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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없는 나와 당신에게
게시물ID : bestofbest_3673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건좀
추천 : 242
조회수 : 16154회
댓글수 : 3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7/10/10 13:01:18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0/10 02:17:28
이글은 자존감 회복중인 제가
자존감때문에 힘든 분들께 바치는 글입니다

저는 어렸을때부터 알콜 중독, 폭력이 일상인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아빠가 술마시고 폭력을 일삼는 날에는
늘 엄마와 구석에 숨어 벌벌떨며 지냈어요

제 인생에 가장 잊을수 없고 
30이 다되도록 기억이 생생해 잊을 수 없는 날은
중2때 엄마와 손잡고 집을나오려고 도망치려다
아빠에게 둘다 머리끄덩이 잡혀서 질질 끌려다니며
정신없이 발로 밟혔던 날이네요

그 이후로도 20살부터 25까지 
어쩌다 마주치는 날이면 성인이 된 딸래미에게 
"니가 니엄마 뱃속에 있을때 지웠어야 했는데
지우지 못해서 내가 이렇게 못산다 죽어버려라"
하면서 벽에 몰아 제가 기절할때 까지 목을 졸랐어요
매번 기절하다 깨면 병원이었고 
그때마다 차라리 죽이지 왜살렸냐고 
하늘에 대고 원망했었어요

그때마다 저는 생각했어요
내가 태어나서 우리집이 이렇게 됐구나
나만 태어나지 않았어도 우리집은 평화로웠겠구나
나는 어딜가서도 불행을 줄 존재구나 하구요

그렇게 마음, 감정 숨기던 저에게
어느날 어떤 남자가 다가옵니다
저의 처음 연애 상대였어요

처음엔 이상한 사람이다 날 왜좋아하지? 생각했는데
그냥 막 만나보자 싶어서 무작정 만났습니다
어디든 너무 기대고 싶었거든요

너무 행복했어요
태어나서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생일선물도 받고
(제가 태어나서 모든게 불행해졌다며 집에서는 한번도
제 생일날 미역국 한번 못먹어봤어요)
나는 사랑스럽다는 것을, 사랑 받아야 할 존재라는걸
늘 표현해주고 안아주었습니다
제가 이런 상처 많은것을 알고도
많이 힘들었을거라며 이제 그 악몽을 벗어나자고
자기와 함께 견뎌내자며 결혼하자 하더라구요

근데 저는 거절했어요
그사람을 너무 사랑했지만
나때문에 또 누군가가 불행해 질까봐 너무 겁이 났어요
그의 조그마한 투정에도 두려워 벌벌 떨었으니까요
그가 사랑한다 말 없는날에는 
버려질까 잠도 못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후회스럽고 바보같아요

그렇게 그사람을 떠나 보냈어요
보내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4년동안은 거의 죽은사람처럼
지낸거 같아요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남 눈치보지말고 니 인생을 살아"

그땐 그게 무슨 말인줄 몰랐어요 어렸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 또 한명의 남자를 만났습니다
저를 너무나 예쁘다 해준 사람이었지요
그리고 얼마못가 지쳐 그사람도 떠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러더라구요

"너는 니가 흔들릴때마다 널 바로잡아줄 사람만 원하니?
나도 내가 흔들릴때 흔들리지 않는 사람 만나고 싶어
같이 앞으로 나아가 성장할 수 있는 사람"

그말을 듣고 정말 심장이 팩트폭격기를 맞은것처럼
와 닿더라구요 
어릴땐 몰랐던 전전사람 말이 이제서야 무슨말인지
알것 같았습니다

상대방이 저를 구원해줄거라는 기대만 안고
상대방에게 조금만 상처받으면 돌아서버리는 제 못난 모습을
그제서야 본거지요

그 이별의 말을 듣고 집에와서
무작정 제 머릿속에 있는것들을 글로 써냈습니다
과거에 상처받았던 나, 마음 숨기고 살았던 나에 대해서요
몇시간을 한참 쓰고나니 노트2권 이상이 되더군요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이대로 결핍되어있는 상태로
살아가지는 않겠다고

큰 종이에 저의 결심을 써서 책상 벽에다 붙였어요
앞으로 이것만이라도 지키고 살자고
그 내용은 이래요

1. 나를 위해 오늘 하루 성실할 것
2.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
3. 분명 행복해질것을 의심하지 말 것
4. 누구에게 다가가고 잘못을 뉘우치는것을 힘들어하지 말 것
5.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배풀 것
6. 나의 단점을 부끄러워 말고 장점을 떠올릴 것
7. 매일 하루에 한번씩 나에게 안부를 물어볼 것
8. 어떤 일이건 내상처만 크다 생각말고 상대방도 생각할 것 

매일 아침 눈뜰때마다 스트레칭 하듯 읽습니다
사실 이렇게 써붙인다한들 얼마나 큰 효과가 있냐 하겠지만
저에게 그날 하루의 제 안부를 묻고 과거의 저를 떠올리며
"넌 괜찮고 사랑스러운 아이야 니가 태어나 너무 기쁘단다"
하며 다독인것이 정말 작지만 큰 효과였어요 

신기한건요 세상 못나서 거울도 보기 싫던 제가 예뻐보여요
통통한 볼도, 축 쳐진 입꼬리도 처진 눈도 썩 괜찮은 사람같아요
그러다보니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한두명씩 보여요

못믿겠지만 저는 이렇게 자존감을 회복중입니다
바로 완벽히 나아질것이라고는 절대 생각 안해요
앞으로 1년이 걸릴지도 10년이 걸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전 계속 나아갈겁니다

이 글을 읽는분들께 나도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라
하지 않을겁니다
같이 나아가요 각자의 방식대로
전 아직 회복단계중이고 저와같이 힘들어하는 분이 있다면
서로에게 맘속으로 충분히 힘이 되어줄거라고 믿어요

글이 길었는데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화이팅해요! 

당신은 존재자체가 사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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