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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에 살면 부지런해질 수 밖에 없어요.
게시물ID : cook_2095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술관소녀
추천 : 27
조회수 : 2035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7/08/22 01: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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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작아서 국을 하면 곧바로 락앤락에 담아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지 않으면 둘 데가 없거든요.
일요일 밤 마트에서 세일할 때 사 온 찌개용 생돼지고기와 갈비찜용 돼지고기, 우럭을 세일해서 사 와서 후다닥 만들었습니다.
어제 비 쏟아지는 와중에도 한 정거장을 내리 걸어서 장 봐 온 것을 들고 집에 와,
곧장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갈비찜 양념을 해서 재워두고, 쑥갓이 없어 우럭매운탕은 못 만들었었어요.
오늘 퇴근 후에 콩나물, 쑥갓, 버섯, 무 등을 사 와서 우럭매운탕을 만들어서 담아두었네요.
 
요리만 해도 벌써 하루가 다 갑니다...
일하면서 살림하는 거,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애까지 낳으면 얼마나 바쁠까요?
 
저 중에 역시, 갈비찜이 제일 맛있고 손이 저절로 가지만,
채소가 많이 들어 있는 우럭매운탕을 먼저 해치워야 합니다.
1인 가구는 먹는 데도 순서가 있지요. 빨리 상할 만한 것을 빨리 먹어줘야 합니다. 채소는 얼리면 물이 빠져서 맛도 없어져서 얼릴 수도 없고요.
(갈비찜은 익혀놓고 얼려도 됩니다. 생고기를 얼리면 맛없어지지만, 조리된 고기를 얼리는 건 육즙이 고기 안에 갇혀 있어 얼려도 되더라고요.)
 
이렇게 담아놓으니 프로페셔널해 보여서 찍어 올려봅니다.
 
천도복숭아는 10개 3,000원이길래 담아왔습니다.
사실 퇴근하고 나서 배 고파서 아무거나 시켜 먹고 싶은데, 배고픈 거 참고 불 앞에서 몇 시간 요리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재료만 넣으면 장땡인 게 아니라, 쑥갓 다듬고, 채소 다듬어서 씻고, 거기서 나온 부산물들 처리하고, 중간중간 쓰레기 버리고 중간중간 설거지 새로 해 가면서, 요리도 보고, 그렇게 두 가지 요리를 하니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DSCF2809.JPG
 
그런데 일하고 온 상태에서 이것까지 하려니 힘들지만
천도복숭아 하나를 우걱우걱 씹어먹으며 견뎠습니다.
내 모습이 무척 억척스러워 보이더군요.
 
 
 
 
어제는 샤워하고 나와 속옷만 걸친 채로 머리도 안 말리고 요리를 했고요.
빨리 해놓아야 된다는 생각과, 머리는 아무렇게나 해도 어차피 마르면 그만이라는 생각.
 
오히려 전 혼자 있을 때 더 잘하나 봅니다.
남편이 있거나 남자친구와 교제중인 상태라면, 혼자 마트에 갔더라도, 지하철 한 정거장을 장 봐온 것들을 들고 우산을 쓰고 걸어왔을까요?
아마 지금보다 더 힘들어하면서 지하철을 탔을 겁니다.
 
혼자 산다는 건, 기댈 사람이 없다는 걸 인지하고 모든 걸 덤덤히 견뎌내며 억척스럽게 살면서도 한편으론 어느 정도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것.
기댈 사람이 없으니 힘들어해봤자 소용 없다는 걸 나도 모르게 인식했나 보지요.
어떻게보면 지금처럼 지내는 게, 내 인생에는 더 도움이 됩니다.
 
매번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하소연하고, 물론 그게 정신적으로는 편하지만,
육체적으로는 더욱 게을러지고, 나중에 가선 정신마저도 유약해지기 때문이지요.
 
유약하지만 행복한 커플일 때와,
모든 일을 잘 처리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한 체념 상태의 솔로
 
어느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될까요?
사실, 이런 걸 보면, 역시 모든 걸 다 이루어놓은 후에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게 맞다- 고 여겨지지만,
어떤 사람들은, 함께 헤쳐나가는 게 좋다고 하더군요. 저 혼자서 터널을 빠져 나온 후에, 아직 터널 속을 걷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 상대방이 굉장히 미안해 할 거라고요. 저만 터널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그래서 함께 터널을 걸어나갈 사람을 만나라 하는데,
글쎄요. 제가 이미 나이가 좀 먹은 지라, 제가 새로이 터널을 빠져나간 뒤에, 그때 누군가를 만나면 그때엔 아무리 여섯~여덟 살 어린 연하라도
이미 대리쯤은 돼 있을 듯 합니다.
 
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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