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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딩크가 될 팔자? 운명?
게시물ID : bestofbest_3683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남편고맙사랑
추천 : 177
조회수 : 20128회
댓글수 : 38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7/10/15 23:37:22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0/10 1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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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저는 그저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 기대에 맞춰 공부하고 취직도 하고 결혼도 평범하게 하는..
(그래도 직업과 결혼문제는 온전히 제 선택을 따라주셨습니다.)
20대에는 연애와 일로 정신없이 보냈고, 30대 들어서면서 남편과 결혼하고 역시나 평범하게 남들처럼 아이낳고 사는것에 한치의 의심도 없이 말이죠.

결혼하고 1년은 신혼을 즐기려 피임을 했고 이듬해부터 임신시도를 했는데 첫번째는 6주만에 계류유산되었고 그 이듬해에도 8주차에 심장소리 한번 들려주고 계류유산... 많이도 울고... 그래도 회사는 꾸역꾸역 계속 다녔어요.  일이라도 안하면 미쳐버릴것 같더라구요.
하필 그무렵에 남편 몸에 이상이 생겼는데 '혈소판감소증' 이라네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건 알고 있었는데(군대에서 헌혈도 안시켰대요) 약먹는다고 바로 낫는 병도 아니고.. 점점 살도 빠지고 부쩍 짜증도 늘고 그럴수록 둘다 일로 도망을 쳤던것 같아요.
뭔가...내 삶이 남들과 좀 다르게 흐르고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죠.

직장위치와 전세난 때문에 친정집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고 5년이 흘렀는데.. 처음엔 아이 낳으면 엄마가 봐주신대서 흔쾌히 시작한 처가살이에 부부관계는 편하지 않았고 남편은 점점 더 일에만 몰두하고 그만큼 건강은 더 안좋아졌어요.   
콘돔사용을 한번도 안했는데도 5년 넘게 임신이 안되는 난임이 분명했죠.  둘다 검사상으로 특별한 이상은 없었어요.
(난 자궁이 냉하고 남편은 정자의 질이 좋지 않았다는 정도)
 
생각해보면.. 내가 애초에 남편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전 원래 몸이 마른 남자를 좋아했는데 (내가 먹여서 살을 찌우고싶은..이미 살찐 사람에게는 내가 더 해줄게 없으니까) 수줍은 소년같은 내면과 일에 관해선 성실하고 완벽주의여서 날 굶길거같지는 않았어요.
좀 미안한 얘기지만 남편이 이렇게까지 몸이 아플줄 알았다면 결혼 안했겠지요. ㅜㅜ...

남편과 사귀기 바로 전에 잠깐 소개팅으로 만났던 분이 있는데 나이 때문인지 장남이란 책임감 때문인지 결혼을 너무 서두르더라구요.  만난지 두달만엔가 프로포즈를 하고..;;; 그분과 결혼하면 바로 일 그만두고 애부터 낳아야할 상황이었어요.
난 아직 하고싶은 일도 있고 그걸 포기할만큼 그분을 사랑하는것도 아닌데..
그렇게 미련없이 헤어지고 다시 남편을 만나서는 오히려 제가 먼저 결혼을 결심했네요.  참 웃기죠 ^^;;

어쩌면 난 본능적으로 임신을 두려워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날 임신시켜버릴것만 같은 타입의 남자가 싫었어요. (몸만 너무 좋거나, 섹스를 너무 즐기거나, 본능적으로 기분내키는대로 사는..)  뭔가 초식동물같은 남자에게만 안심하고 다가갔죠.

어릴때도 옆집 아기의 울음소리가 싫었고 커서도 친척 조카나 티븨에 나오는 예쁜 아기들을 봐도 별 감흥이 없긴 했어요.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서 대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난 그저 내가 받는 사랑에 익숙한게 아닐까..

38세쯤에는 회사에서 팀장자리를 맡는 바람에 더 바빠져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을 해보려는 생각도 접었습니다.
회사 눈치도 보이고 그렇게까지 인위적으로 꼭 아이를 낳아야하나 싶더군요.
남편 건강을 생각해봐도 우리 아이가 건강할거란 보장도 없고, 만약 남편이 일을 못하게 되거나 더 아프면 난 짐을 둘이나 지고 살아야할텐데...  불확실한 미래에 겁이 났어요.

다행히 시댁은 제가 유산한 사실을 아신 후부터 손자얘긴 한마디도 안하십니다.  아들이 건강치 못한것도 잘 아시고.. 시골분들이라 자식이 많으셔서 (3남 6녀에요. ㅎㅎ남편이 늦둥이 막내죠) 아쉬워도 이젠 포기하신것 같아요.
이번에 저희부부 크게 아픈일도 형,누나들만 아시고 시부모님은 80연세에 충격받으실까봐 모르게 했거든요.
앞으로 둘째형의 아들이 제사를 물려받겠죠.
친정부모님은 제가 살아있는것만으로 이제 다른 소원은 없다하시고.. 저희둘만 잘 살길 바라십니다.

내 또래 지인들이 하나둘 엄마가 되는걸 보면서 부럽던 마음도 이젠 점점 사라지고 그냥 각자 다른 인생을 살겠구나~ 합니다.
안그래도 좁은 인간관계가 더 좁아지겠지만 그만큼 얽매이는게 적을테니 좋아요.

아이는 창작물이죠.  우연한 타이밍과 본능적 행위의 결과물. 
평범한 남녀가 만나 큰 힘 들이지않고 만들수있는 유일한 창작물.
본인은 늙어가지만 나를 닮은 자식을 통해 젊은 모습으로 대를 이어 세상에 남고 싶은 욕망일수도 있고요. (영원한 젊음을 탐하는..)

나는 앞으로 무엇을 창작하고 살것인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이 세상에는 아이말고도 사랑할 것들이 정말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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