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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의 추억
게시물ID : computer_926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밀번호확인
추천 : 10
조회수 : 35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6/17 13:32:43
예전 고등학교 1학년때인가 2학년때인가... 1995년쯤

누님께서 갑자기 CAD를 배우셔야겠다고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초 슈퍼 울트라 컴을 구매했음

그 유명한 세진 컴퓨터에가서 부품 하나 하나 비교해가며

구입 
펜티엄 90에
ATI 8M 그래픽카드
싸운드블래스터 32 pro
무려 4배속 시디롬에 오!
광마우스에 헉!
디지타이저까지 더헛!

본체가 170
디지타이저 40
기타 잡다 30

그리고 대망의 모니터

당시 보통 CRT 모니터가 14~15인치로 넘어가고 있을 시점

돈좀 있다 하면 17인치

그런데 우리 누나의 지름신 강림으로

무려 20인치 삼성 모니터를 120만원에 구매

여튼 컴퓨터에 그당시 돈으로 350만원 가까이 투자하였음

버뜨 그러나... 3개월 캐드학원 다니던 누나는 과감히 캐드의 길을 포기....


컴퓨터는 내 차지가 되어버렸음.
 
진짜 그 당시 모니터의 체감 크기는

지금 LED 티비 55인치급을 보는듯한 문화컬처!

당시 최고의 게임이었던 둠 시리즈, 아류작 헤러틱인가?

여튼 대화면 고화질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학교 친구들이 매일 우리집으로 몰려들었음.


우와 렉이 없어!!!
우와 사운드 죽인다!!!

그리고 특히!.... 와 진짜 모니터가 커서 실감(?)난다.

당시 겨우 둠같은 가짜 3D가 아닌 진짜 폴리곤식 3D게임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라

지하철 상가에서 불법 복제한 게임들을 들고 애들은 늘 우리집을 찾아왔음.

그 당시 일진도, 그 당시 찌질이도 우리집 에선 둠 끝판을 위해 서로 서로 힘을 모았음.

그러나 점점 세월은 흘러 흘러

대학을 가게 되고

찌든 대학 생활속... 술값 마련을 위해.. 사운드 블래스터를 최초로

부품들이 하나 둘 중고시장으로 팔려 나가고..

하지만 모니터 만큼은 끝까지 처분하지 않았음.. 왜냐면 사운드카드나 부품은 빼서 팔아먹어도 모르지만 
모니터는 바뀌면 바로 티나니깐...

그렇게 군대를 갔다오고 군대 제대후에도 몇 년간 계속 사용했음..

그러던 어느날... 년수로 10년을 조금 못남긴 시점... 갑자기 모니터 전원을 올리는데

퉁! 하는 경쾌한 전원음이 아닌 빠지직 빠지직 소리가 들리더니... 모니터 뒤에서 불꽃 분수가 부왁!!! 솟아오름.

놀래서 얼른 전원을 끄고 그 무거운걸 들고(상당히 무거웠음) 근처 삼성 A/S 센타로 향했음

얼마가 들던간에 고쳐 써야지 라고 생각했음 살때 가격도 가격이지만 무려 10년간 우리집에서

그리고 내 자취방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군대갔다왔을때 기다려준 애인은 없어도 

그 모니터는 날 기다려 줬기에 이상한 애착심이 들었음..

그러나... 수리 견적가가..... 68만원..

그당시 동일 중고가가 10만원이 안 되었음.

센터직원도 그냥 버리시죠.. 이미 브라운관 전자총 수명이 다 돼서요.

그러나....쉽게 버릴 수 없었음... 고장난 그대로 그냥 집에 들고왔음.


흑 내가 안 쓸때 뒤에 먼지 안 들어가게 커버도 좀 씌워주고 할걸.

3D 게임 적당히 할걸... 하는 후회에

막 눙물이 날라 그러고...

밤에 이어폰끼고 둠하다가 지려서 잠못잔일
밤새 PC통신으로 여자 꼬실려고 껄떡거린 일
덕분에 전화세 13만원 넘게 나와서 뒤지게 맞고 컴퓨터 압수당한일 등등

막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감.

며칠 후 다시 센터를 찾아가서...

저 선생님 죄송한데.... (진짜 의사선생님처럼 선생님이라 불렀음)

제가 새 부품으로 수리할 형편은 안 되고 중고를 제가 하나 업어올테니

그 부품으로 좀 손 봐주시면 안 될까요?

허나 센터측에서는 죄송함미다 고갱님 불가합니다.


그래서 그냥 손수 고치기로 마음먹고.... 앏팍한 지식으로 분해 재조립을 시작했음.

실상 분해 재 조립이라 하나 껍데기 빼고는 다 가는 판국이 되었음.

그렇게 다시 살아난 모니터.....

진짜 생명을 살리는 의사의 기분이 느껴졌음.

허나 태생이 중고부품이라 2년 후 또 말썽이....

하지만 그때는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어 한창 찌들려있는데다

사무실에서 이미 LCD 모니터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이미 그 당시 모니터에 대한 애정을 잃었던 것 같음

그리고 결정적으로 점점  U자 모양으로 휘어지는 컴퓨터 책상이 상당히 거슬렸음.

그리고 어느 화창한 일요일 밖에서 들리는 "고물~~~ 고물~~~" 하는 리어카 장수 아저씨에게

5000원 받고 넘겨 버렸음.

예전 순수한 시절이었다면 어디 인근 야산에 매장이라도 했었겠지만.

이미 난 찌든 사회인.

5000원으로 비디오 빌려보고 하드 사먹었던 것 같았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내 주변엔 각종 전자기기들이 많이 생겼음

노트북에 스마트폰에......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쓰기 보단...

좀 성능 떨어지면 팔고 새로 사고.

아니면 중고로 사서 잠깐 쓰다 되팔고...


갑자기 이런생각이 든건

지금 해외 오지라면 오지인 곳에 출장을 와있는데

여기 친구들이 쓰는 모니터가 CRT였음

문득 보니 생각이 막 나고 추억에 꿉꿉하게 젖어버렸음


기계에 뭔가 의미를 담고 하는게 우습지만.

그때 당시 그런 감정들이 쪼금 그립긴 그리움.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몰라

-끗-

세줄요약

왈도 모니터 20인치 샀다
왈도 모니터 10년쓰고 고장나서 고치고 또 고장났다.
왈도 오늘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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