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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요리하면서 느낀, 어릴땐 몰랐고 지금은 알게된 것들
게시물ID : cook_2171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린몬스터
추천 : 25
조회수 : 2470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8/02/24 12: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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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
식사 후 밥먹은 그릇만 설거지 한다는것은
사실 요리하는 사람의 엄청난(?) 노고가 숨어져 있던것.

어릴땐 그저 설거지하기 귀찮아서
엄마 잔소리에 못이겨 밥먹고 설거지하곤 했었는데..
제가 직접 요리를 해보니 "밥먹은 그릇"만 설거지 한다는건
사실 꽤나 간편한 일이였던것 같아요.

아직 제가 요령이 없어서그런지..
직접 요리를 하니 생각보다 설거지가 꽤 많이 나와요.
귀찮아서 요리 도중 설거지를 안치우고 쌓아두면.. 
한개가 두개가되고, 
두개가 세개가되고...
밥도먹기전에 숟가락만 세네개가 설거지통에 들어가있는 마법이^^

이럴때 밥먹고나면 쌓인 설거지때문에 한숨이 나와요.
꼴도보기 싫어요 쳐다도보기 싫어요.
(제가 요리하면 설거지는 남편몫이긴 하지만요 ㅋㅋㅋ)

도마나,칼, 가위는 사용빈도가 높아서 자주 씼어야하는데
이럴경우 기름기가 있는 설거지통에 직행시키지 않고
물로 바로바로 행궈주는게 편하더라고요.
일일이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하기가 번거로워 맨손으로 하다보면
손이 건조건조..

요리하는 시간보다 정작 정리하는 시간이 좀더 걸리는거 같아요.

남편은 알까요...?
제가 요리 중간중간에 설거지하고 뒷정리를 해서
본인이 설거지를 할때에 밥그릇만 씼어도 된다는걸 ...



2.
재료 다듬는건 생각보다 엄청난 힘이 든다.

이건 제가 힘이 없어서일수도 있고,
요령이 없어서 일수도 있는데요.

저같은 경우는 재료를 사놓으면 사놓은날 요리하기 전
다 손질을 해놓는 편이에요.
냉장고에 오래 넣어놓으면 안꺼낼거 같고 까먹어서요.
미리 재료들을 죄다 다듬어버려서 냉동실에 박아두는거죠.

재료들은 최대한 다듬어진 재료를 구매하기는 하지만
(손질 대파, 깐양파, 깐마늘, 깐감자 등등)
어쨌든 요리에 맞게 자르는건 제 몫이니까요.

근데 이게 힘이 꽤 많이 들더라고요.
심지어 청양고추나 대파도 가위로 싹뚝 싹뚝 잘라서
지퍼백에 넣어놓는데 손가락도 아프고 (징징)
힘이 꽤 들어가더라고요...한꺼번에 많은 재료를 정리해서 그런가..

당근은 매번 칼이 꽂혀서 몸으로 누르다시피 힘을줘야
잘려지고...
최근엔 임신해서인지 감자 같은것도 힘줘서 자르면
배가 살살 땡기는게..

그래도 임신후에는 제가 요리 한번하면 너~무 힘들어하니
요리 시작할때 남편이 나와서 도와주더라고요.
그러면 전

"감자 두알은 볶음밥용으로 잘게 자르고, 세알은 크게 6등분이요~
볶음밥용 한주먹 지금 쓸거고 다 냉동보관 할거에요"

"양파 두알은 중국집 찍어먹는 양파처럼 잘라주세요.
요만큼은 바로 사용할거에요. 남은건 냉동보관하려구요~
저기 있는 남은 두알은 채썰어서 냉동보관 할거에요."

"스팸은 오빠가 좋아하는 크기로 자르면 돼용~"

하고 뭐라도 된듯이 지시합니당 ㅋㅋㅋㅋㅋㅋ

수박은 엄두도 못내겠어요....
칼이 껍질을 뚫는것도 힘든데, 중간에 박히기 일쑤에요..ㅠㅠ
그건 무조건 남편이 해체합니다.

재료는 남자가 다듬는게 맞는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는 어떻게 그 많은걸 혼자 다 해냈을까요?


3.
"오늘 뭐먹지?" 를 고민하는건 정말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집에있는 재료는 해치워야겠는데
마땅히 메뉴는 생각나지 않고..
김치볶음밥, 오므라이스 이런 볶음밥류도 한두번이여야지..
외식도 배달도 자주하는데
집에서 뭘 먹을지 고민하는게 은근 스트레스더라고요.

그리고..
엄마가 밥차려줄땐 분명 메인+국+찌개+반찬 이였던거 같은데 ㅎㅎㅎ
(아빠가 밥상에 국없으면 엎을 기세로 화냈었어요-_- 나쁜..)

저희는 국 or 메인 or 찌개택1이에요.
국이나 찌개도 메인이랄까 ㅎㅎㅎ

국물은 인터넷에서 냉동국물 사기때문에 고민이 크게 없는데
그것도 돌려먹기 한두번이여야 하니...

그래도 최근엔 메뉴판이 생겼어요.
저염식 책을 샀는데 딱 한번 해보고 너무 맛이없다보니
목차에서 메뉴만 고르고 나머지는 블로그 레시피로^^ ㅋㅋㅋㅋㅋㅋ

중복되는 재료가 있는 메뉴들 체크해놓고
오늘은 이메뉴 내일은 저메뉴 이런씩으로 하나 하나씩 처리해나가니
그나마 좀 괜찮아 졌어요.

요전히 국+찌개+메인+반찬 콤보는 못하지만요.


4. 배고프기 1시간~2시간 전부터 요리를 해야한다.
(재료 준비가 안되어있다면 장보기 부터시작해서?)

이건 사실 당연한건데 ...
전 몰랐어요.
밥때 밥먹는게 사실은 어려운거였단걸요.

배고플때 요리하면
공복으로 한시간~두시간을 참아야하고..
그러면 짜증이나고 화가나고
배고프면 요리할 힘도 없고
내가 왜이러고 살아야하나 엄마 보고 싶고..

어릴때 엄마가 배고픈데 요리를 늦게 내주면
배고프다고 징징대던 제 자신 반성 ㅠㅠㅠ
엄마는 죄인이 된것마냥 미안해 했었지요.

이제는 좀 익숙해져서 배고플랑 말랑 할때 요리를 하거나
요리를 하기전에 밥 두세숟갈 정도 가볍게 먹고 시작합니당.


5.
김밥은 사실 엄청 어려운 요리다.

남편이 김밥을 좋아해요. 그래서 재료를 사서 도전을 해봤는데
엄청 힘들더라고요.
심지어 저는 재료가 다 다듬어져있는 김밥재료셋트를 구매해서
했는데도 힘들었어요.

김밥재료 셋트에 없는것들만 볶고, 비비고 했는데도
너무 힘들..

양푼이에 밥 세그릇 분량정도를 넣고
간하고 그 밥을 비비는 과정에서
체력을 다써버려서
김밥을 말수가 없는거에요.
김밥을 겨우겨우 말았어도 물렁물렁 하고...
진짜 울뻔했어요. 이렇게 힘든거면 시작도 안했을거라고.

결국 남편소환해서 남편이 말아줬어요.
남편이 말아주니 김밥도 딴딴하고
엄청 빠르게 말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저희엄마가 김밥을 진짜 맛있게 하시거든요.
그래서 소풍때마다 친구들한테 인기 짱이였었어요.
누드김밥, 계란김밥 이런 신기한 김밥들도 많이 해주셨구요.
전 그런 엄마 김밥이 넘나 자랑스러웠었구요 ㅎㅎ

한번은 소풍 전날 엄마가 김밥천국에서 김밥사먹어라고 돈을 주는거에요.

근데 그당시 분위기가
엄마들이 김밥을 직접 안싸면 좀 안되는 분위기였어요
"어휴 ㅉㅉㅉㅉㅉ " 이런 분위기??
김밥천국같은거 막 생겼을때였는데
뉴스나 신문에도 사회문제라고 요즘엔 김밥도 식당에서 사먹는다
정성이 없다 뭐 이런느낌으로 나왔었어요.

그때 문득 엄마한테 버림받은 느낌들고
세상에서 제일 비참해진거 같은거에요.
고작 김밥하나로...ㅋㅋㅋㅋㅋㅋ

암튼 그때 엄마한테 징징거리면서 울었어요.
저희집 맞벌이셨거든요.. 소풍 전날까지 피곤하게 일하고
도저히 힘들어서 안될거같다고 절 이해시키려고 하셨는데
전 이해를 못하고..

결국은 그 밤에 슈퍼가서 재료를 사들고 오시더라고요.

소풍 당일 새벽에 무슨 소리가 나서 깼는데
새벽 다섯시쯤이였나? 엄마가 부엌에서 밥하고 요리하고 계시는거에요.

전 여태껏 몰랐어요.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 김밥이 짠 하고 만들어져있으니
금방 되는건줄 알았었죠.

그때 엄마한테 엄청 죄송했었어요.
김밥 말면서 매번 소풍때마다 이렇게 고생했을 엄마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짠하더라고요.

저 결국 10시30분쯤 김밥 시작했는데
12시 30분에 끝났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김밥은 쓸데없이 안하는걸로...


6. 엄마는 위대하다!!!!!!!!!!!!!!

저도 이제 엄마가 되는데
엄마도 분명 예쁜 아가씨였고 어설픈 살림 하시다가ㅏ
엄마가 된거였겠죠?

저도 언젠간 딸에게 이런 엄마가 될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릴때도 존경스러웠지만
알고보면 하나하나가 더 존경스러운 엄마가요.

어쩌다보니 기승전 엄마네요 ㅋㅋ
사실 전 요리를 많이 하는편이 아니다보니 더 힘들게 느껴질수도 있긴한데

정말로 요리하다보면 엄마 생각이 많이나요.
생각난김에 엄마한테 전화도 하고
친정 내려가면 요리도 좀 배워야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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