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원장은 이번에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외면해 버립니다.

그리고는 혼자 막사에 틀어박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합니다.

그는 자신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면서 괴로워하는데, 그럼 이렇게 그를

내몬 인물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바로 조 원장 자신입니다.

253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저들이 원한다면 나를 내주는 길밖에.'라면서

마치 엄청난 희생이라도 할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다음날 그가 내놓은 답은 원생들에 대한 '혹독한 협박'입니다.

(참고로 조 원장의 지시문은 박정희 대통령의 '10월 유신'에 대한 은유로 보기도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전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원생들은 조 원장에게서

어떤 식으로든 해답을 듣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비록 내게는 아무런 계획도 설계도 없지만, 대신 너희들이 알아서

기필코 올해 12월 말일까지는 공사를 끝내야 한다.'라는 무책임한 협박입니다.

이런 그의 태도에서 원생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받은 배신감을 돌려 주고자 원생들은 조 원장을 찾아 갑니다.

전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그가 막사에서 공사현장을 내려다 보는 대신에 단지 며칠이라도

원생들과 함께 돌덩어리를 짊어졌었더라면, 그래도 원생들이 그를 죽이려고 찾아 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