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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한테 저녁밥상을 차려줬습니다.
게시물ID : bestofbest_2511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22342
추천 : 163
조회수 : 21376회
댓글수 : 9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6/06/26 01:53:33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6/24 22:23:07

우리 남편이 말 하길 세상에 노력해도 안되는게 한가지 씩은 있는데 자긴(글쓴이) 요리같아... 라며 부엌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사실 남편은 한식자격증에 양식자격증도 있고 취미는 맛난음식 만들어서 지인들 먹이는것이 취미입니다.

요즘 남편이 정신적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어해서 힘내라 응원도 할 겸 밥상차리기를 시도했습니다.

제 남편은 제가 요리하는걸 두려워합니다.
연애할 때 처음으로 만든 김치찌개를 남편이 한숫갈 먹곤 미안하다며 버리고 새로 끓여줬으며, 닭 윙과 봉을 오븐으로 요리했는데 아까운 재료로 연금술 시도하는거 아니랬으며.. 호주 넘어와서 한 까르보나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잘못했다고 제게 빌었던 이력이 있습니다. 

크게 기억나는 것만 저정도고.. 부엌만 들어가면 야채 대신 제 손가락을 썰거나.. 불에 데이거나 음식을 엎어버리거나.. 식기들을 깨거나 등등 사고를 쳐서 부엌금지령....!
 사실 지금 쉐어생활 중이라 부엌을 자유롭게 쓰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요리해주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마트에서 소고기를 잔뜩 사와서 요리를 시작했어요.

남편이 좋아하는 맑은소고기뭇국, 불고기, 약고추장을 만들기로 했는데... 대체 양지살을 뭐로 사야할지 몰라서 척슬로우로 샀는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남편이 나중에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무도 조선무는 파는곳도 없고 그래서 현지 무를 샀더니 남편이 나중에 감자 넣었냐며 ㅎㅎㅎㅎ.....
그래도 불고기는 잘 되었어요. 한인 마트에서 산 소불고기 양념과 샤브샤브용 얇게 슬라이스 된 고기 사서 야채 때려넣었더니 소스는 사서 썼다며 잘했다고 맛있다고 폭풍칭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고추장은 남편이 부엌에 있는 절 보다 결국 뺏어서 자기가 만들었어요.

결국 제가 제대로 한건 소고기뭇국 하나인데.. 남편한테 간좀 봐달라 했더니 역시 한번 먹어보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자기가 다시 간을 맞추네요. 

그렇게 남편은 밥 맛있게 먹고 다시 저한테 세상에 아무리 해도 안되는게 한가지는 존재하는데 자기한텐 그게 요리인거같아... 라며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기분은 좋은지 밥먹고 나서 방방 떠있는 모습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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