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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전통부채 (합죽선) 소개 및 구매 가이드
게시물ID : bestofbest_2607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주전자님
추천 : 247
조회수 : 19631회
댓글수 : 105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6/08/10 15:53:50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8/10 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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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글을 역사게시판에 심심풀이로 올렸습니다.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60621

그런데 반응이... 이런 광속 베오베는 처음 봅니다.



그래서 후속타로 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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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간단하게 현대의 전통부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소개해 드릴 부채는 합죽선(合竹扇) 입니다.
짜투리로 칠접선도 소개해 드릴텐데 말 그대로 짜투리일 뿐입니다.
접히지 않는 단선은 이 글에서다루지 않습니다. 사실 제가 잘 모르기도 하구요.






habjuk.jpg




이 구조는 나중에 보셔도 됩니다만 먼저 보시면 더욱 도움이 됩니다.

설명을 좀 더 추가하자면,
부채얼굴이라는 것은 선면(扇面)이라고 하는데 이 용어를 주로 쓸 겁니다.




일단 먼저,
요즘 합죽선은 진짜 전통 부채인가?


현대에 들어와서 합죽선은 대량생산을 위해 수많은 재료를 필요로 하게 되고, 잘 안 자라는 분죽보다는 쑥쑥 자라는 맹종죽을 선호하게 됩니다. 겉대에 마디가 많을수록 비싸다고 판매자들이 주장하는데 마디 많은 맹종죽이 흔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면, 합죽선은 선비를 상징하는 기물이었습니다. 선비들은 그 기풍 상 기물 전체를 화려하게 치장하는 기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소박한 모양새 가운데 사치를 부렸죠. 그래서 유물 합죽선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모양이 곱고 단아합니다. 마디 많은 맹종죽은 일단은 화려해 보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또 화려한 낙죽을 그렸죠. 겉으로 보면 우와 엄청나군! 하실 지 모르겠지만 선비정신과는 조금 멀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아, 맹종죽이 뭔지 모르신다구요? 우후죽순의 바로 그 竹입니다. 매일 쑥쑥 큰다는 바로 그 대나무입니다. 짬뽕에 들어가는 죽순이 바로 그 녀석이기도 하구요. 엄청나게 빨리 자라는 덕분에 여러 군데에 쓰입니다.

이 맹종죽으로 장식한 합죽선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모양을 잃게 만듭니다. 맹종죽의 무른 특징 때문인데요, 모양이 쉽게 변합니다. 변치 않는 선비정신과는 별로 맞지 않죠. 대량생산으로 인한 부작용입니다. 제가 어릴 적 합죽선을 하나 구매했는데 1년이 지나면 부채 앞이 힘없이 벌어지는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비싼 돈 주고 샀는데! 하지만 무형문화재를 뵙고 난 후 그 의문은 자연스레 해소됩니다.

이것이 일반형 합죽선이 제대로 된 전통 부채가 아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기천년의 얼을 담지 못한 전통 부채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쩌겠나요, 다들 그렇게 만드는데... 심지어 무형문화재들도 이렇게 만드는데...

하지만 모든 합죽선을 이렇게 만드는 건 아닙니다. 무형문화재들의 작품은 서서히 전통의 얼을 담는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전통 부채는 어떤 것인가?

바로 그것은 유물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는데, 유물엔 고정된 형식이 있습니다.

- 대모, 우각 등 겉대에 말아싸기 할 때는 겉대 전체를 말아싸기한다.
- 겉대에 마디대를 쓸 경우 분죽이나 반죽을 쓴다.
- 종이의 내구성을 올리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 마감을 대충 하지 않는다.
- 부채의 전체적인 곡선미가 살아 있다.

이 형식을 지킬수록 훌륭한 전통 부채입니다.
그리고 이 형식을 지킬수록 가격은 수직 상승합니다.




합죽선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합죽선이 전통적 가치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하여 발전하면 좋지요. 무형문화재들은 이 합죽선을 전통 속에 갇혀 있는 고리타분한 물건에서 세련된 현대 미학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종류의 합죽선이 세상에 등장했는데 이들은 기존 칠접선의 기법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도 했지만 새로이 창조된 종류도 있습니다.

겉대 치장, 속살 옻칠, 선면의 그림 등 구분할 거리는 많지만 부채의 가장 큰 특징은 겉대 치장이므로 이에 맞춰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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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 다절선. 선자장 김동식 作.

다절선(多節扇) - 흔히 볼 수 있는, 겉대에 마디 많은 부채입니다. 일반형 합죽선의 99%가 바로 이 합죽선이죠. 마디가 많아 화려해 보이며, 합죽선의 기본에 충실한 부채입니다. 다만 이 다절선의 90% 이상이 맹종죽을 쓴다는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맹종죽을 쓴 부채는 아무리 비싼 몸값이라 해도 그 모양이 틀어지기 쉬워 관리의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고급 다절선은 김동식 선자장의 주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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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죽 반죽선. 선자장 엄재수 作.

반죽선(斑竹扇) - 전주 지방에서 나는 반죽이라는 대나무를 겉대에 치장하였습니다. 유물에서 볼 수 있는 치장 기법은 총 세 가지인데, 반죽 껍질을 얇게 말아붙인 것과 반죽을 합죽한 것, 그리고 반죽을 통짜로 쓴 것입니다. 이 특유의 얼룩무늬 덕에 대모 등껍질과 비슷하여 왕실에 상납하였다고 하나 제가 기록을 못 찾겠네요. 이 반죽선은 아직까지 엄재수 선자장만이 만들 수 있습니다. 반죽선은 유물 중 흔한 편으로 자주 보이는 편입니다만 반죽이라는 대나무가 워낙 귀한지라 반죽의 무늬를 인위로 만들어낸 부채 유물도 있을 정도입니다. 잘 보면 마디가 없거나 한두개만 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마디 많다고 다 좋은 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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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선. 선자장 박인권 作.

나전선(螺鈿扇) - 겉대를 나전으로 장식한 부채입니다. 연세가 있으신 여성분들이 예쁘다고 많이 하십니다. 유물이 존재하며, 해당 유물에는 끊음 기법으로 수복다남자(壽福多男子)라고 써 있다고 합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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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죽우각선. 선자장 엄재수 作.

외각선(外角扇) - 겉대를 뿔로 말아싸기한 부채입니다. 뿔이라 하면 보통 소뿔인데, 여기서는 물소뿔입니다. 조선시대에 물소뿔은 아시다시피 귀했는데 활의 재료로 썼던만큼 무인을 상징하여, 보통 무신(武臣)들이 많이 썼다 합니다. 우각선(牛角扇)이라고도 부릅니다. 전통적인 우각선은 부채의 뼈 뿐만 아니라 겉대 전체를 말아 쌌으며 이 기법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장인은 현재 엄재수 선자장 뿐입니다. 유물이 존재하는데 문헌에서 사진으로 나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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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죽대모선. 선자장 엄재수 作.

대모선(玳瑁扇) - 매부리거북(대모거북)의 등딱지를 겉대에 얇게 말아붙인 부채. 대모를 부채에 말아붙이려면 상당한 기술력을 필요로 합니다. CITES 때문에 대모 등딱지 자체를 수입하기도 힘들거니와 구한다 해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현재는 별로 없죠. 바람의나라라는 게임에서 나오는 아이템인 대모홍접선 이라는 부채가 바로 이 부채의 원형입니다. 작년에 김동식 선자장이 대모선을 선보이긴 했지만 오래 전부터 엄재수 선자장은 선친이 모으신 재료로 이 부채를 만들었습니다. 이 부채는 주로 문신(文臣)들이 좋아했고 현재도 작가들이 이 부채를 많이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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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륜선. 선자장 박인권 作.

윤선, 대륜선(大輪扇) - 볕을 가리는 데 쓰는 별선(別扇)의 일종입니다. 차바퀴처럼 생겨서 윤선이라고 하네요. 이 부채 또한 접었다폈다 할 수 있습니다. 구조상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니 볕가리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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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 칠접선. 선자장 엄재수 作.

칠접선(漆摺扇) - 합죽선과 더불어 조선시대 사치부채의 쌍두마차를 이끌었던 부채입니다. 요즘은 겉대에 화려한 기법을 쓴 부채를 칠접선으로 규정짓는 것 같더군요. 사실 유물이 다 그렇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칠접선은 유물의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대나무의 속살을 잘라 칠을 하고 겉대를 화려히 장식했는데 부채의 속살이 많지 않아 접고 펼 때 부담이 적어 실용성이 더 큽니다. 현재 칠접선은 유일하게 엄재수 선자장만이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채를 만드는 무형문화재는 누구인가?


부채를 제작하는 사람을 선자장(扇子匠)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합죽선을 제작하는 선자장 부분이 현재 중요 무형문화재 쪽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128호 김동식
전북무형문화재 10호 엄재수
전북무형문화재 10호 박인권

이 세 분이 계신데 각 선자장마다의 스타일이 다릅니다.

일단 김동식 선자장의 대표작품 먼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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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김동식 作 합죽 다절선.

김동식 선자장은 고종황제 때 부채를 진상하던 라학천 선생의 계보입니다. 다만 라학천 선생이 고문헌에 등장하지 않더군요. 김동식 선자장은 속살을 기가 막히게 다듬습니다. 낫칼의 달인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그가 직접 작업한 부채를 구매한 사람들은 대부분 만족해하는 편입니다. 겉대의 낙죽은 본인이 직접 그린 건 아니고 무형문화재 낙죽장 이신입 명장의 작품입니다. 저 특유의 정교한 낙죽은 이신입 명장의 주특기죠. 이신입 명장은 원래 합죽선도 만들 줄 압니다. 아버지가 그 유명한 무형문화재 고 이기동 선생이셨으니까요. 2015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선자장이 등재되면서 김동식 선자장이 그 위치에 올랐습니다. 이전에는 지방무형문화재만 있었지 중요 쪽은 없었거든요. 중요는 국가가 관리하는 문화재라서 대접이 다릅니다.
이 분의 장점은 초고가 작품급보다 중간급 합죽선의 품질이 좋습니다. 단점은, 워낙 오랜 기간 동안 중간급 합죽선을 만드셔서 그런지 아직 재현품, 복원품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계십니다(...) 그리고 합죽선을 자꾸 크게 만들려는 경향을 보이시는데 합죽선이 실용예술품인 것을 생각하면 갸우뚱해집니다. 40cm 이상의 합죽선은 소리꾼이 아닌 이상 실제로 가지고 다니면서 쓸 수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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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엄재수 作 합죽대모칠선

엄재수 선자장은 문씨의 계보를 잇습니다. 문준하 - 엄주원 - 엄재수 이런 계보가 됩니다. 엄주원 선생도 무형문화재셨고 그 아들 엄재수 선자장도 현재 무형문화재입니다. 다만 아직 지방무형문화재라는 거... 제가 전 게시물에서 소개한 '젊은 선자장'이 바로 이 분입니다. 복원 사업을 위해 유물을 엄청나게 수집한 덕분에 옛 부채의 모습을 원본 가까이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엄청난 학구파라서 자기가 성에 차지 않으면 직접 해 버리는 먼치킨적인 능력자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부채에 칠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는데 맘에 들지 않자 자기가 직접 옻칠을 배워서 해 버릴 정도였으니 말이죠.
이 분의 장점은, 고가~초고가 작품급에서 엄청난 퀄리티와 쩍 달라붙는 손맛을 보여 줍니다. 대모선, 우각선, 반죽선, 대륜선 등의 복원 작업은 이 분이 전부 개척하셨습니다. 이미 디자인 등록까지 되어 있죠. 단점은, 초고가 합죽선은 미칠듯이 높은 가격인데다가 중저가형 합죽선을 안 만드십니다(...) 복원에 매달리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만 좀 아쉬운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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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박인권 作 가죽명품피선

박인권 선자장은 엄주원 선자장에게 사사받아 따로 부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손재주가 매우 좋다고 소문이 나서 일찌기 합죽선 쪽에서 명성을 쌓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는데, 같은 스승에게 사사받았음에도 엄재수 선자장과는 그 스타일이 많이 차이가 납니다. 다른 선자장과는 달리 합죽선의 보급화에 힘써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열고 작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무형문화재는 늦게 지정된 편으로 그 아들 박계호씨가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부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분의 장점은, 부채의 보급화에 힘써 저렴하게 작품급 부채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채의 겉대 또한 재료를 바꿔 현대 감각에 맞춰 다양하게 시도하는 편입니다. 게다가 여러 드라마 및 영화에 협찬하여 부채를 계속하여 알리고 있지요. 단점은... 재현부채나 복원부채라고 판매하긴 하는데 뭘 재현했는 지 의문이 들 만한 부채가 나옵니다.








여기까지가 부채를 제대로 구입하기 위한 사전 지식입니다.
다음은 합죽선 구입 시 보편적인 QA 입니다. 아주 간단한 답변이니 그저 참고 용도로만!


Q. 합죽선을 갖고 싶지만 비싼 게 부담돼. 그림 없는 게 좋아 =>

A. 5~7만원짜리 그림 없는 합죽선이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구입할 시 아무 사이트나 둘러 보셔도 됩니다. 어차피 이 가격대의 합죽선은 품질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유념하실 것은, 겉대의 마디가 많을 수록 좋다는 말에 혹하시면 안 됩니다. 괜히 가격만 높아지고 평균 수명은 똑같습니다. 공방에 내려가셔서 직접 손에 쥐어 보고 구입하시는 게 제일 좋지만 이 가격대의 부채를 사러 일부러 전주까지 내려가시는 것은 비추입니다. 인사동은 은근 비싸더군요.


Q. 그림 있고 적당한 가격대의 합죽선을 갖고 싶어 =>

A. 10~15만원짜리 합죽선이 있습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데 다 비슷하게 그려내서 온라인에서 주문해도 그림이 크게 다를 일은 없을 겁니다. 이 가격대의 부채는 그림값이 크고, 부채 자체의 퀄리티는 5~7만원짜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Q. 그림은 없지만 작고 예쁜 여성용 합죽선이 갖고 싶어 =>

A. 23~25cm 를 소선(小扇)이라고 하는데, 김동식 선자장 부채 중 예쁜 소선들이 많습니다. 소선은 그 특성 상 가방에 넣기 용이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방에 넣으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데, 마감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부채 살이 들고 일어납니다. 그래서 마감을 잘 한 부채를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대는 아마 10~20만원 사이일 겁니다. 전주부채문화관에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Q. 선물용으로 구입할 합죽선은 어떤 것이 좋나요?

A. 선물할 대상이 누구인 지 알아야 합니다. 공예에 관심 많은 사람이나 윗어르신께 선물한다면, 어지간한 가격대로는 만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예민한 공예가라면 일반 합죽선의 품질을 알아보고 실망할 수 있거든요. 그런 사람에게 선물한다면 그림 없는 가격 기준으로 15~20만원 이상을 잡아야 합니다. 김동식 선자장의 부채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외국인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림 없는 가격인 5~7만원, 그림이 있는 10만원 선이면 충분합니다.


Q. 적당히 전통미 있고 가격도 적당한 부채를 내가 직접 쓰고 싶어

A. 고전적인 전통미를 원한다면 김동식 선자장의 부채, 현대적인 느낌이라면 박인권 선자장의 부채를 추천합니다. 가격은 20~40 사이입니다. 김동식 선자장의 부채는 전주부채문화관, 박인권 선자장의 부채는 전주부채연구소에 있습니다. 김동식 선자장은 겉대 마디 많은 다절선을 잘 만드므로 이 쪽을 주로 알아보시는 게 좋고, 박인권 선자장은 겉대 마디보다는 말아싸기를 주로 한 부채를 알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여기까지!


Q. 진짜 부채를 찾고 싶어

A. 엄재수 선자장의 부채를 권합니다. 사실 비싸서 잘 권하지는 않습니다마는... 오리지널에 가까운 대모선, 우각선, 반죽선 등은 여기에 있죠. 가격은 상당히 흉악합니다. 80 이상은 들이셔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 가격 대의 부채 중에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합니다. 옛 유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곡선미가 그대로 살아 있구요, 쥘부채의 본분에 제일 충실한 작품입니다.


Q. 유물을 100% 재현한 부채를 원한다

A. 엄재수 선자장의 부채들도 유물 재현품이라기보다는 창작품에 봐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합죽선의 속살에 칠접선의 화려한 겉대를 붙였거든요. 하지만 최근 나온 게 있으니... 옛 칠접선을 그대로 재현한 엄재수 선자장의 칠접선이 있습니다. 현재 엄재수 선자장밖에 만들지 못합니다. 물론 가격은 역시나 사악합니다. 100 이상은 들이셔야 할 겁니다.


Q. 액자에 걸 만한 부채를 추천해주세요

A. 사실 부채는 쥘부채라서 액자에 걸면 부채가 죽어버리기 때문에 권장하진 않습니다만... 좋은 글을 받아서 액자에 걸려면 김동식 선자장의 대형 부채가 이쁩니다. 액자에 걸 부채는 크면 클 수록 좋으니까요. 가격은 역시나 자비없을 겁니다. 100 이상입니다. 하지만 굳이 큰 부채가 필요 없다 하면 사실 부채 자체가 20만원 이상의 어떤 부채를 써도 무방합니다.







다음은 부채 관리 보편적인 QA 입니다.

Q. 부채는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

A. 부채는 손에서 가지고 노는 게 제일 좋습니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동봉한 나무상자에 넣어서 보관합니다. 겨울에는 부채 끝을 살짝 묶어서 보관하시면 부채의 변형이 적어집니다.


Q. 부채의 종이가 헤졌거나 찢어졌다

A. 인사동 지업사나 공방에 가시면 종이를 쉽게 교환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5천원인 걸로 기억합니다.


Q. 부채의 살이 부러졌다

A. 부채를 산 곳에서 AS 맡기시면 됩니다. 이 경우 부러진 살을 고리에서 떼 내고 종이를 다시 교환하기 때문에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부채를 잘못 보관해서 앞이 벌어졌다

A. 부채의 앞을 살짝 묶고 상자에 넣고 실리카겔을 듬뿍 넣은 다음 보관합니다. 몇 주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모양이 돌아와 있을 겁니다.


Q. 부채에 그림이나 글을 받으려면?

A. 그림은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문의하면 화가가 그려 주기도 하겠지만 보통 그려진 상태로 판매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겁니다. 글은 더 어려운데 글을 잘 쓰는 분이 별로 없거든요. 친분있으신 분이 아니면 글 받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전주 한옥마을에 글 써 주시는 분이 계시긴 합니다마는...


Q. 겉대가 부러졌어요

A. 이 경우엔 구입처에 AS 맡기면 되나 잘못하면 부채 제작자의 공방에 직접 내려가야 합니다. 사실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Q. 부채가 비를 맞았어요

A. 부채에게 비는 상극입니다. 일단 비를 맞혔다면 최대한 빨리 살과 종이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 부채 앞을 묶어 실리카겔과 함께 보관합니다. 비를 너무 오래 맞히면 부채 살을 접합하는 민어부레풀이 불어나 떠서 부채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부채 모양이 틀어졌다면 공방에 수리 의뢰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부채를 고르실 때 유의하실 점


1. 제대로 된 부채를 사겠다 싶으면 인터넷보다는 발품을 직접 파시는 게 좋습니다.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은 5만원짜리 백선부터 시작해서 어느 정도 그림이 있는 15만원짜리 부채까지는 사실 부채 품질이 그게그거라서 인터넷에서 사도 비슷하겠습니다마는... 20만원 이상 좋은 품질의 부채를 사시려면 공방이나 부채문화관, 하다못해 인사동의 지업사나 토산품가게라도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부채에 대한 사전 지식을 쌓고 가면 더욱 좋습니다. 안목이 생기니 못생긴 부채를 골라낼 수 있게 되죠.

2. 부채의 마감 상태를 확인하세요. 대충 만든 부채는 접은 상태에서 부채살을 쓰다듬을 때 뭔가 걸리는 느낌이 많이 들 겁니다. 그리고 겉대를 살폈을 때 풀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거나, 겉대에 뭔가 깨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을 고르지 마세요. 수제품의 진리는, 제작에 걸리는 시간 = 품질 입니다. 이런 디테일한 마감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부채는 사용자의 그립감을 현격히 떨어뜨립니다.

3. 내 손 사이즈와 키에 맞는 부채를 고르세요. 손바닥 한가운데에서 팔꿈치 안쪽 접히는 곳을 자로 잰 길이가 바로 부채가 접혔을 때의 길이입니다. 키 170cm 이상은 30cm 부채를 많이 쓰고 키 160~165 사이는 25~27cm, 그 이하는 23~25cm 를 많이 씁니다. 왜 이렇게 재느냐 하면, 부채를 펴서 팔랑거릴 때 팔 길이보다 부채가 더 크면 심히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4. 구입 시 용도를 잘 생각하세요. 합죽선이 처음이거나 합리적인 가격에 합죽선을 쓰고 싶으면 일반 합죽선을, 무형문화재 예술품을 원하면 비싸더라도 작품선을, 양쪽을 절충하고 싶으면 그에 맞는 가격을 고르시면 됩니다.

5. 가능하면 선자장이나 부채 관련 종사자의 설명을 직접 듣고 부채를 고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인터넷에서 합죽선 검색하면 별의별 부채가 널렸죠? 이런 정보들은 절반 이상이 쓸모가 없습니다. 특히 쇼핑몰 같은 곳의 말을 믿지 마세요. 자사 부채를 과도하게 홍보하려는 나머지 다른 무형문화재들을 광역 디스하는 업자도 있습니다.

6. 제대로 된 작품부채를 사고 싶다면 무형문화재께 직접 연락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지요.
무형문화재가 매장을 직접 운영하기도 합니다. 김동식 선자장은 가정집에서 작업을 하십니다. 엄재수 선자장은 한옥마을 내에 공예사가 있고 박인권 선자장은 한옥마을과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광고가 될까봐 굳이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만 찾아보시면 금방 나옵니다.

7. 제일 중요한 건, 합죽선이라는 부채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무형문화재 작품선을 구입하시면 안됩니다. 합죽선은 점잖은 기물이므로 접고 펴는 데 조심해야 하며, 초심자는 이것을 모르고 마구 다루다가 부채가 깨지거나 비에 맞히거나 찢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일단 저렴한 일반 합죽선을 구매하셔서 다루는 법을 익힌 후 다음 작품급으로 넘어가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바로 작품선을 구입했다가 파손되면 구입한 사람은 물론이고 정성들여 작품을 만든 무형문화재들 또한 가슴아파할 것입니다.

8. 전주부채문화관은 여러 선자장과 접점이 있습니다. 시에서 운영하던가? 할텐데 여기에 문의해 보시면 작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주문을 받아서 선자장에게 전달해 주기도 하는 모양이더라구요. 국제택배도 가능한 모양이던데, 전화해 보시는 게 좋지요.




부채 관리에 유의하실 점.


1. 물기, 특히 비는 부채의 천적입니다. 비가 오면 부채는 깊은 곳에 꽁꽁 숨기고, 어지간하면 부채를 안 드시는 게 좋습니다. 비를 맞았을 때의 대비책은 QA 에 있습니다.

2. 드라마처럼 주인공들이 부채를 촤라락 접으면 부채가 빨리 상합니다. 그 사람들이야 협찬받은 거라 자기꺼 아니라고 막 쓰지만 협찬받은 부채가 돌아올 땐 너덜너덜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죽선은 점잖게 펴고 점잖게 접는 물건입니다. 쫙 펴고 챡 접는 그런 건 부채를 수 년 이상 만진 숙련된 사람(?)이 가능합니다. 그거 무리하게 시도하려다가 부채 떨어뜨려 깨진 사람 많습니다 허허...

3. 합죽선은 반영구적으로 쓰는 부채이므로 종이가 찢어졌다고 해서 버리시면 안됩니다. 종이는 저렴한 가격에 다시 도배할 수 있습니다. 인사동이나 전주 공방에 가면 됩니다.

4. 겨울에 보관 시에는 나무상자에 넣고 부채 끝을 묶은 뒤 실리카겔을 넣고 뚜껑을 닫으시면 됩니다. 실리카겔이 부채의 수분을 흡수하여 부채를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 줄 겁니다.

5. 부채 휴대 시 가방에 넣기 전 부채집에 넣으면 부채의 손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가방에서 부채가 굴러다니며 어떤 험한 꼴을 당할 지 모릅니다.

6. 부채를 거꾸로 펴면 부채살이 상합니다! 유의하세요.

7. 합죽선은 평생 A/S가 가능합니다. 무형문화재 작품선은 평생 무료 AS지만 그렇지 않으면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제 컬렉션을 살포시 공개하겠습니다.


다절선.jpg
합죽 다절선. 워낙 가볍지만 날씨를 잘 타는 녀석...


대모선.jpg

대모선2.jpg
합죽 대모선. 대모+백각 투톤인데 이 녀석과 저랑은 이상하리만치 궁합이 안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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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죽 반죽선. 제 실사용 1순위입니다. 가볍고 바람도 묵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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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죽 어피선. 겉대를 가오리 껍질로 말아싼 작품. 무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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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죽 어피 칠선. 무형문화재께 특별주문하여 속살을 파랑옻칠했습니다. 헌데 받고 보니 이거 장난 아니게 무겁습니다. 무거운 재료는 다 들어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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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죽 우각선. 제 첫 작품급 합죽선입니다. 소뿔의 그립감이 정말 쫄깃해요. 애정부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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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죽선이 아닌 반죽 칠접선입니다. 살수가 적고 가벼워 실사용 2순위입니다. 아니 곧 1위로 올라가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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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죽대모칠선. 30cm. 이 부채는 무형문화재의 역작으로, 2점 한정판입니다.
함부로 쓰기 어려워 좋은 글을 받고 잘 보관하는 중입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시면 대답해 드립니다.
어쩌다보니 글이 엄청나게 길어졌네요...
출처 본인 + 무형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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