 두부를 들고 그녀에게 덤비고 싶었지만, 그녀는 기운센 
천하장사이고 난 단단한 두부를 들고 있는 두부에 바코드처럼 듬성듬성한 모발만 남아 있는 연약한 바코드 헤드맨 일뿐이었다. 
초등학교 때 나와 세력 다툼을 할 때 내 머리끄덩이를 잡고 놓지 않던 정** 라는 여학생부터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 하나 성과장
은 무인도"라고 놀리는 부장님까지 내 인생에서 스트레스를 줬던 인간들에게 증오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박하사탕에서 기찻길 위에 서서 "나 다시 돌아갈래!!"라며 외치던 설경구처럼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가졌던 20대로 돌아가고 싶다. 
25살 대학생 시절, 단발머리였을 때 머리를 쓸어올리며 훈훈한 선배의 미소를 지으면

"선배.. 선배는 가리는 게 더 매력적이에요." 하던 여자 후배의 말이 떠오른다. 

나의 얼굴을 이제는 가리고 싶다. 

에필로그

만일 내게 가발이 생긴다면,

시원한 가을바람에 내 뺨을 때리는
머리카락을 생각하면

너무 흥분돼서 앉아 있거나
생각하는 것조차 힘들다. 

머리 많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라 생각한다. 

탈모라는 고민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

품위있는 대머리보다 긴 머리 찰랑이는 대머리가 되고 싶다. 

///////////////////////////////////////////////// 이미 당신을 떠난 머릿카락입니다./////////////////////////////////////////////////////////////

저는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분들을 지지합니다.
출처 당신이 바코드 헤드, 무인도라고 불려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발기부전이라는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탈모제를 씹어 먹어본 적 있는가.

슬프지만 난 있다.

오늘도 머리 감으며 나를 떠난 한 올, 한 올 머리카락에 이름을 붙여가며 눈물 흘렸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머리가 빠질까 나는 괴로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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