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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뽐부펌]Prologue 베가본더와 아톰의 자전거 세계일주 -
게시물ID : bicycle2_72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리봉왕자
추천 : 7
조회수 : 1349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05/07 17:17:10








 
"나는 왜 세계일주를 시작하려 했을까?"
 
 
 
 
 
언제나 조증인 나에게 상당히 침체 되어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20일의 정기휴가를 붙여서 복학을 했고,
 
학사 경고에 F학점 투성인 학점을 매우느라 모든 정규 학기는 물론이고 
 
방학 때는 계절학기를 풀타임으로 이수 했어야 했다. 
 
 
하지만 힘들지언정 즐거웠다. 매우 
 
 
난 가끔 내 자신을 가장 낮은 구렁텅이로 밀어넣어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내몰곤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왠만해선 난 정신을 잘 차리지 않으니까
 
 
그렇게 나름 즐겁고도 바쁘게 열심히 살다보니
 
26세 1월에 입사가 결정되었다. 
 
 
어라?
 
난 아직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앞으로 몇 십년을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것이구나.
 
내 인생을 회사에 팔아 돈으로 맞 바꾸겠구나 라는 생각이 온 머리를 지배했다. 
 
 
어처구니 없게 4학년 2학기 인턴생활을 하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자전거 여행자 찰리님의 여행기는 그야말로 뭐랄까 내겐 큰 위로였다. 
 
'이야 나이차이도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저 사람은 저렇게 멋지게 살고 있구나.'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단 30살에
 
 
그 때 모든 걸 박차고 나가기엔 나는 용기가 너무 없었다. 
 
부모님의 기대와 그 동안의 나의 노력이 너무나 한 순간에 날라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지나고 생각해 보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4년이 넘는 회사 생활을 통해 그나마 아주 조금 사회생활을 배웠으며, 
 
여유있고 안정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ㅎㅎ
 
 
 
그렇게 나는 가장 친한 친구와 4학년 개강이 1주일 남은 2008년 8월 말 제주도로 떠났다.





7일간의 자전거 여행은 그야말로 짜릿했다. 
 
서울-제주 교통비,식비,숙박 등 모든 비용을 7일동안 23만원에 해결했다. 
 
돈이 없었으니까 ㅎㅎㅎㅎ
 
아무튼 5년 후에 세계일주를 간다 라는 거창한 꿈을 마음에 품고 왔다. 
 



 
(2008년 표선해수욕장)
 
목표가 생기니 모든것이 즐거워 졌다. 
 
오히려 이전 보다 더 행복했다. 
 
목표, 꿈이라는게 생겼으니까.
 
 
 
 
 
나는 결혼은 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서른살에 멀쩡한 자리를 박차고 세계일주를 가려는 정신나간 사람이랑 
 
결혼 할 이상한 여자가 있을까?
 
 
 
 



있더라..
 
 


 
대학에서 우린 같은 과 동기에 밴드를 했었다. 
 
(드러머가 아톰 나는 산타)
 
그냥 아는 동기의 관계로 8년째 지내오다가
 
처음으로 둘이 밥을 먹게 된 자리에서 
 
아무 생각없이 내 여행얘기를 했는데 이 이상한 애는 굉장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절대 그럴 애가 아닌데..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했다. 
 
 
그러고 보니 기묘한 우연도 있다. 
 
 <img src="http://media.slrclub.com/1305/07/1367893006_IMG_6957.jpg" alt="" />


제주도 여행할때 그녀는 표선 해비치에서 신입사원 연수중이었고
 
해비치를 지나가던 우리는 그녀의 회사 연수 플랜카드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가난한 대학생인 우리는 한라산에 있었던 그녀를 4시간을 기다려서 
 
흑돼지를 얻어 먹고야 말았었다. 
 
그 음식은 제주도에 있는 동안 거의 유일하게 고기 및 제대로 된 식사를 한 것이었고,
 
 
어쨌든 내가 5년뒤에 해야겠다고 결심한 표선 해수욕장에서 그녀를 우연히 만나 밥을 뜯어먹었고
 
 
 

 
 
정말 5년 뒤인 세계일주 3주전
 
나는 그 이상한 애와 함께
 
그 때 그자리를 다시 방문했다. 
 

 


어처구니 없지만 잇츠 트루 ㅎㅎ
 
결혼생활 2년 후에 떠나자
 
그동안 엄청 놀면서 여행 준비를 하자고 결심했다. 
 
 
 
작년 이맘때쯤 우린 
 
첫 행선지를 호주로 정했다. 
 
이유는 내 못난 영어 스킬의 향상과, 낮은 난이도,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열망!!
 
1년 전 우리는 호주행 편도!! 티켓을 끊었다. 
 
 
끝이 보이는 회사생활은 내 정신상태와 마음가짐을 더욱 여유있게 해주었다. 
 
뭘 보던 하던, 마냥 즐거웠다. 
 
몸은 무척이나 바빠도 즐거웠다. 
 
그래서


사진도 엄청 찍으러 다니고,



저질 체력 개선을 위해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난생 처음 동호회도 가입해 봤다. 





달리기도 하고,





헉헉
 
카우치서핑, 웜샤워를 여행 전 경험해 보고자,





두번의 서퍼가 되기도 하고,




20여번의 호스트를 해보기도 했다. 
 
외국인만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답답한 것도 어느정도 해소가 되었고





보는 것 보다는 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는 스쿠버도 배우고,





요리에 대한 센스가 희박한 아톰을 위해서는 아니고,
 
혹시나 모를 요리의 기회를 위해 한식요리도 배웠다. (현재 꽤나 유용하게 사용 중??!)
 
 
아톰은 놀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아톰은 머리를 잘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톰은 핸드드립 커피도 배우고 나름 바쁘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2012년을 엄청나게 보냈다. 




 
거의 모든 페스티벌은 다 돌아다녔고, 운좋게 패션매거진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게 되었고,
 
여행 준비일 뿐이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멋진 한 해를 보냈다.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여행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도 이렇게 즐겁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경험들을 하는데
 
실제 여행을 하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생길까?
 
 
물론 엄청 힘든것은 보너스지만 ㅎㅎ
 
 
 
원래 내 계획은 자전거 여행이었지만
 
아톰과 함께 가기 때문에 위험,더러움,불편함,힘듬 
 
등 모든 여성에겐 악조건인 자전거 여행이 아닌 자동차나, 배낭여행으로 여행의 방향을 바꿨었다. 
 
하지만 아톰은 
 
"기왕 할꺼면 자전거 여행이 간지지"
 
라는 깡패같은 명언을 남겼고, 우리는 급 자전거 여행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 놈이였다. 무척이나 비싼 가격에 ㅎㄷㄷ 했지만
 
난 이게 마음에 들었다. 3년 정도 여행할 텐데 이정도 투자도 못할 순 없었다. 
 
우린 돈벌다 여행가는데 이정도는 할 수 있잖아?
 
라고는 했지만 큰 금액에 고민하던 차
 
아톰의 작은 키는 자전거 사이즈로 연결되어 다른 대안들을 무참히 짓밟고
 
이녀석이 우리의 자전거가 되었다. 
 
 
<img src="http://media.slrclub.com/1305/07/1367893506_IMG_3079.JPG" alt="" />

 
 
여러가지 장비도 사서 부착했다. 
 
이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 할 줄은 몰랐다. 
 
 


 
 
자전거에 대해 뭣도 모르는 우리는 자전거 정비 교육도 받았다. 
 
이렇게 즐겁게 준비하는 시간들이 지나갔다. 
 
 


 
마냥 행복할줄만 알았다. 
 
막연한 기대감
 
하지만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20살부터 10년간 한번도 쉬지않고 살아온 나에게
 
 
청년실업, 잉여, 거지, 홈리스
 
라는 멍에가 곧 씌워지는 것에 대한 압박은 엄청났다. 
 
 
4년이 넘는 평온하고 안정되며 여유로운 생활은
 
내 자신의 습관과 꿈까지 저울질하게 만들었다. 
 
 
2013년 3월 나는 선임연구원으로 진급했다. 
 
진급한 다음날 퇴직의사를 전달했다. 
 
 
사표던지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선 언제나 멋지고 통쾌해 보이는 장면이었다. 
 
얼마나 즐거울까?
 
하지만 내가 느낀 그 때의 고민과 미안함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면서 한가지 그동안 내가 너무나도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남보다 어려운 선택을 했기 때문에 내가 뭐나 된 것 처럼 생각 하고 있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가며 사는 사람들 보다는 
 
마치 내가 대단한 선택을 했다는 것 처럼
 
 
정작 우리의 두 아버지들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데도
 
 
이 세상 누가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지 않겠나?
 
희생해야 할 지켜야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철없이 내 꿈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떠나는 내가 가장 하등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떠나기 전에 당연한 이 것을 깨닫게 되서 너무나 다행이었다. 
 
잉여인 내 자신을 냉정하고 침착하게 되돌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한가지 다행이었던 것은
 
 
 
우린 도피가 아니다. 
 
회사나, 내 현재 상황이 불만인 것이 아니었다. 
 
여행을 해야 하는게 우리 꿈이었으니까
 
가장 행복했고 즐겁고 회사를 사랑하던 2013년 3월 우리는 퇴직했다. 
 
 
 
잘나가던 직장을 둘다 그만둔다고 미쳤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단 한번도 기분나쁜적 없었다. 맞는 말이니까 ㅎㅎ
 
 
그리고
 
여유로울 줄 알았지만
 
 
 
정신이 없었다. 집을 정리해야 했다. 





이사가 아닌 박스 포장해서 몇년간 쌓아 놓아야 하는 상황
 
누구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일간 밤새며 포장을 하고 양가에 짐을 맡겨 놓았다. 
 
끝까지 민폐로군.. ㅎㅎ
 
그리고는 보름간의 전국일주를 떠났다. 예행연습으로
 
 
 
그간 너무 눈과 입과 귀로만 준비를 해왔다. 
 
직접 부딪힌게 너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풀세팅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여행기로만 보던 아름다운 일들만 있지는 않았다. ㅎㅎ
 
많은 고난이 있었다. 15일 밖에 하지 않았는데도 




어쨌든 일주일동안 국토종주를 마치고 제주도로 들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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