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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 에세이] 햄버거와 맥주 ...그리고 엄마의 저금통
게시물ID : cook_2155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eichi42
추천 : 4
조회수 : 55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12/13 13: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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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직접 요리 해 먹는 나도
가끔은 밖에서 술을 한잔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바텐더 라는 직업 특성상
새벽에 퇴근 하기 때문에
외식을 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아침까지 문을 여는 포장마차 라던가
24시간 영업 하는 순대국밥 집
또는 패스트 푸드가 전부...

따끈한 국밥에 소주 한잔도 괜찮지만
오늘은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
햄버거와 감자 튀김을 사러
패스트 푸드점에 들렀다

새벽에 패스트 푸드점에 오면
미리 만들어 둔 음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항상 새로 만들어 줘서 따끈 따끈 하다

빌어 먹을 영하의 추위 덕에
집에 도착 하면 식어 버리겠지만...

출근 전에 보일러를 열심히 틀어 둬서
집 안엔 훈훈한 기운이 돈다

퇴근길에 몸을 감싸 준 패딩을 벗어 던지고
냉장고에 쟁여 둔 맥주를 들고 식탁으로 향한다

데리야키 소스와 마요네즈가 듬뿍 뿌려진 햄버거
짭잘하고 고소한 감자 튀김과 치킨 너겟

그리고 차가운 맥주

추운 겨울날에 따뜻한 집 안에서 차가운 맥주 라는
세상 행복한 사치를 마음껏 즐기며

'한잔 해야지?'

날씨가 추운 탓도 있고
빨리 맥주를 마시고 싶어 순식간에 달려 왔더니
음식들이 아직 따뜻 하다

목이 메일 정도로 버거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면
폭신 폭신한 빵에 아삭한 양상추
그리고 얇게 구워진 고기 패티가 어우러져
입안에서 난리가 난다

여기에 감자 튀김과 너겟 까지 곁들이면
맥주가 절로 넘어 간다

버거와 감자의 맛을 즐기며
콜라 대신 맥주를 들이키는 이 재미

아... 어른이 되길 잘했어

죽기 전에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야 한다면
햄버거가 필수로 들어 갈 만큼 좋아 한다

용돈이 없던 어린 시절
엄마의 저금통에 있는 돈을 훔쳐 사먹을 정도로
나는 이 음식에 집착이 강했다

그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저금통에 손을 대다가
결국 엄마에게 들켜 크게 혼이 났다

먹고 싶으면 사달라고 말을 하지
왜 도둑질을 하느냐고 화를 내는 엄마에게
봇물 터지듯 눈물을 흘리며 나는 말했다

"사 달라고 해도 안 사줄거잖아요"

건축 일을 하시던 아버지가
거래처에 사기를 당한 이후
집안 살림이 매우 어려웠던 시절이라

먹고 싶은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는 서러움이
그때 터져 버리고 말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날 이후 엄마 따라 시장을 가거나
살림이 조금 나아져 외식을 할때도
언제나 햄버거를 하나씩 손에 쥐어 주셨다

햄버거 따위 열개던 스무개던
스스로 사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아...
갑자기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다

스스로 살 길 찾겠다고 독립 한지 15년 동안
멀리 계서서 자주 찾아 뵙지도 못했는데

전화 라도 자주 드려야 겠다

여동생도 독립 하고 분명 외로우실테니까

-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껴 뒀던 에피소드 입니다. 
어머니의 저금통에 손대면서 까지 먹고 싶었던 
그 햄버거는 롯데리아 '리브 샌드'로 기억 합니다. 
생각해보면 딱히 맛있는 버거는 아니었는데 거 참(...)

지금도 그때를 생각 하면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하고 
어머니께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 가득 합니다. 

나이가 서른이던 마흔이던 환갑이던 
부모님에겐 천상 어린 아이일수 밖에 없는 그 마음 
이 에피소드를 써 내려 가면서 깨달았습니다. 

어머니 사랑 합니다♡ 

P.S :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햄버거에 맥주보다 소주를 더 선호 합니다 ㅋ
출처 http://youtube.com/c/jeichi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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