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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밥은 부처님한테 얻어먹고, 입금은 하나님한테 한 이야기.
게시물ID : bestofbest_2589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가입:2011-09-21 방문:2593)
추천 : 125
조회수 : 14321회
댓글수 : 1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6/08/01 17:25:26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7/29 16: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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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있으면 착한 사람이 괴롭고 나쁜 사람이 잘 살게 두면 안되지!!!라는 생각,
어릴적 어느 종교인에게 속아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었던 가정사.
신과 법은 멀지만, 주먹과 욕설은 가까웠던 그 시절이 겹쳐

나에게 종교는 사실 트라우마와 가깝다.

대부분 종교라는 이름 하에 고귀한 삶을 사시고,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좋은 가르침을 주시는 분들이시지만,
아직도 그 극히 일부 종교라는 이름을 팔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이들이 내 눈에 더 밟히는것은 그 때문이리라.




그런 나의 신념따위 신경써주지 않는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신교대.

첫주말. 종교행사가게 종교선택하라고 하는데, 어느 이가 용기있게 저는 종교없습니다!!!라고 손들었다가
이 사단의 자식 악마의 환생이라며 데굴데굴 흙밭에 구르는걸 보고 종교를 가져야 할 상황에 처했다.

그때 나와 같은 내무실 동기 중에 아버지가 목사인 친구가 있었다.
내가 종교 이런쪽 안 좋아한다는걸 알게되고는 다른 동기들에게처럼 적극적인 전도활동은 펼치지 않았는데,
흔들리는 내 눈빛을 보고 잽싸게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기독교 가면 내 쵸코파이 너 줄께. (핥짝)"

신교대. 단게 부족한 그곳. 그 동기는 전도를 위해 자기 몫의 그 귀한 쵸코파이를 포기하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나는 신교대 5주동안 교회를...아니아니. 쵸코파이를 믿었다. 

남들 아멘.할때 혼자 오X온. 이러고 있었다...(근데 X데것만 나오더라...오X온께 더 부드럽고 맛있는데.)






자대에서 종교활동은 신병대기때나 가는거였다.
주말에는 개인정비및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느라 바빠서 목사님 아들도 교회안가더라.
교회 목사님도 공소 수녀님도 절에 스님들도 워낙 잠이 부족한 상황을 아시는지라 오는 인원들이나 잘 챙기실뿐 보내라마라 안하셨다.

그리고 어디 선택할 것도 없었다.
인원부족으로 14일간의 신병대기는 개뿔. 단 5일만에 경계에 투입하였지만, 
양심상 주말은 온전히 빼줘서 종교활동은 가야했는데, 우리 중대는 귀찮아서 그냥 교회로 통일이었다.




그래도 한번씩 종교행사에 인원착출되는 경우가 있는데,
석가탄신일, 크리스마스같은 종교적으로 큰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석가탄신일이었다.
"각 소대별로 10명씩. 점심먹고 바로 출발하게 준비해. 병장2, 상병3, 일병3, 이병2. 이런식으로."

당연히 간다는 사람이 없어서 분대장들이 적당하게 근무편성표보고 인원뽑았고, 그 중에는 나도 포함되어있었다.

"아이씨...세탁기돌리고 빈둥거리고 건조기돌리고 빈둥거리다가 전반야 나갈라했구만. 망했네.망했어."
어차피 중대에 있어봐야 축구하자고 끌려나갔을테지만, 주말에 경계도 아닌데 A급전투복입고 나가려니 성가시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300명이 넘는 병력. 부처님오신날이라고, 
그 고장에서 꽤 큰 절에서 군인들 한끼라도 맛있는거 먹이겠다고 전세버스도 보내주시는걸 보니,
언제까지 투덜거리기도 그러더라.




오오...민간인...여자...여자...
의외로 사람들도 꽤 많았고, 분위기도 흥겹기 그지없었다. 
주지스님이 바쁘실텐데 주차장까지 내려와서 우리들을 맞아주시고 막 그랬다.

"여러분들 좋아하는 고기는 없지만 맛있게들 드셔주세요."

산나물이 이렇게 맛있다니. 야채만두가 이렇게 맛있다니. 고기건더기하나도 없는 짜장면이 이렇게 맛있다니.
모처럼 공휴일 쉬지못하고 착출되어 투털대며 나온 병력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꺄르르르륵~웃으며 먹어댔다. 

아귀지옥이 있다면 이곳이겠지 싶더라. 분명 점심도 먹고 출발했었는데.
보살님들은 더 주세요~라고 하기도 전에 팍팍 떠서 채 비워지지도 않은 그릇을 채워주셨고. 우리도 질 수 없지!!!라며, 먹어댔다.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취재나온 어느 지역방송사 카메라가 찍고있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산채비빔밥과 야채왕만두와 짜장면을 비우고 슬슬 디저트로 비빔국수를 먹고있던 나에게 
오오~여자~이쁘셔~리포터는 다르네~하고 300여 군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던 그 리포터가 내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단편적인 기억을 떠올리자면...
이름 말씀해주실수 있으세요. 이...일병!!! XXX.
종교가 불교신가요. 아까부터 저희가 봤는데 정말 잘 드시더라구요.
라며, 즉석인터뷰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전설이 시작되었다.




국민학교 입학하고 한학기동안이나 학교가기 싫어해서 아버지가 출근할때 업고나가서 학교에 던져두고 가야했던 
낯을 가리다못해 낯선이랑 대화조차 제대로 못하는 나를 선택한 그들의 실수다. 내 잘못이 아니다.

이런거 잘생기고 사전에 대사를 준비해놓고 시키고 그러지않나??? 왜 이런 시컴시컴하고 얼굴 큰 일병놈한테 이래? 
나 군생활꼬이게? 오늘 암구어뭐였지? 관물대에 발수건 안빨고 그냥 두고 왔는데 A상병이 또 졸라 뭐라하겠네.
오늘 또 B병장 대기초에서 안나온다고 그러면 나는 초소에서 전반야 말뚝이구만. 휴가복귀한지 한달됐지만 또 나가고싶다.

그렇게 나는 패닉에 빠져있었다.





그 시끌시끌한 사찰 경내에서 내 주위만 조용했다.
나는 패닉에 빠져 귀를 닫았고, 내 주위의 중대원들은 그 리포터아가씨의 미모와 향수냄새에 취해있었다.

대뇌는 그 활동을 정지했지만, 척추가 반응하여 어찌어찌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입가에 짜장과 비빔국수양념을 범벅한채로.

그 몽롱한 채로 그 리포터와 PD와 작가와 카메라감독의 표정을 보니,
망했다. 얼른 접고 딴놈찾자. 이러고 있었다. 너무나 감사했다.

"저...그...마지막으로 오늘 XXXX부대 장병들에게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XX사 주지스님과 신도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패닉에 빠져있었다.

그래도 저 맛있는 비빔밥, 야채만두와 만두국, 짜장면, 비빔국수를 보시해주신 XX사 분들에게 부대를 대표해서 감사의 말 정도는 해야했다.
정말 맛있었고 비빔국수먹고 만두국 한 그릇 더 먹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새 아까 주차장에서 인자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해주셨던 주지스님과
미안해하지말고 부족하면 더 달라그래요!!!라며 엄청난 양의 음식수레를 끄시던 보살님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부대간부들이 말 잘해라. 혓바닥 잘못놀리면 군기교육대와 피아노연주여행중 하나를 너에게 선보이마.라며 날 보고있었다.

부족한 말재주와 미련한 머리와 소심한 마음을 가진 비천한 중생이지만, 감사의 말을 최대한 쥐어짜내었다.

그러고 보니 그 22년 살면서 내 주위에 교회성당다니는 사람은 많았어도, 어째 절다니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정말 감사히 먹었습니다. 아멘."

성장배경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 
허어어어어어어억!!!!!!!!!!!!!!!!!!!!!!!!!!!!!!!!!!!!!!!!!!!!!!!!!!!!!!!!!!!!!!!!!!!!!!!!!!!!!!!!!!!!!!!!!!!!!!!!!!!!!!!!!!!!!!!!!!!!

미친X아. 절에서 양껏 얻어먹고 아멘이라니.

심지어 신교대 교회가서 그 목사님아들동기가 야. 준다고 진짜먹냐는 눈빛을 보내도, 쌩까고 쓱싹하고. 
감사기도하고 아멘이라고 안하고 오X온.하던 놈이, 여기서 아멘이라니...

그렇게 교회라면 진저리치던 놈이 부처님오신날 아멘을 외쳤고,
어버버법버버버버버하며 방언까지 터트려버렸다.





그나마 정신줄 부여잡고 있던 카메라맨은 즉시 카메라를 돌려버렸고,
PD아저씨는 짤라짤라짤라. 하며 리포터를 향해 모가지를 긋는 손짓을 계속 반복하였고,
작전과장도 넌 뒤졌어. 골라 영창, 군기교육대.라며 모가지를 긋는 손짓을 계속 반복하였고,
리포터아가씨는 아,네.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카메라도 돌려버렸는데 어디다가 대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클로징멘트를 하며 자리를 떳다.

아까까지 봄소풍나온 여고생마냥 꺄르르르르륵. 웃으며 만찬을 즐기던 우리와 주위 테이블은 
정적에 휩싸인 채로 면발 후루루룩 빨아들이는 소리만 가득할 뿐이었다.

잠시 후, 수박과 포도가 한가득 나와서 후루룩촥촵하고 먹었다. 말없이. 





역시나 바쁘실텐데도 떠나는 우리를 배웅하러 나오신 주지스님은,
집안이 크리스찬이신가? 이거 다른 집 잔치에 와줘서 고마워요ㅋ라며 날 딱 찝어서 껄껄껄 웃으며 그러셨고,
당황해서 그랬습니다. 종교 자체를 안믿어요. 정말 죄송합니다ㅠ.ㅠ라고, 계속 죄송하다고 했다.

군대가서 딱 네번울었는데, 
신교대때 화생방. 입대 첫해 유격때 화생방. 그 다음해 유격때 화생방. 
그리고 그 날 주지스님 품에서 죄송해서 울었다.

그래도 덕분에 크게 웃었다고. 내년에 또 오라며 손까지 흔들어주셨다. 





그렇게 부대에서 전설이 되었다.

이 글 제목 그대로 
"밥은 부처님한테 얻어먹고, 입금은 하나님한테 한 놈."이라고.

사연을 들은 부대장님이 그날 저녁, 직접 절에 중대장횽과 같이 찾아가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오셨다고 한다ㅎㅎㅎ.
인자하신 스님들과 보살님들은 모쪼록 그 병사가 불이익을 당하지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중대 아저씨가 어찌 인터뷰를 잘해내어, 
그날 저녁 지역방송뉴스에 그 인터뷰가 나왔다고 한다.

물론, 나와 우리 테이블쪽은 일절 나오지않았고, 중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때 다행히도 전반야 나가있어서 보지는 못했지만.
출처 수양록과 별도로 적던 내 일기장.

무덤까지 가져가려한 일도,
문득 남기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 있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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