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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상 이성질체를 아시나요? 카이랄 의약품의 두 얼굴
게시물ID : bestofbest_4425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페러그린
추천 : 100
조회수 : 10248회
댓글수 : 2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21/07/27 00:29:44
원본글 작성시간 : 2021/07/26 13: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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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악의 의약품 사고로 불리는 ‘탈리도마이드’ 사건을 아시나요? 임신 중 입덧 완화를 위해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산모들이 기형아를 낳은 1만여 개의 대형 사건이었습니다. 왜 안전해야 할 의약품이 이런 사고를 발생시키는 것일까요? 많은 생체분자들은 쌍둥이처럼 닮아있지만 거울 같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쪽은 약리효과를 가질 때 다른 쪽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탈리도마이드와 같은 카이랄 의약품에서 ‘거울상 이성질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거울상 이성질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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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

ⓒ Wikimedia Commons

 

거울상 이성질체에서 이성질체(isomer)란 분자식은 같지만 구조가 다른 화합물입니다. 이성질체는 크게 구조 이성질체(constitutional isomer)와 입체 이성질체(stereoisomer) 두 종류로 나뉘는데요, 구조 이성질체는 분자식은 동일하지만 원자들의 연결된 순서가 다른 물질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에탄올과 다이메틸에터는 C2H6O로 같은 분자식을 갖지만 에탄올은 CH3CH2OH, 다이메틸에터는 CH3OCH3로 결합의 연결 순서가 다른 구조 이성질체입니다. 반면 입체 이성질체는 원자들의 결합 연결 순서는 동일하지만 공간상의 배향이 다른 물질입니다. 이러한 입체이성질체의 종류로 부분입체 이성질체(diastereomer)와 오늘 알아볼 거울상 이성질체(enantiomer)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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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

ⓒ Wikimedia Commons

 

거울상 이성질체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의 거울상들이 겹쳐지지 않는 입체 이성질체를 의미합니다. 자신의 거울상과 동일하지 않은 분자들은 2개의 거울상 이성질 형태로 존재하고, 이를 ‘카이랄(chiral)’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카이랄 분자와 그 분자의 거울상 이성질체는 겹쳐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의미로 의약품 중에서 어떤 두 분자가 서로 겹칠 수 없는 3차원적 구조에 기인하여 거울 상의 관계에 있을 때 ‘카이랄 의약품(Chiral drug)'으로 분류합니다.

그렇다면 서로 겹쳐지지 않는 거울상 이성질체 관계인 물질들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거울상 이성질체들은 동일한 물리적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평면 편광(plane-polarized light)의 회전 방향은 반대입니다. 따라서 평면 편광을 시계 방향으로 회전시키면 (+)- 또는 d-거울상 이성질체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시키면 (-)- 또는 l-거울상 이성질체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또한, 카이랄 중심에서 나타난 치환기들의 삼차원적 배열을 CIP 규칙을 활용하여 R/S 절대배열을 통해 구별할 수 있습니다.

 


 

 

                               

카이랄 의약품의 사용 

 

L-아미노산, D-당 등 카이랄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의 신체도 카이랄 환경인데요, 우리의 몸은 카이랄 화합물을 구별하여 각각의 거울상 이성질체에 대하여 서로 다른 반응 결과를 나타내곤 합니다.


탈리도마이드


카이랄 의약품의 대표적인 예인 탈리도마이드는 독일의 한 제약사인 그뤼넨탈에서 개발되었습니다. 주로 항생제를 만들던 이 회사는 새로운 경련 진정제를 개발하다가 탈리도마이드를 발견했습니다. 그 후 생쥐와 토끼 등의 동물에게 간단한 임상실험을 실시했고 무해하다는 결과를 통해 1957년, 콘테르간(Contergan)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었습니다. 이 약은 처방전 없이 살 수 있고 입덧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유럽 대부분의 국가로 퍼져나가 임산부들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약 5년 후, 탈리도마이드는 부작용으로 인해 판매 금지 처분을 받게 됩니다.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들에게서 팔다리가 없거나 짧은 신생아들이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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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3.

ⓒ Helix Magazine - Northwestern University

 


임상실험까지 마친 탈리도마이드는 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일까요? 문제는 탈리도마이드의 ‘거울상이성질체’였습니다. 탈리도마이드 분자는 두 가지 광학 이성질체의 형태를 가지는데, R형은 진정 및 수면작용이 있는 반면 S형은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태아의 세포가 필요한 영양분을 혈관으로부터 공급받지 못했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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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4.

ⓒ Wikimedia Commons

  

이처럼 여러 이성질체의 형태를 갖는 약물들은 보통 한쪽의 이성질체만을 사용하거나, 효과를 보이는 쪽만 분리하여 사용합니다. 하지만 탈리도마이드의 경우, 한쪽 이성질체만 복용해도 체내에서 다른 이성질체로 상호 전환되기 때문에 결국은 부작용을 갖는 분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의약품 발매 전 시험은 한층 더 강화되었고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탈리도마이드는 ‘한센병’ 치료에 효과를 보여 재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S형의 혈관 생성 억제효과가 암세포를 굶주리게 해 ‘다발성 골수종’에도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부프로펜


어릴 적, 열을 내리기 위해 ‘부루펜’이나 ‘맥시부펜’을 먹은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두 약이 거의 같은 약이라는 것은 알고 계셨나요?

거울상 이성질체인 이부프로펜은 R-이부프로펜과 S-이부프로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부루펜은 R-이부프로펜과 S-이부프로펜이 각각 반반씩 섞여있는 라세미체로 되어있습니다. 이때, 실질적인 약효를 갖는 것은 S-이부프로펜이고 R-이부프로펜은 비교적 해열·진통에 대한 활성이 낮습니다. 약효를 가진 S-이부프로펜만 분리하여 만든 약이 바로 덱시부프로펜 제제의 맥시부펜입니다. 즉, 덱시부프로펜은 이부프로펜의 구성 성분 중 반절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스파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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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5.

 

설탕의 약 200배 만큼 단맛을 낼 수 있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도 거울상 이성질체가 있습니다. 아스파탐의 거울상 이성질체는 단맛이 아닌 쓴맛으로 완전히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효과의 정도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한 특성을 지닌 이부프로펜과 달리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가지는 거울상 이성질체의 예시입니다.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거울상 이성질체의 특성은 약물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생리 활성을 보이게 합니다. 따라서 이를 파악하는 것은 의약품 개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용한 이성질체만을 선택해 합성하는 비대칭 반응(asymmetric synthesis)은 여전히 현대 화학에서도 어려운 문제로 꼽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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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6.

ⓒ 기초과학연구원 IBS

 


그러나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분자 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장석복 단장과 박윤수 연구원이 2개의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한 종류의 분자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고, 이를 이용해 탄화수소화합물을 의약품 필수 재료인 카이랄 락탐으로 제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카이랄 다이아민(Chiral Diamine) 골격을 포함한 이리듐 촉매가 99% 이상의 정확도로 거울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 이 촉매와 탄화수소화합물을 이용해 의약품의 기반 화합물인 락탐(Lactam)을 만드는 경우, 회전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때, 락탐은 분자 내에 CONH 결합을 함유하는 고리 모양 질소화합물을 의미합니다. 왼쪽 회전 유형을 가진 이리듐 촉매를 사용할 경우엔 왼손잡이 성 감마-락탐이, 오른 잡이 성 이리듐 촉매를 사용하면 오른손잡이 성 감마-락탐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높은 선택성의 원인에 대해서도 분석하였습니다.

 

락탐 합성 시 왼손잡이 성 이리듐 촉매를 사용한 경우 카이랄 다이아민 촉매와 탄화수소화합물 사이에 일시적인 수소결합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왼손잡이 성 락탐 형성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장석복 단장은 “약효를 갖는 의약품의 핵심 단위만 제조할 수 있는 이번 기술이 향후 유기합성과 부작용을 줄인 신약개발로 이어지리라 기대한다"라고 의견을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거울상이성질체의 여러 특징과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시판되고 있는 의약품 중에서 카이랄 의약품은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카이랄 의약품에서 거울상이성질체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아직까지도 그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다시는 탈리도마이드 같은 사고가 없기를 바라며 좀 더 안전하게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with_msip/221956507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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