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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어요.
게시물ID : bestofbest_3534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고릭
추천 : 142
조회수 : 9942회
댓글수 : 25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7/07/28 04:53:22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7/27 20: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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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animal&no=182876&s_no=13556496&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33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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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시킨 날 하루종일 울음을 참느라 기다시피해서 집에 왔습니다.

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져서 한참을 정신놓고 통곡하고나니 찢어지는 것같던 마음이 마비된 듯 얼얼해지더라구요

아깽이를 데리고 있던 사나흘 동안 열심히 돌본답시고 세시간밖에 못자서 몸이 너무 힘들었지만 깊게 잠들기가 어려웠습니다.

중간중간 눈이 떠졌는데, 그때마다 아깽이의 얼굴이 눈에 선한 듯 보이면서 신기하게도 파노라마처럼 아기 얼굴에서 성묘 얼굴까지 변하는 모습이 좌라락 보였어요

병원에서부터 계속 생각하기를 너가 자란 모습을 보고 싶다 했는데... 두 번 정도 이런 파노라마를 잠결에 봤습니다. 정말 간절했거든요.

다음 날 아침 동물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열이 좀 내렸고 밥도 아주 잘 먹는대서 너무 기쁘고 한시름 놨었어요. 

그런데 오후에 원장님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유미흉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듣게 됐습니다.

설명을 자세히 해주셨지만 무슨 말씀인지 그냥 멍했어요. 정신차리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심장 쪽 림프 질환으로 인해 폐 주변에 기름기 있는 액이 차서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희귀병이었습니다. 치료법은 현재로선 없구요. 

그래서 숨차했었구나 .. 그래서 호흡이 빨랐구나 싶어서 .. 또 많이 자책했어요.

불안하고 무서워서 동물병원에 전화를 다시 걸어서.. 그냥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고 뭐라도 알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다른 수의사분이 설명을 다시 해주시는데 힘들거라는(이 말 쓰기도 싫으네요ㅠ) 뉘앙스로 말씀하셔서 너무너무 속상했어요..

아깽이는 그 작고 마른 몸으로 천자를 받았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유미가 갑자기 차올랐었거든요. 털을 밀고 주사바늘을 꽂아 액을 빼낸거죠

저녁에 병원 가서 아기를 퇴원시키면서 아주 쎄다는 항상제도 처방받았습니다. 

집에 데리고 와서 약을 먹이는데 매우 쓴지 입을 못 다무는걸 보고 너무 미안하고 울고 싶었는데 독한 맘 먹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구요..

내가 신도 아니고 아무리 마음이 아프다한들 살고 죽는 일을 맘대로 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걸 다 하자고 다짐했어요.

그 후로 저는 좀 미친 사람처럼 ; 동물병원 여기저기에다가 전화를 해댔습니다. 블로그에서 본 다른 집사님의 유미흉 투병일지를 보고 쪽지로 연락도 드리고

완치판정 받은 아이들의 공통점이었던 루틴이라는 영양제를 아이허브에서 구매하고 (구매하면서 이거 올때까지 제발 살아있어줘 라고 생각했어요)

진찰받았다는 병원에 전화하고.. 패닉상태로 경황없이 이야기했는데 대부분 끝까지 들어주시고 조언도 해주셨어서 정말 고마웠어요.

하지만 결국 공통된 말씀은 지켜봐야한다였습니다. 약도 없고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천자 밖에 없다고.

개인적인 연락을 드렸던 집사님께 굉장히 친절한 답변을 받고 또 용기를 끌어모았어요.

루틴이 생각보다 빨리 와서 다행이었지만 너무 아깽이라 얼마만큼의 양을 어떻게 줘야할지 몰라 또 여기저기에 막 전화해보고..

아가한테 제 걱정 불안 전해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 옆을 계속 지키면서도 일부러 웃긴 거 찾아보면서 억지로라도 웃었어요.

병원에서 그 힘든 걸 잘 견뎠다, 넌 정말 강하다, 사랑한다, 넌 정말 소중하다, 걱정마 내가 옆에서 보살펴줄게, 사랑한다, 이런 말 끊임없이 하면서요.

아가는 병원에서 퇴원한 직후는 괜찮았지만 머지않아 또 무겁고 가쁜 숨을 쉬었습니다. 

들숨이 안되는 나머지 가죽이 갈비뼈 사이에 쑥 들어가버릴 정도로 버겁게요..

너무나 작고 여린 존재가 숨도 제대로 못쉬는 걸 보는 건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날 것 같네요. 

시간이 갈수록 아가 몸 여기저기가 부풀었습니다. 뜨겁기도 했구요. 전화해서 물어보니 이것도 림프 이상 증상이라고 하시면서

원장님이 굉장히 곤란해하시는 기색이었습니다. 말씀은 안 하셔도 저도 감지했죠 .. 아 위험하구나 지금.

열흘 가까이 잠도 거의 안 자면서 보살폈지만 사실 절망적인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호흡이 조금 가벼워진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부종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밥은 처음부터 쭉 잘 먹었었구요. 

일주일 뒤에 병원 가서 엑스레이 찍었는데, 걱정스런 표정으로 들어가셨던 원장님이 햇님같이 활짝 웃는 얼굴로 나오시며 괜찮아요 ! 라고 해서 전 소리를 꺅 질렀습니다. ㅎㅎㅎ

안심해도 된다고, 완치 판정을 받았었지만

그 뒤로도 간혹가다가 힘든 호흡을 쉴 때가 있어서 정말... 천국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틈만 나면 숨 어떻게 쉬나 가만히 쳐다보는게 일과였어요.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잘 기어다니지도 못했던 아깽이가 요즘엔 한 마리 토끼처럼 팔짝팔짝 잘도 뛰어다니고 있어요 !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잘 놀고, 숨도 매우 잘 쉽니다. :)

굉장한 비글묘로 제 두 손을 이빨 자국으로 꾸며주고 저랑 꼭 붙어있고 싶어하는 껌딱지 귀염둥이 막내입니다. (전 두 마리 고양이를 데리고 있어요 )

안 아팠다면 몇 주 데리고 있다가 입양 보냈을텐데,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고 나니 도저히 못 보내겠더라구요. 그래서 모시고 살기로 작정했습니다.

지금 보면 그렇게 아팠을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팔팔해서 행복합니다. ㅎㅎㅎ

하도 주변에 징징대서 아가 걱정해 준 분들도 많아서 참 고마웠어요.

이전 글에 건강할거라고, 나을 거라고 리플 달아주신 분들에게도 정말 큰 힘을 얻었어요. 멘탈이 약한 사람이라 정말 많이 의지가 됐습니다.

성묘도 힘든 희귀병을 생후 몇 주 밖에 안된 꼬물이가 이겨냈어요 !!

이 더위에 미친듯이 뛰노는 걸 구경하다가 문득 참 감사한 마음이 들어 글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혹시나 같은 병이나 다른 힘든 병을 앓는 아가들 집사님들 계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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