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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감자탕집 알바썰
게시물ID : bestofbest_3646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uena1
추천 : 206
조회수 : 26606회
댓글수 : 29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7/09/26 02:59:05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9/21 14: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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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제대 후 얼떨결에 캐나다를 가게 되었고 왜 캐나다에 
감자탕 집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루종일 감자를
깍고 재료 손질하는 알바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너 영어 조금 하냐는 주인장의 질문에 네 조금요라고
대답하게 되었다.

주인장이 생각했던 '조금'이랑 내가 생각했던 '조금'이랑
그 정도 격차가 있는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당시엔 감자탕집에 뭐 다 감자탕만 시키니까 게다가 여기가
동대문인지 캐나다인지 한국인들만 바글거리는데 감자 깍는
것보다야 낫겠지 하며 홀로 나섰다.

메뉴판을 보니 왜 포테이토 수프가 아니라 포크 본 수프일까.
생각해보니 그럴싸했다. 감자보다 뼈다귀가 많이 들어가네.

슬기로운 서구 문명이로다 감탄하고 있는데 어떤 외국인이
손을 들었다. 물론 지네 나라기 때문에 내가 외국인이 되는 건가.
암튼 뭔가 외국인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전형적인 현지인이었다.

네들이 감자탕 맛을 알어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론 영어를 못했기에 물어볼 엄두도 안났다.

파란 눈동자의 그 감자탕 사나이는 당당히 메뉴판을 가리켰다.

긴장을 했지만 난 최대한 아는 단어인 오케이를 외치며 쭈뼛쭈뼛
돌아서며 여기 감자탕 하나요! 를 외쳤고 주인장도 나름 만족하는
눈치였다. 뭐 별거 없었다.

그러나 역시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다.
갑자기 감자탕 사나이가 날 엑스큐스미 하고 불러세우더니 뭐라고
솰랴솰랴 요구했다.

수도꼭지를 내 땀샘에 장착해서 돌려서 막고 싶었지만 이미 줄줄
새는 식은땀을 막지 못했다. 지켜보고 있다 포스를 풍기는 주인장
앞에서 맡겨주세요 가슴팡팡을 시전한 나로서는 최대한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저주받은 내 듣기평가 능력을 저주하며 기억을 더듬더듬 더듬어보니

"캔 아이 겟 어 볼"

이라는 핵심 단어가 퍼즐처럼 조각되었다. 듣기평가 모의고사 후 회
초리를 갈겨주신 고딩때 영어선생님이 잠시나마 힘을 빌려준것 같은
느낌이랄까. 공을 원한다?

근데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서양인들이 공놀이를 좋아한
다고 하지만 식당에서 공놀이라니 그것은 너무 비신사적이지 않은가!

무엄하도다 하면서 동방예의지국의 예의를 호통치며 가르쳐주고 싶었
지만 일단 영어를 못했다. 우선 공을 찾아보았다. 역시 공은 없었다.
감자탕집에 농구공 축구공 럭비공을 구비할리는 없으니까. 캐나다라
하키공인가. 아니 근데 아이스하키는 공인가 그걸 뭐라고 하지. 

쓸떼없는 생각만 떠오르고 당황하며 이리저리 찾다보니 역시 사람은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불현듯이 얼음물을 아이스볼이라고 하는 것이 떠올랐던 것이다.

고량주는 파이어볼 얼음물은 아이스볼이라고 낄낄됬던 붕우유신같은
친구의 농담 덕분에 생각이 난 것이었다. 그 얼빠진 녀석의 맥빠진 농
담이 거짓말처럼 구세주가 될 줄이야.

난 위풍당당하게 그 감자탕 사나이에게 얼음 동동 냉수를 대령하였다.

거 굉장히 매울테니 이걸 먹고 목숨을 보전하시오라는 친절한 말은
영어를 못하니 역시 하진 않았다. 냉수 먹고 정신차려 라는 영어 속담
을 외워둘걸 그랬다.

그러나 감자탕 사나이의 표정은 냉수가 아닌 사약을 받아든 표정이었다.
그리고 뭐라뭐라 솰랴솰랴하는데 그때서야 문제가 있음을 파악한 주인
장이 상황파악을 하러 다가왔다.

결국 볼이라는게 공BALL 이 아니라 그릇BOWL 을 뜻하는지 참교육을 당했고
왜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은 날 호되게 더 꾸짖지 않았을까 원망이 되었다.

난 다시 구석에서 감자를 깍게 되었다. 
그놈의 볼때문에 내 볼은 시뻘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 이후로 누구든 나에게 뭔가를 영어로 물으면
"아이 캔트 스피크 잉글랜드" 를 시전하면 말없이 묵묵히 날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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