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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네요
게시물ID : cook_2267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ragonfactor
추천 : 2
조회수 : 3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8/03 09: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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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저는 월차.

사진 정리하다보니 더 배고파집니다.

긴글입니다. 심심하고 음식 사랑하시는 분 들 읽어보세요.


일년 만에 돌아간 포카라에서는 한국에 있을 때 달밧을 먹고 싶던 마음이 마구 표출됐었죠. 밤 시간, 게스트하우스에서 쉴 때면 어디선가 전해져 오는 매캐한 달밧 냄새에 배가 꼬르륵 거리며 또 배고프고...

어느날 "먹고 싶은 거 없니?" 라고 묻는 한 아주머님께 대뜸 "치킨 달밧"이라고 말하니 내일 점심 때 오라고 합니다.

다음날, 점심으로 함께 치킨 달밧을 먹겠구나 싶어 찾아가니 아주머님은 안 계시고 십대 아이들만 있습니다. 아주머님의 아들내미, 아들내미의 동네 친구 녀석들, 그리고 유일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아주머님의 조카였죠. ‘어, 내 달밧은?’ 하는 생각과 함께 머뭇거리는데, 그윽한 눈빛을 가진 아주 예쁜 그 소녀가 달밧을 내어줍니다. 아주머님은 저를 위한 점심을 만들어 놓으시고 일 하러 갔다고 했지요.

여자 아이가 TV를 보다가 일어나 부엌에서 내어주던 달밧을, "우린 이미 아침에 먹었다"라고 말하는 아이들 틈에서 홀로 꾸역꾸역 먹는 시간이 얼마나 어색했는지 모릅니다. '아무리 달밧이 고팠다 한들 네팔 아이들이 차려주는 밥 얻어먹겠다고 이 집을 방문할 만큼 내가 그리 궁색한 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집어먹게 되던 그 집의 드라이한 닭고기 요리와, 리필까지 요청해 가며 퍼먹은 호박 떨꺼리의 환상적인 맛. 지금 생각하니 쑥스러운데요?

어느 때부터인가 네팔에 가면 제가 네팔인들에게 주는 것 보다, 그들로 부터 받는 게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날 점심, 치킨 달밧 밥상을 설명하는 그 집 아주머님의 귀여운 아들내미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킹스 포트!"

달이 담겨진 황금 빛 잔을 가리키며 한 말이었죠. 네팔에서 왕에게 주는 음식을 담을 때 쓰는 그릇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날 그 집에서 달밧을 먹던 그 순간, 나는 정말로 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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