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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탁 드려도 될까요?
게시물ID : bestofbest_3622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루수
추천 : 490
조회수 : 21671회
댓글수 : 4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7/09/12 20:13:41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9/12 17:44:40

1톤 냉동 탑차를 운전해서 밥벌이 하고 있습니다.

 

잘 다니던 회사, 주식과 도박으로 말아먹고 짤리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하루 하루 속죄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녁 9시에 집에서 나가 새벽 6시까지 일하고 받는 돈 230, 다시 새벽 6시반부터 낮 12시 즈음까지 일해서 260, 집에 오는 길에 탕발이라고 그때 그때 콜 들어오는 화물 운송해주고 하루 3-4만원, 이렇게 해서 월 550정도 벌고 있습니다.

 

이 중에 300만원 정도는 내가 구경도 못하고 은행에서 이자와 원금갚는 걸로 빠져 나갑니다. 나머지는 생활비 하고요.

 

한달에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한지 9개월이 넘어갑니다. 어쩔 땐 너무 힘들어 혼자 울기도 하지만 매일 웃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두 번째로 일하는 것은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에 베@크 치즈타르트를 배송하는 일입니다.

 

하루에 많게는 28박스에서 적게는 10박스까지 매일 배송하는데 여기 매니저님이 저를 항상 감동시켜줍니다.

 

정신머리 없이 거래명세표를 빼먹고 문자로 사진찍어 보내드려도 오히려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하고 저를 편안하게 대해 줍니다.

 

가끔은 제 아내에게 주라며 타르트를 챙겨주시기도 합니다. “판매하기에 약간 흠집이 있어서요. 그래도 맛은 똑같습니다. 사모님 드리세요그럴때면 염치없이 꾸벅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받고 옵니다.

 

백화점이 10시 반에 오픈해서 9시 반에는 제품이 배송완료되어야 하는데 가끔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 늦을 때가 있었습니다. 전화를 드리면 천천히 사고나지 않게 오세요하면서 제 걱정을 덜어 줍니다.

 

20박스가 넘으면 큰 핸드카 두 개를 제가 낑낑 대고 밀고 가야 합니다. 매니저님은 직원분에게 저를 도와주라고 합니다. 제 할 일인데 말이죠. 너무 고맙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거래명세표 위에 레모나를 올려놓고, 사탕도 올려놓으면서 제 작은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매일 아침 신세계 강남점에 배송할 때 웃으면서 하려고 합니다. 적어도 베*크 치즈타르트를 운송하는 기사가 인상써서 제품 이미지를 훼손해서는 안되니까요.

 

혹시나 고객이 그 제품은 맛만 좋은게 아니라. 배송기사도 친절하더라.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요.

 

그런데 오늘 매니저님이 낮에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런 일은 거의 없는 일인데 말입니다. 매니저님이 정말 어렵게 말씀하시더군요.

 

주문했던 양보다 오늘 손님이 많아서 타르트가 모자를 것 같은데 혹시 혹시 혹시 한번 더 와 주실 수 있냐고요. 내일 주문 분을 미리 오후에 갖다 주십사 하는 거였습니다.

 

하아.. 그 때가 4시가 넘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이제 집에 가서 자야 하는데 강남에 갔다가 다시 집에 와서 9시에 출근하기에는 제가 잠 잘 시간이 안됐습니다.

 

5분 정도 생각하다 전화 드려서 정중히 힘들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죄송하다고요.

 

매니저님이 오히려 더 죄송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제가 일하는 9개월 동안 거의 처음으로 부탁하신 거였는데 들어드리지 못해서 너무 죄송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길게 쓴 것은 혹시나 오유 유저분들 중에 신세계 강남점에서 타르트를 드신다면... 배송기사가 부탁말씀 못 들어줘서 죄송하고 항상 고마워하고 감사하다고 전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혹시 혹시 그런 분이 있을까요?

 

* 어느 게시판에 올려야 할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조금이라도 먹는 거에 연관이 있어서 요리게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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