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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신천지 코로나 터졌을 때 결혼식 올렸던 사람입니다.
게시물ID : bestofbest_4451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5번지
추천 : 131
조회수 : 21658회
댓글수 : 27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21/09/16 11:17:41
원본글 작성시간 : 2021/09/16 00: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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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결혼식 사흘 전에 올렸었던 글이 당시 베오베를 갔었네요.

 

http://todayhumor.com/?bestofbest_420240

 

유머인 이유는 그 후로 지금까지 여전히 신혼여행을 따로가지 못 했다는 점.

 

(뭐, 잠깐 어딜 다녀온 경험들은 있어도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라고 말할 수준은 전혀 아닙니다.

 정말, 개감사합니다요 염병할 코로나 양반ㅎ)

 

그리고 신혼여행도 못 갔는데 벌써 아기가 태어난지 226일을 지나고 있다는 점.

게다가 그 아기가 벌써 두 발로 짚고 일어서고 이 앓이를 하면서 뭐든 입에 쑤셔넣으려고 한다는 점. 

 

덕분에 염병할 코로나 양반이 백신 덕에 힘을 못 쓰게 되더라도 

이젠 제주도조차 쉽게 마음 먹기 힘들어졌다는 점.

(정말, 개감사합니다요 염병할 사이비 신자 양반들아...)

 

뭐, 그렇습니다.

당시 결혼식을 올릴 때, 

31번 확진자의 등장 덕에 그 큰 건물에 단 두 팀만 결혼식을 올렸고

저의 결혼식은 양가 직계 가족만이 덩그러니 참여한 상태에서 진행되어 번개같이 끝났습니다ㅎ

 

뭐, 다행이라면, 

식을 올리고 나서 바로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바삐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어서 피로감을 덜었다는 것과

식장에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없어서 

그날 대구에서 가장 안전한 예식장에서 뷔페를 우리 가족끼리 거덜을 냈다는 겁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예식장은 그런 혼란 속에서도 발열 체크와 손소독 등 방역의 적극성이 상당했던 것 같네요. 

식 중간중간에도 계속 뿌리는 소독약을 뿌려줬고요.)

 

당시 신혼 첫날밤을 그냥 보내는 것도 우습고, 먹고 싶은 거라도 맘껏 먹고 자자고

일부로 굳이 ㅡ 포항 구룡포까지 가서 회만 딸랑 사왔습니다. (당시에 죽도시장도 확진자 동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내려서 바다 보고 이런 건 딱 3분 정도 했네요. 정말 회만 사서 왔습니다.

당시에는 공포감도 너무 컸고, 

대구 사람 때문에 어찌 되었다는 말 나오게 되는 것도 너무 싫었으니까요. 

그렇게 첫날밤이 갔습니다. 그리고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뭐 ㅡ 그렇게 지내다 퇴사를 결심해서, 퇴사를 했고, 현재까지 반백수로 쩔고 있는데,

고맙게도 아기는 찾아와줬고, 그 아이가 어느덧 옹알이를 하며 아빠를 찾습니다. 

 

그리고 그 옹알이는 제 귀에 ㅡ 아빠는 이제 신혼 여행 따위 그냥 쫑난 거야 ㅡ 로 들리고요.

 

뭐, 중간에 아기가 백일을 막 지났을 때, 그간 고생한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 1박 2일로 펜션을 다녀온 적은 있습니다. 

딱 가족들만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는 곳으로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진짜 너무 좋더군요. 아 ㅡ 이게 사람 사는 모습인데.. 

 

위드 코로나? 

모르겠네요, 저 어린 것에게 마스크를 씌우라고요? 입 근처에 뭐가 지나가기만 해도 다 빨어먹는 아기에게?

적어도 제 눈에는 ㅡ 

요즘 세상에 아기들은 그저 살아 움직이는 코로나 자동 흡입기랑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봅니다.

어른들처럼 방역이 절대 불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어른들의 적극적인 방역이 중요한데...

뭐, 뉴스는 이제 틀어보기도 싫습니다. 사고치고 다니는 그 양반들 집 자식들은 다 장성을 했나봐요. 

아님, 다 싱글인가? 모르겠습니다, 

 

나이 마흔에 어렵게 장가갔는데 신혼여행도 못갔고, 어렵게 만난 아기에게도 세상의 자유로움을 안겨주질 못하네요.

 

그래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건 

이제 오래지 않아 백신 접종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죠.

저부터 당장 얀센 나오자마자 맞았습니다. 민방위 막차라서 이럴 땐 참 좋더군요.

 

뭐, 쓰다보니 재미도 없는 글을 길게도 썼는데, 

그냥, 이런 이야길 하고 싶은 밤이라서 썼습니다.

 

여튼, 살아지더군요. 

그것도 꽤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지더라는 겁니다.

아기가 괜히 생겼겠습니까? 제가 염병, 염병 이라고 했지만, 

전 인생에서 어느 때보다 행복한 요즘입니다. 이런 시기에도 말이죠. 

 

그러니 우리 모두 답답한 지금 시국을 조금만 더 견디었으면 좋겠네요.

지금도 이런데, 

나중엔 또 얼마나 더 큰 행복이, 더 짜릿한 재미가, 우리들 앞에 나타나려고 이러는 건지!!

 

음, 두근두근 코리아가 따로 읍네요.

 

결혼식 때 사진과 자라고 있는 아기의 사진을 첨부합니다. 왜냐고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총각 시절의 관종끼가 다분하게 남아 있어서 그런가 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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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내 뇌 우동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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