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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보이스노출했다가 스토킹 시달린 이야기(긴글주의)
게시물ID : bestofbest_2712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코맛콜라
추천 : 121
조회수 : 17198회
댓글수 : 3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6/10/01 00:55:59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9/30 12: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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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핑크님의 게임하는 여자, 숨어서 게임하는 여자 -숨지않고 '나'로서 게임을 즐기기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314649&s_no=1314649&page=6

를 읽고 느낀바가 있어서 저도 글을 써봅니다. 
잡설이 길긴한데 잡설도 나름 여성유저의 고충이 담겨있어서 그냥 줄줄 쓰겠습니다. 



저는 여자고, 초등학교때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했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고 동네에 또래도 없어서 일찍 인터넷으로 외로움을 달랜 편이었죠. 
주로 했던 건 오유와 ㅇㅇ판타지아라는 어떤 게임이었어요. 
(오유에서 오래 사용하던 닉을 버리게 된 계기 역시 오늘 쓰는 이야기와 비슷하지만 생략)

ㅇㅇ판타지아라는 게임을 하기 전에도 다른 게임을 했었는데 
그 게임에서도 12살 여자애한테 온갖 성희롱을 퍼붓는 변태들이 많았거든요. 
자연스럽게 ㅇㅇ판타지아에서도 성별을 숨기고 친해진 사람들한테도 형이라고 부르면서 게임을 했죠. 
그 중 친해진 형이 있었는데 같이 이런저런 고민이나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졌어요. 
그런데 서로 알고지내면 지낼 수록 왠지 상대가 형이 아니라 언니인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먼저 조심스럽게 혹시 형이 아니라 언니냐고 물어봤고 
역시나 언니였죠ㅋ
그 언니가 당시에 가입해있던 길드에 초대해줬어요. 
원래는 성인유저만 받는 길드였는데 길드원이 보증해서 데리고 오는 경우에는 나이제한이 없었거든요. 
저는 그 길드에 있던 총 28명중 부길마님과 언니 그리고 저를 포함한 총 7명이 여자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물론 저 포함 7명 모두가 성별을 남자라고 속이고 있었죠. 

그 길드에서 1년 반을 게임을 했지만 우리가 여자라고 차마 밝히지는 못했었어요. 
무서워서...남자분들은 왜 그렇게 폐쇄적이냐고 하실수도 있는데 정말 무서웠어요. 
듣기싫은 욕이나 성희롱이 무서운 것 보다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돌변하는게 더 무섭더라고요. 
저희도 마음만큼은 항상 여자라는 걸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게임하고 싶었죠. 

그러던 어느날 저희 부길마 언니가 먼저 커밍아웃?을 하게 되는 일이 있었어요. 
오랜 연인이었던 길마님과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거든요. ㅎㅎ
비록 저는 초딩이라 참가할 수 없었지만 성인유저들은 상당수 결혼식에도 참가하고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언니들의 성별이 전부 들통났죠ㅎㅎㅎㅎ
그래서 저도 13살난 초딩 여자애라고 밝히고 정말 즐겁게 게임을 했어요. 

그런데 ㅇㅇ판타지아에서는 환생 시스템이라는 게 있는데 특정 던전에서 보스를 깨야 하거든요. 
거기에서는 보스를 깨거나 죽기 전에는 나올 수가 없어요. 
피닉스의 깃털이라는 아이템을 써야 나올 수 있는데 1회성 소모품 치고는 살짝 비쌌죠. 
당시 길드 내에서 제일 부자였던 저는(인게임 재산 랭킹 100위안에 들었었음 훗)
팀원들의 피깃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같이 그 던전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그 던전이 좀 깨는데 오래걸려서 밤샘 도중에 너무 졸린나머지 다들 한숨 자고 오기로 했죠. 

서로서로 깨워주기로 하고 전화번호를 공유했고 
적어도 게임내에서 1년반은 알고지낸 사람들이었고 부길마 언니와 저랑 친한 언니를 포함한 파티여서 
문제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어요.
근데 문제가 되더라구요. 제가 생애 처음으로 전화번호를 오픈했던거였는데....
그 파티에 있었던 남자길드원 한명이 (1년여간 길드생활 문제없었던 매너남이었음)

매일 새벽 밤마다 전화해서 신음소리에 이상한 소리 안받으면 받을때까지 30통 넘게 전화하고 
틈만 나면 지가 무슨 내 구남친이라도 된 것 처럼 나야 오빠야 지랄 (죄송 욕이나오네요.)
당연히 ㅇㅇ판타지아는 접었고요, 그러나 그 뒤로도 전화는 제가 17살이 될 때까지 계속 왔어요. 계속...
저는 어리기도 어렸고 무섭고 부모님한테 말하는 건 더 죄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참았어요. 
부모님한테 말했다가 내가 더 혼날 것 같고 전화번호를 오픈한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생각해서요. 
당시 핸드폰에 녹음기능이 있는지도 몰랐고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서 증거도 수집할 생각을 못했고요.

그러던 어느날 참다 못해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하니까 그러더군요. 

"오빠가 뭘 잘못했다고 신고를 해~너 좋다고 하는게 잘못이야?
그래 신고해봐 어차피 신고하면 너도 경찰서 와야 하는 거 알지?
어차피 난 훈방조치니까 신고해서 너 얼굴이나 한번 보자"

17살 어린 저는 저 말이 얼마나 공포스러웠던지...
엄마한테는 말도 못하고 조르고 졸라서 핸드폰을 바꾸고 
제 핸드폰은 다시 엄마가 쓰신다고 하셔서 그 미x놈이 엄마한테 저 지랄을 할까봐 덜덜 떨었었어요. 
다행히 엄마한테까지 그러지는 않았더군요. 
이제는 엄마도 핸드폰 번호를 바꾸셨지만....

저는 오랫동안 이상한 전화에 시달린 탓에 남들 다 하는 싸이월드도 한 적이 없어요. 
그 미x놈이 제 싸이까지 타고와서 집까지 쫓아올까봐...
지금은 그나마 제가 유부녀가 되고나니 겁이 없어진 편이라 이런 글도 써보네요. 

저는 아직도 게임을 사랑하고, 지금은 남편과 함께 오버워치를 합니다만 보이스톡을 쓸 용기는 아직 없어요. 
물론 심해유저라서 아직까진 보이스톡 요구하시는 분들이 많이 없기도 하고요. 
전화번호를 오픈하는 게 아니고 인게임 보이스톡인데 무슨상관이냐 하시겠지만
아무리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무리 짧은 시간만 참으면 된다고 해도 나는 폭력을 당해야 하는거잖아요. 
다른 분들 하는 말씀 들어보면 열에 아홉은 그런 언어폭력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무서워서 못할 것 같아요. 

달콤핑크님 글을 읽고 그 분이 형사고소도 진행하신다고 해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쾌적한 게임환경에 일조했을 건데 바보같이 참기만 해서...
그 글중 공감되었던 게 "이상한 애들이니까 그냥 참으세요" 하는 말도 상처가 된다는 말이었어요. 
요즘은 인실좆이라는 말도 유행이고 누가 나한테 피해를 주면 바보같이 참지 말라고 참으면 호구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왜 게임하는 여자들에게는 참으라고만 하시는지...

이런...쓰다보니 말이 많아졌네요. 근데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거죠? 
아 그리고 쓰다보니 고구마네요. 죄송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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