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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오래된 차 이야기
게시물ID : car_1035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태어납니다
추천 : 7
조회수 : 191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1/06/16 17:55:59

밑에 남자성기사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마음이 짠해서 

갑자기 센치해져서 저도 글 하나 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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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첫차는 1990년대 도깨비눈 아반떼 은색 초기형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처음 차를 사시던 날이 기억나네요.

수동미션에 에어컨과 알루미늄휠이 옵션이었습니다.

그날 집앞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아버지와 저는 고사를 지냈고

우리가족은 처음으로 소갈비를 먹었습니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저는 언감생심 운전할 엄두도 못냈었는데

군대를 제대하고 운전면허를 따고나서는 아버지께서 몰아보라고 가끔 차키를 주셨더랬습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아버지 주무실때 차키를 갖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그런짓은 하지 않았지만

항상 차를 몰고 다니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었는데.....

 

제 일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일이 되던 때에

아버지께서는 차키를 저에게 넘겨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사고한번 없이 잘 몰고다니며 20만 킬로를 넘기던때에

새차를 사주시겠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뒤도 안돌아보고 차를 알아보고

2008년식 진주색 토스카 cdx를 신차로 구매하게 됩니다.

 

그동안 타던 아반떼에게는 수고했다고 막걸리를 한통 부어주고나서

아는분에게 60만원을 받고 넘겼다는 말을 아버지께 전해드렸고

그날 저는 새차가 너무 좋아서 잠을 잘수가 없었고

아버지께서는 다른 이유로 밤새 주무시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죠.

 

토식이를 타고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고 연애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장인 장모님을 뵙고 결혼하고

첫째를 낳고, 병원에서 데려오고.... 

둘째를 낳고, 병원에서 데려오고....

 

그랜저도 소나타도 메기 눌러놓은것같고, 

우리 토식이가 제일 멋지고 좋다는 가족들을 데리고 

동해안에 갔다오고

부산에도 갔다오고

땅끝마을도 갔다오고......

 

그러던 사이에 10여년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두달전에 뒷바퀴 브레이크가 고착되어 20만원주고 고치고

최근에 아무생각없이 엔진오일 교환주기가 되어 사업소에 갔는데

개스킷에서 엔진오일이 새어나와서, 그리고 점화플러그도 교환해야해서 60만원이 든다 하길래

일단 엔진오일만 교환하겠다 하고 집에와서는 와이프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차가 늙어서 돈을 달라는거다...

그동안 우리 토식이도 고생했으니, 이제는 차를 바꾸라는 말이.... 

그동안 소나타급을 탔으니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고려해서 그랜저급을 사는게 맞지않겠냐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랜저도 보고 새로나온 K8도 봤는데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큰 차가 필요한가 싶어서 다시 소나타급으로 내려와서는

소나타, K5, SM6, 말리부를 보다보니 딱히 마음에 드는 차가 없기도 하고(저는 세단이 좋습니다)

새차를 산다는 기대감에 좋긴한데 뭔지모를 아쉬움과 짠함이....

 

동네에 있는 자동차 영업소에 모두 돌아다니고

이차 저차 다 보고나서 와이프에게는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맘에 드는 차가 없다고 와이프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아직 우리 토식이를 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습니다.

 

 

차를 사려고 알아본다는 말을 듣곤 동료들은

그래 이제는 그랜저를 사야지.....

그돈이면 파사트를 사는게 좋지않냐.....

K5도 좋더라.....

뭔소리냐, 그건 과학이다.. 말리부가 슈퍼카다.....

 

모두들 차에는 박사입니다.

 

어젯밤에도 아이들을 재우고 나와

와이프와 차 이야기를 하다가 답이 나오지 않아서

주차장에 세워놓은 토식이를 보며 한참 담배를 피웠습니다..........

 

 

 

연식이 오래되어 그런건지

새차에는 첨단기능이 너무많아 새차를 사면 적응하기 힘이 들까 걱정됩니다.

일시불로 할지 할부로 할지 결정이 어렵습니다.

무슨 차를 어느 등급으로 사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사야 싸고 좋게 살지 모르겠습니다.

주위 분들에게 물어봐도 너무 말이많아 답이 없습니다.

 

 

 

아버지께서, 은색 아반떼를 팔던날......

왜 못 주무셨는지 알았습니다.

 

물건에 정을 너무 주면 안된다고 했는데

우리 가족 모두가 토식이에게 너무 정이 들어버려서

언제 바꾸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날이 오면 저도 아마 잠을 못자겠죠........

 

그냥 고쳐서 좀 더 타야겠네요. ㅎ

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된거같습니다.

그리고, 아직 더 탈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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