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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응급실 의사의 하루
게시물ID : bestofbest_4225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골목샛길
추천 : 158
조회수 : 25131회
댓글수 : 18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20/03/25 10:11:01
원본글 작성시간 : 2020/03/25 06:50:16
새벽 6시 반에 일어납니다.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한가득 끓이는 일이에요. 병원 근처의 가게는 문을 닫았거든요. 스타벅스도 닫았습니다. 전부 문을 닫았어요. 

걸어서 출근하며 일요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거리엔 아무도 없어요. 차가운 비 때문일지도 모르죠.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그럴지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8시 교대근무를 위해 병원에 걸어 들어갑니다. 들어가는 순간 이른 오전의 거리의 고요함이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거에 놀라게 됩니다. 응급실의 밝은 형광불빛이 사람들의 보호 고글에 반사해서 번쩍거려요. 기침소리의 불협화음이 들려옵니다. 멈추고, 마스크를 쓰고, 걸어 들어갑니다. 



전임 팀과 교대합니다. 하지만 나이와 상관 없이 거의 모든 환자가 같아요. 

기침, 가쁜 숨, 열

정말 걱정되는 환자가 하나 있습니다. 매우 호흡이 곤란하고 최대치의 산소를 공급해줘도 숨이 가빠요. 




즉시 환자를 진단합니다. 뭐가 문제인지 알겠고 뭘 해야하는 지도 알죠.  환자와 그녀의 가족들과 길고 정직한 대화를 나눕니다. 더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생명유지조치를 취하는 게 최선입니다. 준비를 시작하죠. 하지만...




또다른 매우 심각한 환자가 들어옵니다. 달려가죠. 아주 안 좋아요, 토하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생명유지조치가 필요합니다. 결국 둘다 불러들입니다. 서로 옆 방이죠. 호흡관을 넣습니다. 아직 오전 10시도 안 됐어요. 





근무시간 내내 거의 매 시간 연락이 옵니다. 

환자상태알림  매우 중증 호흡 곤란 발열 산소농도 88%
                     혈압 낮음 호흡 곤란 산소농도 낮음 
                     산소농도 낮음 숨 못 쉼 발열

하루종일 입니다..




오후 언젠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는 걸 알게됩니다.   마스크 벗기가 무섭거든요. 날 지켜주는 건 이것뿐이니까요.  좀 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울 때도 그랬잖아. 방호복 입고 찜통이었어도 버텼어.  환자 한 명만 더 보자..




늦은 오후가 되면 먹어야만 합니다.  건너편 레스토랑은 문 닫았어요. 뭐, 전부 닫았죠. 하지만 고맙게도 병원 식당은 영업 중입니다. 뭐든 집어들고 손 씻고(2번) 조심스럽게 마스크 벗고 최대한 빨리 먹습니다. 그리고 돌아갑니다. 마스크 착용하고. 다시 들어갑니다. 



하루종일 보는 건 거의 똑같습니다.    모두가 코로나 19라고 상정하죠. 누구를 만나든 가운, 고글,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하루 종일. 안전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거든요. 심발작 / 맹장염 환자들은 다 어디 갔을까요? 전부 코로나 19입니다. 





근무가 끝나면 다음 팀과 교대합니다. 전부 코로나 19예요. 낮은
산소농도,  림프구감소증, D다이머 증가 등, 지난주 동안 배운 것들이죠. 

퇴근하며 동료들과 개인보호장비(PPE; 마스크 고글 등의)부족이 대해 걱정스런 의견을 나눕니다. 병원엔 호흡기가 부족해요. 





병원을 떠나기 전  >>모든 것<<을 닦습니다. 핸드폰, 명찰, 지갑, 커피컵. 전부. 표백제에 넣듯. 다 가방에 넣습니다. 방심할 수 없어요. 

진짜 다 닦았나?  다시 다 닦습니다. 조심 또 조심이죠. 





걸어나가 마스크를 벗습니다. 벌거 벗은 듯, 노출된 듯 느껴집니다.  여전히 비가 내리지만 걸어갈 겁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보단 안전하게 느껴지거든요. 스트레스 풀 필요도 있고요. 

거리는 비어있습니다.  병원 안의 상황과는 너무 달라요. 아무도 모르는 건가?





집에 도착합니다. 복도에서 옷을 벗습니다(이웃들도 내가 무슨 일 하는 지 다 아니까 괜찮습니다).  전부 가방에 넣고요. 와이프는 간만에 보는 애를 자꾸 떼어놓으려고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더 바랄 게 없는 가족들과의 시간입니다. 



텅 빈 거리를 보며 얼마나 상태가 나쁜지, 그리고 더 나빠질 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병원은 거의 한계입니다. 호흡기는 부족하고요. 구급차 사이렌 소리는 멈추지를 않습니다. 




오늘 본 모든 환자는 일주일 혹은 그 이전에 감염된 환자들입니다.환자수는 지난 며칠 동안 그러했듯 치솟을 겁니다.  더 많은 환자가 응급실에 올 것이고 더 많은 환자 알림이 올 것이고 더 많은 환자에게 호흡기가 씌워질 겁니다. 





이 바이러스를 막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어요. 하지만 퍼지는 걸 늦출 수는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접하지 못한 사람들을 감염시키지는 못합니다. 집에 계세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현재로선 모두를 구원 할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람들이 이건 현실이 아니라 할 지 모릅니다 - 현실입니다
심각하지 않다 할 지 모릅니다 - 심각합니다
죽지는 않는다 할 지 모릅니다 - 죽습니다 
 
전 에볼라는 이겨냈습니다(2014년 에볼라 방역 당사자). 하지만 코로나19는 겁납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그래주시면 매일 당신을 위해 일하러 가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의료진은 이렇게까지 되지 않게 하려고 이에 못지 않은 일을 하신 거겠죠.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방역이 귀찮다? 힘들다?  그거 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분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사치품들입니다. 

아직 안 끝났어요.   
출처 https://mobile.twitter.com/Craig_A_Spencer/status/1242302400762908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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