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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뱀을 죽인 용감한 소녀
게시물ID : bestofbest_2489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126
조회수 : 28142회
댓글수 : 3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6/06/13 01:36:32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6/10 09: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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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중국 동진 시대에 나온 환상소설인 <수신기>에서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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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남쪽, 그러니까 절강성 지역은 춘추전국시대부터 동월(東越)이라고 불렸습니다. 예로부터 동월은 날씨가 따뜻하고 습도가 높아 뱀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유명했고, 현지의 주민들도 그런 환경에 익숙했니다.


그러나 간혹, 사람이 도저히 손대기 어려운 크고 무시무시한 뱀들도 있기 마련이었니다. 동월의 민중군(閩中郡) 용령(庸嶺) 서북쪽에는 습지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길이가 무려 7~8장(21~2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뱀이 살았니다. 


이 뱀은 처음에 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주민들이 기르는 소와 양을 잡아먹었다가, 온갖 잡다한 신들을 섬기는 무당의 꿈에 나타나 12~13세 정도의 어린 소녀들을 바치라고 요구하였니다. 만약 거부한다면 모든 마을 주민들을 잡아먹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니다.


주민들은 그 뱀이 너무나 크고 힘이 세어 도저히 이길 수 없다며 무서워했고, 할 수 없이 소녀들을 뱀이 요구하는 대로 제물로 바쳤습니다. 그리하여 뱀이 사는 습지의 동굴 입구에는 뱀을 섬기는 사당이 세워졌고, 매년 8월마다 그곳에서 뱀에게 인간 제물을 바치는 의식이 행해졌니다. 모두 9명의 소녀가 뱀에게 잡아먹혔고, 사람들은 행여 자신의 딸이 뱀의 먹이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제발 자기 차례가 오지 않기만을 바랐니다.


드디어 10번째 소녀가 제물로 바쳐질 차례가 왔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아서 주민들은 불안에 휩싸였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행여 분노한 뱀이 주민들 전체를 잡아먹거나 죽이려 들지나 않을지, 불안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동월의 장락현(將樂縣)에는 이기(李寄)라는 소녀가 있었니다. 그녀는 이탄(李誕)이란 주민의 막내딸이었는데, 평소 마을 주민들이 뱀에게 자기 또래의 소녀들을 제물로 바쳐 살아남는 일을 무척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던 차였니다. 


그런 와중에 제물로 바칠 소녀가 나서지 않자, 이기는 자신이 제물로 가서는 뱀을 죽여 마을의 근심을 없애겠다고 결심하였니다. 이기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뱀의 제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였고, 딸을 아낀 아버지는 완강하게 반대하다가 결국 이기가 하자는 대로 따랐니다.


마침내 이기가 10번째 제물이 되어서, 8월에 뱀을 섬기는 사당으로 가게 되었니다. 그러나 이기가 빈손으로 가서 맥없이 뱀의 먹이가 되기를 기다렸던 것은 아니었니다. 그녀는 뱀을 죽이기 위해서 튼튼하고 날카로운 칼과 사나운 개를 함께 가져갔던 것이었니다. 그리고 뱀을 유인하기 위해서 수십개의 꿀떡도 같이 가져갔니다.


사당에 도착한 이기는 동굴 입구에 꿀떡을 넣은 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그러자 잠시 후, 뱀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과연 소문대로 머리가 벼를 보관한 곳간처럼 컸고 눈도 두 척(60cm) 정도의 거울 같이 큼직했니다. 꿀떡을 본 뱀은 정신없이 삼키기 시작했는데, 그 틈을 타서 이기는 사나운 개를 보냈니다. 


개가 뱀을 물어뜯으며 공격하자, 이기는 재빨리 칼을 뽑아 수십 번이나 뱀을 계속 베었니다. 뱀은 몸이 찢어지며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죽었고, 이기가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뱀이 잡아먹고 토해낸 소녀들의 뼈가 잔뜩 쌓여 있었니다. 이기는 그녀들을 가엷다고 동정하면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서 이 사실을 알렸니다. 그녀의 가족과 주민들이 동굴로 달려가서 직접 보니, 과연 이기의 말대로 뱀이 죽어있었니다.


한 용감한 소녀가 뱀을 죽였다는 소식은 인근 마을에 널리 퍼졌으며, 마침내 동월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니다. 이기에 관심이 생긴 동월왕은 그녀를 불러다 일의 자초지정을 듣고는 감동하여 자신의 왕비로 맞았으며, 아버지인 이탄에게 장락령이란 벼슬을 내렸고, 남은 가족들에게 큰 상을 주었니다.


이기가 뱀을 죽인 이후로 동월 지방에는 뱀이 사람을 해치는 재앙이 사라졌으며, 주민들은 그녀의 업적을 기려 찬양하는 시와 노래를 지었다고 합니다.


크고 힘센 뱀을 어린 소녀가 죽였다는 이 수신기의 일화에서 볼 수 있듯이, 참된 용기란 몸이 아니라 마음이 강해야 생기는 것이 아닐까요? 


또, 수신기의 이 일화는 사람이 마음의 용기가 굳건하다면 얼마든지 자신보다 더 강한 자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교훈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요? 

출처 수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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