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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와 아버지
게시물ID : bestofbest_866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마레따
추천 : 793
조회수 : 48268회
댓글수 : 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2/10/18 19:29:27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0/17 11:14:36

어제 TV 프로그램에서 김종민씨가 아버지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좀 적어봅니다.

 

 

 

아버지는 택시를 하셨습니다. 개인택시를 한 8년정도 하셨었습니다.

 

제가 초등...아니 국민학생일때부터 중학교 1학년때까지 하셨었죠. 그당시 맨처음 모셨던 차종은

 

포니2였습니다. 노란색이었고, 옆면에는 빨간색 파란색으로 페인트를 덧대어 처리를 한...

 

그리고 주유구쪽에는 광주 개인택시 무슨 조합...이라는 로고가 있었던 걸로 기억이 되네요.

 

광주4파의 5665호 였습니다 (이건 잊어버리지도 않네요 ㅎㅎ)

 

아버지께서는 그런 개인택시를 매일 닦고 일이 끝나고 주차를 하실때면 은색 커버를 씌워 놓고 하셨습니다.

 

국졸에 변변한 배움이 없으셨던 아버지에겐 그야말로 보물1호였었죠...아니 우리가족에게 보물1호였습니다.

 

 

아버지께선 일을 끝내고 오실때면 항상 클랙션을 울려 당신께서 집에 오셨다는 것을

 

알려주셨었습니다. 그러면 전 후다닥 베란다로 뛰어가서는 아버지인것을 확인하고

 

5층 계단을 단숨에 뛰어내려가 은색커버를 씌우시는 아버지를 돕곤 했습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아버지께서는 동네 슈퍼로 가서 낱개로 파는 초코파이를 사주시곤 했습니다.

 

(실은 초코파이가 먹고 싶었던 것이었겠죠)

 

 

머리가 좀 큰 후에는 그냥 베란다로 나가서

 

"아빠 초코파이~~~"라고 외쳤고

 

아버지는 조용히 웃으시며 검은 봉지에 어떤날은 한박스, 어떤날은 몇개...이렇게

 

사다주시곤 했습니다.

 

 

하루는 아버지가 묵직해 보이는 검은 봉지를 들고오셔서 초코파이인줄 알고 봤다가

 

쌀 임을 확인하고 실망했던적이 있었습니다. 

 

한참 후에...어머니께서 그 쌀에 담긴 일화를 말씀 해주셨던 바로는

 

잔뜩 취한 취객을 태우고 집에 도착한 아버지가 요금을 이야기 하자

 

그 아저씨는 잠시 기다리라며 집으로 들어가더니 한참을 나오질 않더랍니다.

 

그래서 집으로 조용히 들어가 보니 허름한 세간살이에 엉망진창인 마루에 그 아저씨가 누워있고

 

제또래의 여자애와 남자애가 거지행색을 하고는 그 아저씨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있더랍니다.

 

아버지가 요금을 받으러 왔다고 하자

 

여자애가 죄송하다고 돈이 없다고 쌀독에서 박박긁어 쌀을 대신 주더랍니다. 아버지가 쌀을 받고는 택시로 돌아오신 후에

 

아버지는 그날 버신 하루 택시비를 몽땅 그 여자애에게 쥐어주고 오셨다고...

 

그게 아버지였다...라고 어머님께서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시더군요.

 

 

그후 제가 중학교 2학년때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

 

그후 5명이 살던 저희집 13평 주공아파트에는 온기가 사라졌습니다.

 

더이상 제가 베란다에서 초코파이를 외칠수도 없었습니다.

 

어떤날에는 무심코 밖을 쳐다보다가 아빠, 엄마, 아이들...이렇게 놀러가는

 

모습을 보고 울기도 참 많이 울었었습니다.

 

누나 둘은 일찌감치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취업을 했고,

 

어머니께서는 이것저것 일하시다가 밤이되면 매일 저에게 팔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하셨고

 

사춘기였던 저는 그게 싫어서 짜증내기고 하고...

 

그냥 그때는 아버지가 돌아가신게 그냥 꿈이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어제 김종민씨도 이런말씀을 하시더군요.. 모든게 꿈인것 같았다고...)

 

 

 

세월이 흘러서

 

이제 저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예전 초코파이를 사달라 떼쓰던 제 나이의 아들과 딸이

 

자라고 있습니다.. 가끔 퇴근을 하고 동네 수퍼에서 초코파이를 한박스 사들고 가면

 

저를 반기기 보다는 초코파이를 반기는 아들과 딸의 모습을 보며

 

아버지도 이러셨을까? 가슴이 따뜻해져오는 기분이셨을까? 생각을 합니다.

 

 

초코파이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문득 드는 근본을 알수없는 서글픔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냥 수십년전 베란다에서 초코파이를 기대하던 그 모습에 여전히 저는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탓일까요..

 

저보다 더욱 슬프셨을 어머니와 누나들을 알지 못했던 철없음 때문이었을까요..

 

 

비가 오는데,

 

아버지 계셨더라면 포장마차에서 소주나 한잔 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듭니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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