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저녁을 먹고 거리를 배회하다 마땅히 수다를 떨 공간이 없었던 우리는,
그나마 가까운 엔젤리너스에 들어갔다.
한명은 라떼, 한명은 에이드-
그리고 나는 새로 나왔다고 플래카드를 붙이며 열성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키스 오브 트레비를 주문했다.
키스 오브 트레비....
솔로인 내 가슴을 후벼파는,
왜 하필 저런 명칭을 지었는지 알수없지만 뭐.. 일단 그건 주제랑 상관없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가격은 나와있는 것처럼 5,400원
그리고 그 옆에 키스 오브 엔젤 5,200원
친구가 주문한 라떼와 에이드보다 비싼가격이었다..
일단 난 여기서 1차적으로 빡쳤다.
내가 빡친거??
그래, 어쩌면 난 꼬였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슬로건이 '나에게 특별함은 더한 커피, 스페셜 아메리카노'라니-
왜, 어째서??
에비앙을 넣어서?
트레비가 들어갔기 때문에??
아니-
그게 본질은 단순히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배가까이 비싼 생.수.(마신다고 무병장수하는 생명의 물도 아니면서-)을 넣어서 마시면 특별해진다는 느낌을 받을수 있다는거
나는 믿을수가 없었다.
원두가 더 좋은 것도 아니고 더치커피도 아닌주제에 단순히 물만 비싼 걸 넣었다고 저딴 가격과 슬로건을 내걸다니-
그래, 좋다.
내가 먹을거 아니니까-
제주 삼다수, 풀무원 샘물, 동원 미네마인, 롯데 아이시스,강원 평창수, 제주v워터, 진로하이트 석수, 스파클,초정수,농심 백산수와 같은
멀쩡한 국내 유수의 생수 브랜드가 안겨주지 못하는 만족감을 저 머나먼 프랑스에서 물건너왔다는 에비앙이 안겨줄수 있겠지. 누군가에겐..
그래. 그럴수도 있겠지.
세계 유수의 탄산수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초청탄산수 말고 인위적으로 탄산을 만들어넣었다는 로마 뭐시기의 이름을 딴 탄산수가 들어간-
내가 주문한건 키스 오브 트레비니까
하지만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한 모금 마신 순간...
나는 진정 마음속으로 끌어나오는 빡침을 느낄 수 있었다.
하.....
이 음료 아이디어를 올린 직원을 테러하고 싶었다.
이걸 음료라고 만드나?
그 사람이 내 눈앞에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너나 쳐먹어.
말이 심했나?
미안하다.
하지만 진짜 맛없다.
진짜 진짜 맛없다.
진짜 ㅅㅂ 이걸 음료수라고...
내가 식성이 좋아서 웬만한 음식,음료는 다 섭취하고
심지어 소금물까지 마시는 사람이지만
이 음료는 용납할 수 없었다.
엔젤리너스 임직원의 미각이 남들보다 둔한것이 틀림없다.
누굴 원망하겠나?
아이디어를 제안한 직원?
기안서를 승인한 간부?
음료를 분명 시음해보았을 대표이사?
노논노....씨부럴...
내 잘못이다.
저딴 음료를 주문한 내 잘못
라임트레비에 커피를 섞어먹는다는걸 알면서 주문한 내 잘못
5400원이나 주고 똥을 주문한 내 잘못
궁금한 사람은 꼭 마셔보길 바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 200km로 달릴때 느껴지는 멀미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엔젤리너스 관계자나 음료 아이디어 제안자가 본다면 말해주고 싶다.
너나 쳐먹어요.
먹고 싶으면 니네집에서 너 혼자 만들어먹도록 하세요.
정확하게 사진에 나온 그대로 남기고 왔습니다.
도저히 인간이 마실 것이 아니더군요.
어쩌면 제 미각이 미천해서 이런 신메뉴는 받아들이지 못한 것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모든게 꼬여보이는건 제 멘탈의 문제인지,
뽀뽀트레베의 문제인지 궁금하네요.
글쓰기