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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40자의 편안함에 빠진 현대 대중의 패배다.
게시물ID : comics_136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케익칼
추천 : 11
조회수 : 43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7/25 11:34:34
영어권 인터넷엔 TL,DR이라는 말이 있다.

Too Long, Didn't Read. 의 약자로, 우리말로 바꾸면 "세줄요약좀" 쯤 될듯하다

그리고 그것이 140자의 펀치라인만 담을수 있는 매체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했다는 걸 사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140자라는 기준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아주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만들었을것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이 가장 빠르게 읽을 수 있으며, 문맥의 자주 바뀌지 않으면서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만으로도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문단의 길이. 

그리고 아주 편한 도구가 들어오면 인간은 정말 빠르게 그에 적응한다. (이젠 외울 수 있는 전화번호가 몇개나 되는가?)


그렇게 적응하고 나니 140자의 역설이 우리를 옥죄어오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었다.

문장가들은 1,2,3,4,5,6 같은 식으로 140자의 압박을 느끼면서도 나름의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펀치라인의 홍수에 몸을 맡기고 너도나도 실질적인 메시지 보다는 "캬~" 또는 "올~" 한번을 노리기 위해 140자를 할애했다.

잘못된 정보가 있다고 한들, 140자 안에는 증명도, 반박도 거의 불가능하다.

잘못된 정보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지만, 140자의 틀에 갖힌 반박은 몸이 너무 무겁다.

그렇게 우리는 이 상황이 올 것이 자명했음을 미리 깨달았어야 했다.



140자 안에서 홍보를 하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다.

좋은 점은 부각시켜 사람만 많이 투입하면 가능한 일이다.

나쁜점을 부각시키려 해도, 사람이 더 많으면 문제가 없다.

싸움이 일어난다 해도 140자의 싸움은 서로 펀치라인만 반복할 뿐, 실질적인 논증과 반박과는 거리가 멀 테니까.

그래서 메갈리아는 140자짜리 페미니즘의 가면을 쓰고 널리널리 퍼져갔다.

다들 140자를 보고 "올~"과 "캬~"를 외치며 지지를 표명했다.

그렇게 140자의 덫은 점점 옥죄여만 올 뿐이었다.



사실 140자의 공간은 홍보의 목적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네거티브는 140자로 부족하다. 단순한 욕이나 비방이 아닌, 논리로 1+1 = 3이 참이 아님을 증명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결국 그곳은 "나는 착하고 똑똑해요"를 어필하는 140자짜리 가면을 쓰는 공간일 뿐이다.

특히나 이미지가 수익을 창출하는 직업은 그것이 더 심했다.

진보적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특히 그랬다. 어차피 140자의 매체 자체도 꽤나 진보적인 매체였으니

웹툰 작가들은 평소에 "착하고 똑똑한" 이미지를 자신의 웹툰에 얹어서 홍보하고 있었다

140자로 들어오는 수많은 홍보물 중에 펀치라인이 좋은것을 리트윗하면, 자신이 그 펀치라인에 얹혀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홍보방식이다. 그러다가 정말 공부와 경험이 필요한 사안이 등장했다.

그러나 그들은 공부와 경험으로 지금까지 홍보해온 적이 없다. 그들이 직접 만든 펀치라인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실수했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140자의 찌라시 홍보물 속에서 살아온 그들에게 통렬한 비난을 하고싶은 마음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오만해져있었다

140자는 오냐오냐와 욕설만 허용하는 길이다.

욕설은 거르고 오냐오냐만 들어온 그들은 적응하지 못했다.



140자의 역설은 결국 논리없이 감성으로 접근하는 펀치라인의 시대를 만들어놓았다.

홍보전단지에 누가 더 자극적이고 확 와닿는 글을 적느냐의 싸움일 뿐이다.

사실이냐 아니냐는 신경쓰는 사람이 없다. 내가 그것을 사실로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뿐.

내 믿음이 깨어지는 걸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140자라는 가면의 공간에 모여 서로서로 오냐오냐 해왔을 뿐인거다

그곳은 앞으로도 그럴거다. 140자가 주는 자유는 딱 그만큼이다.

TLDR이 결국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이 그것이다.

난독은 결국 자기확신을 강화시켜준다는 매우 신기한 관찰결과다. 실제로 뜻하는 바와는 전혀 관련없이 내가 믿고싶은대로만 믿는것.

실제 의미를 읽어낼 수 없으니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


인간 고유의 특성이 140자를 만나 미쳐날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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