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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버렸다.
게시물ID : bestofbest_2973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로불편너
추천 : 261
조회수 : 12282회
댓글수 : 4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7/01/13 17:58:03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1/13 16:16:45
할머니를 버렸다.

아들 가진 유세로 평생 우리 엄마를 괴롭혔던 할머니.

손주손녀에게 따뜻했지만 화가나면 퍼붓고, 걸레로 때리고. 막말을 서슴치 않던 애증의 할머니.


도박에 빠진 아빨 감싸고, 아빠가 바람을 피든, 도박에 빠지든 , 남에게 사기를 치든, 뭐든지 아빠가 잘했다는 할머니.


우리 삼남매가 아빠를 미워하자 그러면 너희 천벌받는다던 할머니.


정작 그런 아들은 도박하느라 본인 엄마 책임도 못지고 요양원에 떠밀었지.

할머니 요양원비 한달에 몇십만원.  아빠가 내시라고 했더니 그걸 왜 내가 내냐며 니들 할머닌데 니들이 내면 안되냐는 아빠란 사람.


엄마와 나, 내동생 셋이서 매달 매달 허리띠 조여가며 할머니 요양원비 냈지.

할머니가 필요하시단것 사서 보내드리고, 꼬박 꼬박 찾아가 뵀지.

혹여나 할머니 요양원에 내던져놓고 누가 해꼬지 할까 걱정하고 애끓는 시간을 보냈지.


그러던 우리에게 

아빠란 사람은 새해 선물을 줬다.

가정사때문에 할머니 명의로 되어있던 우리의 마지막 재산 아파트.

그 아파트를 둘이 작당해서 팔아먹었지.

물론 할머니가 뭘알았겠냐마는. 그래도 당신 아들이 잘했다고 감쌌지.

우리가 지금껏 힘겹게. 엄마가 식당 서빙해가며 지킨 재산. 일언반구없이 우리 몰래 갖다 팔아버렸지.

이자도 아깝다며 애써 모은돈 융자 갚는데 다 써버린 우리 엄마 마음은 얼마나 헛헛할까

차라리 그 돈이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모두 그인간에게 가진 않았을텐데.

우리 마지막 재산이었던 그 아파트는

과천 경마장에 종이조각이 되어 날아다니겠지.

 


우린 오늘로써 당신들을 버린다.

죄책감따위 가지지도 않을거다.

할머니가 죽었다고 해도 눈물흘리지 않을거다.

아비라는 당신.내 인생의 가장 치욕은, 당신이 내 아비인것.


최순실보다도 못한 당신은. 왜 죽지도 않고 잘 살아있을까.

하루에도 담배를 몇갑을 펴대는 당신은 왜 아픈곳도 없이 그렇게 열심히 경마를 하러 다니는것일까.


엄마와 나와 내 동생은 기도 한다.

하루빨리 저사람을 하늘나라로 데려가세요.

차라리 죽어서, 우리 마음에 애틋함을 품게 해주세요.

저사람을 더이상 미워하지 않게 해주세요.

저사람이 더이상 남에게 나쁜짓하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제발 죽여주세요 하나님.



할머니와의 관계는 오늘로써 끝이다.

이제 할머니는 당신의 그 잘난 아들이 책임지라고 할것이다.

우리를 피도 눈물도 없는 패륜아들이라고 칭해도 상관없다.


어쩜 잘된일일지도 모른다.

항상 돈떨어지면 돈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고 협박하던. 그인간과 인연을 끊을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슬프고, 또 기쁘다.


내 엄마가 가질 상실감을 상상조차 할수없어 슬프다.

저런 사람들이 내 혈육이었다는것이 슬프다.



나의 죄책감을 털어버릴수 있어서 기쁘다.

내가 당신들을 버리는것이,  내가 나빠서가 아니란것이 증명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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