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나는 매운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김치도 입에 못 댔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맛을 들이기 시작한 빨간 음식은
엄마가 끓여 준 김치 찌개였다.
돼지고기 그득한 돼지 김치 찌개도 참치 김치찌개도
유일하게 즐기는 빨간 음식이 되어버렸다.
어른이 되고 난 이후
소주 안주로 무엇을 가장 좋아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것 저것 많지만 하나만 고르라면 아마
김치찌개 또는 돼지 김치찜을 고를 것이다.
비계가 조금 붙은 돼지고기에서 나온 지방과 육즙이
새콤 매콤한 김치와 어우러져 끝내주는 녹진함이 우러난다.
진정 술도둑이자 밥도둑인 이녀석...
그럴리 없겠지만 혹시 김치찜이 남았다면
물을 좀 더 부어 라면을 끓여 보자.
소주 한병을 다시 꺼내 드는 자신을 발견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