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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하다...
게시물ID : bestofbest_2517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높이
추천 : 157
조회수 : 26498회
댓글수 : 4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6/06/29 15:53:04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6/29 09:56:22
우리 부부는 잠을 잘 때도 결혼반지를 손에 끼고 잔다.

간혹 설거지를 하거나 세수를 하기 위해 반지를 빼면
상대방이 반지를 지니고 있다가
물일 하고 온 상대방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면서

"(초롱초롱) 나랑... 결혼해쥬세요"
"네에에~"

이렇게, 프로포즈를 반복한다.


(참고 - 과거의 프로포즈

신랑 "인감 가져와"
높이 "(머엉) 인감은 왜요"
신랑 "혼인신고 해야지^-^"

그리고 실제로 갖다바쳤다.


결혼 후,
어느 커뮤니티에서 각자 프로포즈 어떻게 했냐/받았냐는 글이 올라왔을 때



'그딴거 없었습니다'

물범.jpg






저 짤방과 함께 저렇게 댓글을 달았더니
뭔가 미안해졌는지 매번 저렇게 프로포즈를 시도한다.)



하지만
임신 후에는 손발이 붓기 시작해서인지 (아닌가... 살쪄서 그런가...)
내 왼손 약지는 점점 반지의 구속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신랑이 내 손에 반지를 끼우면서 하는
"나랑, 결혼해쥬세요" 는

"나랑, 결호... (손가락 살에 걸림)... 겨... 겨... (끙차) 결혼해쥬세요..."

점점 버퍼링이 심해져가고 있었다




임신 5개월차였던 어느 날 (대략 17주 가량),

내 스스로 느끼기에도 손이 좀 부어있었고
이번에도 세수하고 온 나에게 굳이 신랑은 반지를 껴주려 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거부했지만
결국 신랑에게 손을 잡혔고
신랑이 내 손에 반지를 들이밀 때 난 두 눈을 꾸욱 감았다.


...어?
왜, 왜 쑤욱 들어왔지? ㅇ_ㅇ


당황해서 손을 보았다
뭔가 내 반지와 모양이 미묘하게 다른...데?

신랑을 쳐다보았다
신랑은 자신의 결혼반지를 내 손에 끼우고,
내 결혼반지는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끼고 좋다고 웃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허탈하고 비참하게 농락당했다. (사실 그렇게 비참하진 않... 비참한가?)





그리고 나는 이제 만 20주차를 넘었다.
총 임신기간의 딱 중간지점이다

오늘 아침, 세수를 하려는데

...드디어...
반지 빼는 것에 1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한 것 같다
비참하다... (사실 비참보다는 심란...)

겨우겨우 반지를 빼낸 내 손가락에는 선명하게 반지자국이 남아있었다

아직 절반밖에 안 왔는데...
반지 빼고 생활하면 이 손가락에 살이 더 붙을텐데...
그럼 정말 반지 못 끼게 될텐데...

비참하다...


신랑은 웃으면서 목걸이 줄을 알아보겠다고 한다
뭔지 모르겠지만 더더욱 비참해졌다




반지에 11호, 12호 같은 것만 있는게 아니라
12.5호도 있다는걸 그 때 알았다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임신 출산에 관계없이 반지끼고 있을텐데...

비참하다...
출처 신랑 : 0.5면 될거 같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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