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에서 회 사먹은 저녁
퇴근길에 종종 들러 횟거리를 사곤 했던
전통시장에 있는 횟집
카드결제도 안 되고,
도회지에서 살다온 내가 느끼기에는 다소 불친절했지만
(불친절이란 단어가 부정적으로 보이려나.. 게의치 않는 정도였습니다)
늘 앞에서 바로 썰고 계시고,
최소 3~5만원어치를 사야하는 다른 곳과 달리
1만원어치도 소량으로 파셔서 사 먹었던 곳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썰고 계시지 않으셨다.
● 계세요?
◎ (안에서 TV를 보시고 계셨는지 문을 열고 나오시며)
네, 오징어는 없는데...
● 오늘은 회 없나요?
◎ 미주구리 밖에 없어요
● 그럼 미주구리 주세요
◎ 네, 얼마너치?
● 만원어치만요
◎ (냉장고에서 소쿠리에 담긴 남은? 회를 꺼내시며)
오늘은 야채가 없어요
● 네?
◎ 시장에서 야채를 못 사서 야채가 없어요
● (소쿠리에 군데군데 남은 회를 스티로품에 털어 포장하시는 걸로 봐서는,,,
채소 대신 덤으로 줄 회는 없어 보인다.. 되려 지난번보다 양이 적다..)
● (지난 번에 초장이 좀 모자랐었지..)
그럼 대신에 초장 하나 더 넣어주세요
◎ 안 되요. 만원어치에 초장 하나면 되지,
● 채소 없는 대신에 하나 더 주시면 안 되요?
◎ 그런건 안 돼
● 그럼?
◎ 이거랑 초장 하나가 다지
● 아아.... 초장 하나 더 주세요
◎ 야채도 원래는 안 주는건데 주는거야
● (물가자미는 양파,무채 원래 항상 주시는데...)
아.... 채소 없는 대신에 하나 더 주시면 안 되요?
◎ 안 돼
● (현금을 건네며 물건을 받아들고 잠시 발걸음을 옮기지 못 한다)
◎ 안 되는데..
◎ (하릴없이 초장 하나를 건네시며)
아니, 야채 없으니 하나 더 달라고 조건을 달면 안 되지
● (읭??? 날 훈계하신다???)
아.... 네..
내가 잘못한 건가.. 하는 생각에 당황스럽고....
나는 물건 사면서 덤을 요구하거나 하지는 못 하는 성격인데,
나는 장사하는 분들 입장 그래도 헤아리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뭐가 떨어져서 모자라면 콜라 대신 치킨무 하나 더,
반찬 3개 중 하나가 떨어지면 다른 반찬.. 이런 거 아닌가...
한다리 건너 다 아는 이곳에서 초장 하나 더 받았다가
조건 달면서 악착같이 따지고 버르장머리 없는 놈으로 소문나려나 하는 생각도 들고,...
생각 차이?, 세대 차이?
그 아주머니께서도 화가 나 있으시겠네...
나도 기분이 찝찝하고..
안타까운 저녁이다.....
같은 집에서 산 회지만..
전에 먹었을 때는 맛났는데
오늘 먹는 건 그냥 평이하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